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인중)에 통보한 OBS경인TV(사장 주철환)가 “사업 수익을 증가시키고 타비용 절감을 통해 정직원의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OBS경영진은 “30억으로 책정한 내년 사업예산을 80~90억으로 증액하려고 노력하겠다. 사업수입을 증가시키고 타비용 절감노력을 통해 정직원의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해고는 없다고 확정하는 것이 아니고 노력한 후 불가피하게 인원감축을 선택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피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임시사옥 ⓒOBS
이날 노사협의회에서 OBS노조는 “경영악화를 고려해 올해와 내년의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측의 말에 OBS노조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사측이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 측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대비하고 있지만 노사의 대화가 잘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노조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OBS 내부에서는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영진이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손쉬운 방법만 택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OBS 직원 A씨는 “이 정도의 경영 실패라면 경영진들이 스스로 책임을 짊어진 후에 직원 구조조정을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 사측은 매출 증대 노력도 등한시한 채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손쉬운 방법만을 택하고 있다. 지금 OBS 직원들은 주당 70~80시간씩 일하며 살인적 수준의 노동강도를 감내하고 있는데, 얼마나 더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 거냐”며 “(정직원의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측의 말을 결코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임단협 때도 그렇고 회사 경영진들이 자체 판단으로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B씨도 “1400억 자본금에서 1000억 까먹고 내년도에 300~400억만 남게 되는 등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 앞으로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코바코 광고, 방통위의 역외재송신 문제 등에서 경영진은 너무 무능했고,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비 절감 등은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기 어렵게 하는 근시안적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최근 △취재비 50% 하향 조정 △승용차 운전기사 사용 중지 △보도국 자차 유류비 보조등 증액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9년 사업계획 수정 세부사항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C씨 역시 “장기적 비전에서 사측이 뉴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까지 희생시키고 있다”며 “임단협에서 노사가 합의한 21% 임금 인상안이 대주주로 인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등 그동안 행태를 보면 경영진의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경영진에게 경영악화의 책임을 묻지 않고 먼저 임금동결부터 선언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경영 상황 악화의 원인에는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사측이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한 요인이 더 크다. 노조는 경영진 책임을 먼저 물은 후에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따져 물었어야 했다”며 “노조의 임금 동결 선언은 사측이 설정해놓은 프레임에 갇혀서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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