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친일인명사전이 분열을 일으켰다’면서 뉴라이트 계열이 편찬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대해 “대한민국이 좌경화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주 이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우상호·오영식·이인영 의원이 해당 사전에 수록돼 있는에 대해 “친북반국가 행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발언했는데, 이 때문에 미방위 국감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오후 속개된 국감장에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을 ‘친북인사’로 규정해 2차 파행을 야기했다. 고 이사장은 오전 국감에서 “본인은 일부 부정했지만,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의원은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다”고 발언해 정회됐었다.(▷관련기사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국민 대다수의 건전한 상식”)

고영주 이사장 “박원순·오영식·우상호·이인영, 친북 행위 했을 것”

미방위 국감 오후 질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은 오전 질의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분열’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2010년 3월 고영주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으로 100명을 수록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홍의락 의원은 또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의 선정기준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맑스레닌주의 노선에 입각한 행위로 선동한 인사라고 규정했는데 맞느냐”고도 물었다.

▲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물음에 고영주 이사장은 “‘친일인명사전’은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가 있는 사람들을, (건국의)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은 대한민국이 좌경화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고영주 이사장은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과 관련해 “애국진영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면서 “그래서 제가 법률적인 부분을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하지만)편찬위원들이 선정작업을 했고, 거기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선정 작업에 참여는 안했으나 그 내용에는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편찬위원들의 양심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률적 부분은 지금도 책임질 의사가 있음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홍의락 의원은 이 같은 답변에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영식, 우상호, 이인영 의원들이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 4명도 친북인사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고영주 이사장은 “(4명 또한)과거 행적이 그런(친북) 게 있을 것”이라면서 “사람을 비방하는 게 아니라, 행위별로 선정한 것이다. (사전에 수록됐다면)뭔가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에 대해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을 거론하며 “이념이 다르면 평생동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부림사건은 용공,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문재인 대표가 여러 차례 부림사건의 무료 변호를 맡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들로 인해 미방위는 2차 정회라는 파행을 겪었다. 미방위 야당 간사는 고영주 이사장에 의해 ‘친북인사’로 규정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다.

우상호 의원, “친북인사로 지명당했는데 국감을 계속 해야하느냐”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간사는 곧바로 “오전에도 사과 아닌 사과를 받고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제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며 “고영주 이사장은 ‘친북활동을 했으니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들어갔겠죠’라고 답했다. ‘친북인사’로 지명당했는데 국감을 계속 해야하느냐”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우상호 의원 측에서는 이의신청을 하지도 않았다’는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우상호 간사는 “해명하라는 요구가 없었다.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에 “전 우상호 의원이 등재돼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대해 4명이 이의신청을 했고 1명이 받아들여져 99명”이라고 군색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국감석에 앉아있는 증인의 태도와 논리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면서 “특정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고 해서 그 사안을 변호한 사람과 범죄자를 동일선상의 인물로 단정하는 것은 민주적 사법 질서를 가진 국가에서는 상식이 없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은 “부림사건이 고영주 이사장의 말처럼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를 변호한 사람이 공산주의자라는 논리가 가당키나 하느냐”면서 “그렇다면 살인·간통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변호한 사람은 살인·간통한 사람이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의원은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에 우상호 간사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이를 두고 고영주 이사장은 ‘아마 친북활동을 했을 것으로 믿는다’는 답변을 했다”며 “고영주 이사장의 논리대로라면 우상호 간사와 밥도 먹고 회의도 많이 하는 (새누리당 소속)박민식 간사와 홍문종 위원장 또한 친북좌경인사로 분류해야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당파를 초월해 동료 의원으로서 분개해야할 일”이라면서 “특히, 간사는 미방위 회의를 통해 뽑는 만큼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위원회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위증죄와 함께 국회에 대한 모욕죄를 심각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또한 “고영주 이사장에게 몇 번이나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고 요청했는데 또 다시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야당 간사에게 ‘친북인사’라고 했는데 국감을 계속 해야하느냐”고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방문진과 관련 없는 질의는 이제 그만 하라”라면서 고영주 이사장에게도 “방문진과 관련된 게 아니라면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서상기 의원 또한 “야당에서 끊임없이 고영주 이사장의 사상문제에만 질의한다”고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