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방문진 이사장을 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시켜달라고 누구한테 부탁한 적도 없다. 우연한 기회에 맡게 됐다. 저에게 (방문진 이사장직을)맡긴 것은 목적이 있어서 맡겼을 것인데,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전 의원과 관련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다. 저는 그와 비교하면 (제가 부림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좌경화됐다고 한 것은)일부분을 부정한 것일 뿐이다…방문진 이사장이 관련 전문가 일 필요가 없이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국민 대다수는 제가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_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사법부 좌경화”라고 발언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뜨거웠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답변하면서 한 차례 정회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자진사퇴 요구가 쏟아졌지만 고 이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방통위 허원제 부위원장 또한 “결격사유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고영주 이사장, “사법부가 좌경화됐다는 것은 사실…소신 안 바뀐다”

국회 미방위 국정감사 파행은 이미 예고된 측면이 컸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4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 하례회> 행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람들은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었다. 또한 대법원이 부림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33년 만에 무죄판결을 내리자 “사법부가 좌경화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MBC 대주주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문재인 공산주의자”) 이에 고영주 이사장이 출석하는 방문진 국정감사에 언론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2일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출석해 보고를 하고 있다ⓒ미디어스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은 방문진 국감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이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는 발언을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고영주 이사장은 “사정이 변경된 건 없다”며 “하지만 (제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국정감사장이 뜨거워지고,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면 법정에서 제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고영주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증언등의 거부) 제1항은 “증인은 형사소송법 제148조 또는 제149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 선서·증언 또는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는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다만 ‘부림사건’과 관련해서는 “일부 그렇다(사법부 좌경화)고 생각한다”면서 “대법원에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해서 판결을 한 것이지, (사건)실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었다. 담당검사로서 직접 그들로부터 ‘공산주의사회가 되면 저를 심판하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신념은 변할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장병완 의원은 “개인적인 신념과 소신을 가질 수는 있다”며 “그렇지만 대법원의 법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방문진의 이사장이나 이사로서 재임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방통위의 해임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 허원제 부위원장은 “적법 절차를 거쳐 임명된 것으로, 특별한 결격사안이 없는 상황에서 해임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방문진 이사장이 되셨으니 공인으로서 앞으로 더 책임감 있게 처신할 것이라 기대한다”고만 답했다.

고영주 이사장 소신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라 확신…친일인명사전이 사회 분열시켜”

미방위 국감에서는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과거 발언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증인이 답변하지 않겠다는데 국정감사를 어떻게 진행하느냐”,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 회피하지 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위원장 또한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답변을 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영주 이사장이 국감장에서 소신을 밝히면서 ‘편향’ 논란은 가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세력들은 이적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며 “또,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했느냐. 친일인명사전이 사회를 분열시켰다고 발언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전병헌 의원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공인이 될 수 없는 극단적 편향을 가진 분”이라며 “다른 분야는 몰라도 사회적 다양성과 민주적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방송문화와 관련된 활동에서는 부적절하다. 본인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특히, 공안검사 출신으로 그동안 방송관련 어떠한 이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자 고영주 이사장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며 “(문재인 대표가)‘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게 아니라,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둘 간의 차이가 있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친일인명사전에 대해서는 “현재는 그렇다(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제가 방문진 이사장을 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시켜달라고 누구한테 부탁한 적도 없다”며 “우연한 기회에 맡게 된 것”이라고 저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저에게 맡긴 것은 목적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면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진사퇴 요구를 물리쳤다. 또, ‘사법부에 대한 부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의원 이런 분들은 (한 전 의원의)대법원 판결을 받고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다”며 “저는 사법부의 일부를 부정한 것”이라고 답하면서 파행의 발단을 마련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송문화전문가는 MBC에 있으면 되지 방문진 이사장이 관련 전문가 일 필요가 없이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며 “국민 대다수는 제가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 ‘부림사건을 무죄판결한 것은 사법부가 좌경화됐기 때문’, ‘친일인명사전이 사회 분열을 일으킨다’라는 등의 발언이 국민 대다수가 가진 건전한 상식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여전히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이고 부림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부를 부인하고 있다”며 “제1야당 자체를 모욕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감이 어렵다”면서 소속 당원 전원이 퇴장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속개된 이후에도 고영주 이사장은 “본인이 마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것 같은 (야당 의원들의)발언이 나와 흥분해 비유를 든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예를 들게 돼 유감”이라고만 의견을 표명하면서 재차 논란을 겪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명백히 사과해야할 일을 제3자 이야기하듯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같은 당 정호준 의원은 “독립유공자로서 친일인명사전을 부인한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마음이 아프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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