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12대 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결선투표 결과 현 노조를 계승한 기호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현상윤 시청자센터 시청자사업팀 PD가 회사 쪽 간부들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쪽 간부들의 선거 개입 의혹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달 28일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기호2번 박종원 후보는 “KBS 회사 간부가 제 12대 노조위원장 선거 운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조직적인 관권선거 운동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현 PD는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합 집행부를 구성해야 할 노동조합 선거에 사상 유례없이 개입한 사측의 불법 행위는 노노간의 분열과 불신의 벽을 공고히 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결선 본투표 결과, 강동구·최재훈 후보는 2045표(50.1%)를 얻어, 1979(48.5%)표를 얻은 기호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를 66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간부들, 지역 순회하며 기호1번 지지 유도”

▲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현 PD는 4일 ‘사측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측이 KBS 노동조합 선거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선거개입을 자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유광호 부사장, 김영해 기술본부장, 기술본부 소속 김윤택 팀장의 행보를 거론했다.

그는 “유광호 부사장은 지난주 목, 금에 기술본부 소속의 김윤택 팀장을 대동하고 대전권역을 순시하면서 ‘4번이 되면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된다’ ‘PD (출신) 위원장이 되면 기술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기호1번의 지지를 유도한 사실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같은 기간에 김영해 기술본부장(강릉을 비롯한 강원권역), 김종율 보도본부장 (창원 등 경남권역) 이동섭 경영본부장(전주 등 전북권역), 고성균 라디오 본부장(원주국 일원) 등 연말연시의 벽오지 위문을 구실삼아 전국을 순회하면서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 등으로 1번 지지를 유도한 사실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현 PD는 지난달 27일 밤 신관 출입문 입구에서 김윤택 기술본부 제작인프라팀장을 만난 당시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이미 그 이전에 김윤택 팀장의 선거개입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듣고 있던 저는 입사동기이기도 한 김 팀장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며 “‘김 팀장, 어떻게 했기에 당신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오냐, 이병순 사장이 6개월 후 물러나면 당신도 물러 날거야, 후배들 부끄러워 어떻게 회사 생활 하려고 그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때 김 팀장은 ‘야 미안하다. 난들 하고 싶어서 하냐. 시키니까 하는 거지. 그냥 하는 척 시늉만 하고 있어. 잘 좀 봐줘라’ 하고 등을 돌리며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들어간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 내용에 대해 단 하나라도 거짓됨이 있는지 김 팀장께서는 해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측,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선거 개입”

현상윤 PD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영방송으로 영향력, 신뢰도 1위인 KBS 안에서 경영진들이 비열하고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일들이 재발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KBS에 YTN과 같은 노조가 들어서게 되면, 이는 단지 이병순 KBS 사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이 재벌방송 체제를 유지하면서 방송 장악을 하는데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측의 선거 개입 만행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측의 노동조합 선거 개입은 노동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할 수 있고 노동청에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제소할 수 있다”며 “일단 사측의 만행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집단적으로 대응하되, 최악의 경우 개인적으로라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현상윤 PD가 사내게시판에 남긴 글 전문이다.

사측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묻습니다.

1.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경쟁과 선택을 위한 축제의 장에 사측이 개입하여 조합원의 민의를 왜곡시키는 행위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간섭 금지' 조항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불법행위입니다.

2. 제가 전해 듣고 직접 겪은 바에 따라 본인은 '사측이 KBS 노동조합 선거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선거개입'을 자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 유광호 부사장은 지난주 목,금에 기술본부 소속의 김윤택 팀장을 대동하고 대전권역을 순시하면서 '4번이 되면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된다.' 'PD위원장이 되면 기술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 등을 통해 기호1번의 지지를 유도한 사실에 대해 답변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나. 역시 같은 기간에 김영해 기술본부장 - 강릉을 비롯한 강원권역, 김종율 보도본부장 - 창원 등 경남권역, 이동섭 경영본부장 - 전주 등 전북권역, 원주국장 출신의 고성균 라디오 본부장 - 원주국 일원 등 연말연시의 벽오지 위문을 구실삼아 전국을 순회하면서 (가)항과 같은 취지의 발언 등으로 1번지지를 유도한 사실에 대해 당사자분들께서는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 6,7직급 및 특정직 조합원분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사측간부들께서 선거 시작 직전 합의되었다는 6,7직급 승진 T.O 확대를 이용해 직급승진을 회유하며 1번 지지를 유도한 사실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수집하여 당사자분들께 추후 해명을 요청드리겠습니다.

라. 지난주 목요일 저녁 11시30분 경, 신관 B-1 출입문 입구에서 본인은 기술본부 소속의 김윤택 팀장과 마주쳤습니다. 이미 그 이전에 김윤택 팀장의 선거개입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듣고 있던 저는 입사동기이기도 한 김 팀장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김 팀장, 어떻게 했길래 당신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오냐, 이병순 사장이 6개월 후 물러나면 당신도 물러 날꺼야, 후배들 부끄러워 어떻게 회사 생활할려고 그래" 라는 요지의 얘기를 건넸습니다. 그때 김 팀장은 "야 미안하다. 낸들 하고 싶어서 하냐. 시키니까 하는거지. 그냥 하는 척 시늉만 하고 있어. 잘 좀 봐줘라." 하고 황망히 등을 돌리며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들어 간 사실을 본인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단 하나라도 거짓됨이 있는지 김 팀장께서는 해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합 집행부를 구성해야 할 노동조합 선거에 사상 유례없이 개입한 사측의 불법 행위는 노노간의 분열과 불신의 벽을 공고히 하는 행위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우리는 하나입니다.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자랑스런 KBS를 지키는 일에 우리가 둘일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 체제를 미국식 상업방송 체제로, 우리식 표현을 쓰자면 재벌방송 체제로 재편하려는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우리는 다시 하나되어 저항해야 합니다, 지금은 이병순 사장과 MB 정권에 프렌들리 한다고 해서 우리의 옥체를 보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제 시민사회단체와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촛불시민들, 그리고 뜻있는 다수의 국민들과 함께 KBS를 지키고 공영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의 대오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좌절은 없습니다. 연대와 단결의 깃발아래,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지금부터 준비하고 투쟁의 칼날을 다듬어야 합니다. 감히 외람되지만 '저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외쳤던 이순신 장군님의 투지를 이어 받아 우리는 또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KBS를 지키는 일이 우리의 생존과 권익을 지키는 일입니다. KBS를 지키는 일은 기득권 집단의 머슴이 아닌,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국민주권을 수호하는 언론의 본분을 지키는 일이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 믿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그러나 편안한 마음으로 이글을 조합원께 올립니다.

시청자 사업팀 현상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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