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강경진압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 행정기관부문 대상을 수여한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정체조차 불확실한 단체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 상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최측에 광고비로 300만~165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자체 단체장 개인이 받는 상에 주민 세금을 털어넣은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7일 시상식이 치러진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은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최한 것으로 돼있으나, 한국일보는 광고비만 받고 이름을 올려줬으며 한국전문기자클럽은 사무실 조차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미디어스>가 3일 입수한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 홍보 책자에 따르면, “기업과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희망찬 미래를 창조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공헌한 이들 CEO의 경영이념과 우수한 경영성과를 국내외에 전파함으로써 타의 귀감이 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상은 대기업의 경우 2000만원, 지자체는 1500만원의 홍보비를 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선정혜택에는 △한국일보 보도 및 연합광고 △매일경제TV 뉴스보도 △외신보도(해외경제신문) △온라인보도(포털사이트에 기사 제공)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 로고 사용 △특집보도: 한국전문기자클럽 특집보도 등이 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은 주최 쪽에 낸 돈의 액수가 천차만별이었다. 실제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공식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낸 곳도 있었다.
충남 서천군(생태환경 부문에서 나소열 군수 수상)은 1650만원, 대구 수성구(청렴경영 부문에서 김형렬 구청장 수상)는 800만원, 충북 옥천군(가치경영 부문에서 한용택 군수 수상)은 시상식 3일전에 홍보비로 330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양평군 관계자는 “지자체 홍보 효과도 있으므로 신청했다. 심사비는 미리 요구하지 않았으나 대신 시상이 확정되면 홍보비, 광고비로 부가세 빼고 1500만원을 의무적으로 내게 돼있다”며 “이런 것은 일상적인데 왜 자세하게 물어보느냐. 군수님 수상과 관련해서는 민감하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전남 목포시·광주 광산구·경북 구미시, 인천 연수구 등은 전화 상으로 “CEO 수상과 관련해서 홍보비가 일절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3일 오후 ‘돈을 준 적이 없다’는 내용으로 회신해왔다.
그러나 단체 예산을 들이지 않았더라도 단체장 개인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돈을 내지 않았다고 밝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에서 심사비와 광고비가 들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수상받은 개인(단체장)이 낼 수 있다. 수상 후 광고가 나오고 하면 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스>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단체 가운데 진천군, 부여군, 태백시, 달서구, 성동구, 종로구, 성북구 등은 아직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