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은 <식샤를 합시다2>을 통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여세를 몰아 다른 예능이나 방송을 할 줄 알았는데, 서현진은 방송 활동을 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꽃미남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연기를 무대에서 선보인다.

무려 5년만의 무대 컴백이라 서현진의 연기와 가창력이 궁금하기만 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신데렐라 캐스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관람했다가 서현진의 가창력에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방송으로 인기몰이를 계속 할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와는 달리 서현진이 무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년 전 서현진은 박건형과 함께 방송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박건형은 당시 방송과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을 병행하고 있었다. 사실 방송 하나 찍는다는 건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고된 작업이다. 그런데도 박건형은 방송 촬영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뮤지컬 무대로 뛰어가기 바빠서, 서현진은 무대의 매력이 얼마나 크기에 방송을 하면서도 무대를 놓치지 않나 하는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 뮤지컬 '신데렐라' ⓒ엠뮤지컬
- <궁> 이후 5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하다

“<궁> 이후 드라마 촬영 등으로 1~2년을 넘어가니 ‘다시 뮤지컬은 하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로 돌아갈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무대를 떠나면서 노래 연습도 등한시하게 되었다. 함께 뮤지컬을 했던 언니들에게 ‘못 해도 2년에 한 작품은 무대에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어도 선뜻 무대에 오를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내 것을 많이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 선배님들로부터 무대에 오르면 빼앗긴 걸 채울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뮤지컬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신데렐라>를 하게 되었다.”

- 5년 전인 <궁>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렇게 체력이 부친다고 느끼는 건 처음이다(웃음). <궁> 때는 춤추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데도 <궁> 때는 날아다녔다. 샐러드처럼 가벼운 음식만 먹고 홍삼 같은 보조식품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샐러드는커녕 밥을 챙겨먹지 않으면 안 된다.”

- 대사를 할 때 발음이 정확하게 들려서 발음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무대 뒤에서도 느껴진다

“뮤지컬을 할 때는 발음이 정확해야 관객에 대한 배려가 된다. 발음이 정확한 걸 좋아해서 평소 발음 연습을 많이 한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발음이 너무 정확해서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방송이나 영화는 너무 정확하게 들려서 캐릭터가 세게 보일 수도 있다. 뮤지컬에서는 들리지 않는 발음이 없어서 좋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 뮤지컬 '신데렐라' 서현진-엄기준 ⓒ엠뮤지컬
- 전형적인 신데렐라와 뮤지컬 속 신데렐라의 차이점에 대해 들려 달라

“전형적인 신데렐라에 비해 뮤지컬 속 신데렐라는 진취적이고, 일부러 왕자에게 유리 구두도 놓고 간다. 마리가 신데렐라의 옷을 금색 드레스로 바꿔주는 장면에서 신데렐라가 ‘어머니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하는 대사를 한다.

그런데 그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동화 원작을 생각하면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타박하지 않아야 하는데, 계모를 원망하는 심정으로 대사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왕용범 연출님은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원망할 수는 있다. 괜찮다’고 해서 마음 놓고 대사를 하게 되었다. 신데렐라의 심성이 착하지만, 누군가를 원망할 수 있다는 부분을 비록 대사 한 줄을 통해서나마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원작의 신데렐라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 상대역인 크리스토퍼 왕자를 연기하는 배우 중에는 연하인 양요섭과 켄도 있어서 신데렐라가 어려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상대역이 연하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엄기준 오빠랑 연기하면 제 원래 목소리로 연기하면 된다. 여성스럽게 연기하면 목소리 톤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다른 연하 배우랑 연기하면 누나처럼 보일까봐 목소리 톤이 가라앉지 않게 띄워서 연기한다. 이걸 잘못하면 어린 척 하게 보일 수도 있어서 딜레마다(웃음).”

-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 양요섭과 함께 찍다가 이번에 뮤지컬로 다시 만났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면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을 텐데 낯익은 얼굴이 있어서 적응을 잘할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웠다.”

▲ 뮤지컬 '신데렐라' 서현진 ⓒ엠뮤지컬
- 개막한 지 3주가 되어간다. 연습 때보다 어떤가?

“노래는 연습한 것처럼 나오지 않지만 나머지는 연습한 것만큼 나온다. 왕자와 춤을 추는 왈츠 장면은 연습을 많이 해야 무대에서 자연스럽다. 왈츠 연습할 때 많이 연습한 파트너와는 합이 좋을 수밖에 없다.”

- 5년 만에 무대에 올라서 첫 무대 오르기 전에 떨리지는 않았나?

“많이 떨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신데렐라가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을 실수 없이 가자는 게 1번이라 떨릴 사이가 없었던 것 같다. 커튼콜이 되어서야 무대에 오랜만에 올랐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 앞에서 드라마나 영화 작업을 하면서 빼앗긴 게 있었다고 했는데, 이번에 무대 오르면서 채워진 게 있다면?

“자신감이다. ‘내가 배우구나’ 하는 점을 드라마나 영화할 때는 느끼기 어렵다. 직업란에 단 한 번도 ‘연기자’로 써본 적이 없다. ‘학생’ 혹은 ‘프리랜서’라고 썼다. 직업란에 연기자라고 쓰기에는 쑥스러웠던 거다. 그러다가 무대에 오르니 배우라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라는 자의식을 얻은 게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 작업을 할 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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