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빅데이터 보고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웃프다’. 보고서 자체가 기본 상식으로 보더라도 학술적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 있어,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 의문이 든다. 토론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고서는 포털의 공정성을 다루고 있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도 하고 있지 않다.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 구조적 사회에서 언론과 정부, 포털의 역학적 관계성, 언론의 책무, 포털의 역할과 기능, 포털의 뉴스 유통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 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연구가 이뤄졌다. 무언가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왜 이런 연구를 해야 했는지 아규가 되어야하는데, 그 부분도 빠져 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최형우 교수팀이 분석한 <포털 모바일뉴스(네이버·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대한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김동윤 교수의 총평이다. 14일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 공동주최로 <포털 뉴스서비스의 평가와 대안> 긴급토론회가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새누리당이 해당 보고서를 근거로 ‘포털 편향’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학자들은 “평가할 가치가 없는 보고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 등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보고서가 만들어 진 걸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제목만 보고 공정? 불공정?…사람 얼굴만 보고 범죄자 판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토론자로 나선 김동윤 교수는 “‘공정하다’, ‘불공정하다’를 이야기하려면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성이란 어떤 개념인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어떤 분석대상을 가지고 결론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결론을 내고 오류와 오차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의 보고서에서 공정성을 평가하는 정확성과 사실성, 객관성, 균형성, 형평성, 사실성, 윤리성 등의 개념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게 김 교수 비판의 핵심이다.

▲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 공동주최로 <포털 뉴스서비스의 평가와 대안> 긴급토론회가 14일 오전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미디어스
김동윤 교수는 “제목만 보고 공정하다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 얼굴만 보고 범죄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면서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해당 보고서는 작위적인 강제보고서라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진정성을 따지기 이전에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검증해야 한다”며 “얼마나 진실하게 진행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고서에 대해 논란이 되고 쟁점이 생겼다면 연구자로서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와서 해명을 했어야 한다. 오지 않았다면 연구자로서의 기본 자격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 보고서를 작성한 최 교수 팀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외대 심영섭 강사 도한 <포털 빅데이터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연구자로서의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언론학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적이고 토대가 되는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입장에서 정부나 주요 정당, 사회 기득권 집단들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언론이 가져야 하며, 이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연구자가 언론학적 관점에서 구분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영섭 강사는 “세월호와 땅콩회항, 성완종리스트, 메르스 사태 등 최근의 사건 속에서 정부나 여당, 스캔들의 주인공을 보호하는 듯한 기사 제목을 달고 있거나 이 사건들 속에서 이들의 관련성이나 실패, 오류를 지적하는 기사들을 아예 생산하지 않는 것을 ‘긍정적’이라고 말하거나 좋은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면, 이 보고서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률=신뢰도? 중복기사 처리는? 긍정·부정 구분한 과학적 틀은?…보고서, 총체적 부실

심영섭 강사는 “보고서의 연구배경으로 제시한 이용률과 신뢰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라면서 “연구자들은 이용률과 만족도, 신뢰도를 구분조차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포털은 편리성과 다양한 정보, SNS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동성 등으로 인해 이용률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신뢰도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도 지적했다.

<포털 빅데이터 보고서>는 다음과 네이버 모바일 접촉 첫 화면 콘텐츠를 분석 대상으로 하고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수집한 샘플 5만236개(네이버 3만482개/다음 1만9754개)에 대해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샘플수집은 30분을 기준으로 모바일 뉴스 페이지에 접속해 뉴스 콘텐츠 제목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심영섭 강사는 “이러한 수집방법은 진실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바일 페이지의 첫 화면을 6개월간 매일같이 30분단위로 촬영한다면 각 사별로 총 4만3440개(1개 포털 당)의 기사가 노출되어야 한다”며 “중복기사 수를 제외한 기사가 총 5만236개였다면, 중복기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사노출 건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했거나 수집을 게을리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심영섭 강사는 <포털 빅데이터 보고서> ‘긍정’, ‘부정’, ‘중립’ 기사 제목 판단에 대해서도 “통상 13자 내외의 기사 제목으로 가치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만일, 기사 제목과 내용을 교차분석했다면 그 방법론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치판단에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실증적 연구에서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론으로 다른 연구자가 연구를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과학적 분석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방법이 없다면 연구자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편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심영섭 강사는 이 보고서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뉴스제목을 가지고 ‘여VS야’, ‘대통령VS여당대표VS야당대표’ 지지 혹은 비판기사라고 판단한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정치인의 대립구도에 연구결과를 짜 맞췄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정적 기사의 비중에서 대형 사건사고의 발생 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과 야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의 비율은 19.1%와 19.6%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부 여당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는 전체 기사 중 2%에 불과했다. 이를 가지고 “여당에 불리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또 있다. 포털의 경우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지 생산된 기사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향을 주장하려면 의도성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점이다. 심영섭 강사는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성향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보고서에 첨부된 콘텐츠 출처를 보면 1위는 연합뉴스이다. 10위 한겨레, 20위 경향신문, 30위 오마이뉴스, 48위 시사IN, 54위 미디어오늘 등 중도 혹은 개혁성향의 언론사 외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보수 성향의 언론사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 콘텐츠 출처만 별도로 계산했을 때에는 언급된 언론사의 순위는 더욱 뒤로 밀린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장은 “부실 엉터리 보고서로 논평할 시간도 아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본사에서 지난 7~8년 동안 포털 기사 노출 언론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는데, 여의도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다”며 “구체적으로 연합뉴스에 대한 비중이 34.3%로 1/3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통신사의 경우 태생적으로 주의, 주장을 담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미건조한 팩트 전달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것이 공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쟁점을 희석화하고 국민들이 논점을 볼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이준희 부회장은 “보고서는 헛다리를 짚었다”며 “포털에서 의도적으로 편집하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포털 측에서 해당 보고서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대응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포털 옥죄기…보수언론사들의 재원 확충 등 경제학 문제고 같이 봐야”

또 다른 발제자 MyOn 정치미학연구소 이영주 소장은 <포털 빅데이터 보고서>와 관련해 “시간을 돌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살펴본다면,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포털에 대한 불신과 규제 욕구들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소장은 2002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 새누리당은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설’ 주장(최병렬 전 대표), △충성도 높은 네티즌 확보 ‘10만명 양병설’ 및 ‘장교 육성론’(2004년), △사이버 전사대의 4대 국민분열법 바로알기 네티즌 운동(행넷운동)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포털 빅데이터 보고서>를 발주한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도 이를 거들어왔다는 것이 이영주 소장의 설명이다. 여의도연구소는 2006년 <포털뉴스의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포털의 메인 기사가 노무현 정부에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비서관의 ‘공개형 뉴스평가위원회(가칭)’ 등 포털 뉴스서비스 정책 개입 의혹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청홍보 차관보에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임명 등이 새누리당과 포털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으로 언급됐다.

이영주 소장은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할 것은 ‘포털 옥죄기의 미디어 정치경제학’”이라면서 “대형 언론사-포털-정치 영역의 복잡한 게임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가 ‘비교적 오랫동안 준비해온’ 전략으로 읽힐 수 있는 이번 포털 논란은 단순한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여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의 기사 보다 조중동 같은 기존의 대형 기득권 언론사들의 기사들이 더 많이 더 우선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더 많은 수입의 전략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사들의 먹거리를 키울 수 있는 전략에 보수 정권의 재생산이라는 정치적 과제가 접합돼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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