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발행하는 반월간 정부 정책 홍보지 <코리아플러스>의 2009년 외주제작업체 공개 모집 결과, 편집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동아일보 자회사 ‘동아E&D’가 최종 선정됐다. 코리아플러스 제작에는 동아E&D 뿐만 아니라 현직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 정책 홍보지에 현직 기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스

매달 1일과 16일, 무료로 공공기관 등에 3만부가 배포되는 코리아플러스는 “국정 현안에 대한 심층정보 제공으로 국정 이해도를 제고하고, 정부 시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 및 국정에 대한 국민 의견 반영”을 목적으로 발행된다.

문화부는 지난 10월22일부터 11월16일까지 2009년도 코리아플러스 기획편집을 대행할 업체를 모집했으며, 입찰에 참여한 동아E&D, 조선일보 생활미디어,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한국일보, KC&C 가운데 동아E&D가 선정됐다. 동아E&D의 계약 기간은 오는 2009년1월1일부터 2010년12월31일까지로, 사업예산은 13억2천만원이다.

주간동아 관계자 “현직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 참여”

코리아플러스 제작에는 동아E&D와 현직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동아 김진수 편집장을 포함한 몇몇 기자들은 며칠 전 인사에서 코리아플러스 쪽으로 발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동아의 한 관계자는 “현직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 일부가 코리아플러스 쪽에 파견 형식으로 갔고, 정확한 (파견)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의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계 관계자도 “코리아플러스 제작을 위해 동아일보 내부에서 새로 발령이 났고, 몇몇 기자들이 지난 1일부터 그 쪽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E&D와 신동아, 동아일보 쪽은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의 코리아플러스 제작 참여를 부인하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신동아 관계자는 “코리아플러스 제작에는 동아E&D가 참여하는 것이지, 신동아 기자들은 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도 “동아E&D에서 코리아플러스 제작에 필요한 외부 인력을 영입할 것”이라면서 “동아E&D에서 7명 정도가 참여하고, 외부에서 5~6명 정도 더 충원해 총13명 정도가 제작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의 영입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동아E&D가 결정할 문제로, 아직은 논의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12월1일 발행된 코리아플러스 제96호

동아E&D “기자들 참여 적극 추진할 것”

특히 동아E&D는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의 참여를 부인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이들의 제작 참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아E&D 관계자는 “취재 인력을 보완할 예정으로, 신동아·주간동아 기자들의 코리아플러스 제작 참여를 당연히 추진할 것”이라며 “그들이 온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일을) 할 만한 사람을 영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E&D는 신문 편집·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신문, 사보 잡지, 홍보물 등의 시각디자인을 주로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동아E&D에서 사업권을 낙찰받은 것으로, 인력 구성에 대해 명수 정도만 이야기가 오갔을 뿐 누가 와서 제작을 하는지는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어느 매체에서 근무했다는 것보다는 기자의 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유능한 기자들이 있다면 (동아E&D에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 구성과 관련한 것은 사업자 쪽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화부 “제호 변경 결정된 것 없어” 동아E&D “1월1일부터 새로운 제호 사용”

통권 제96호까지 발행된 코리아플러스는 내년 1월1일 새로운 제호로 바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3월쯤 반월간에서 주간지 형태로 바뀌어 매주 발행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매거진K>라는 구체적인 새로운 제호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잡지가 있는데 뭐 하러 새것을 만들겠느냐”며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고 제호 변경을 부인했다.

그는 “‘코리아플러스라는 제호를 4년 정도 사용했기에 변경하는 게 어떻겠느냐’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실무적으로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E&D 관계자는 “새해 1월1일에 발행되는 잡지부터 새로운 제호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입찰 때 제호가 바뀌는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안을 제출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부가 공지한 코리아플러스 입찰 공고서에는 “기획구성안 및 시안 제작 관련-표지 시안 1면 : 제호 변경(변경된 제호 디자인 적용)”이라고 명시됐다.

▲ 동아E&D 블로그 캡처
“정부 대변인 역할 하는 곳에 나선 것은 기자로서의 본분 포기”

지난 1일 발행된 코리아플러스 제96호를 살펴보면 ‘민생법안 처리 시급하다’ ‘청년 일자리 늘린다’ ‘이 대통령 북남미 순방 뭘 남겼나’ 등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부가 추진 중인 사안을 설명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현직 기자들이 정부 정책 홍보지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정상적인, 상식적인 판단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곳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라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언론이 스스로 자청해서 홍보지 역할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자로서의 본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기자는 “현직 기자가 청와대나 정부 부처 대변인실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저널리즘을 흔드는 행위지만, 이들은 금배지를 다는 일은 있어도 다시 기자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파견 형식으로 정부 홍보기사 쓰는 일을 하다 다시 돌아와 정부를 비판한다는 건 저널리즘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코리아플러스는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는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2006년에는 네오메디어, 2007년에는 서울신문사, 올해는 중앙일보 엔터테인먼트&스포츠가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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