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함께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을 주최한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사무실조차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언론사 이름을 건 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돈 거래’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은 18명의 기초지자체장들에게 부문별 대상이 수여됐으며, 특히 촛불집회를 강경진압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행정부문 대상을 수여해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 관련기사 : 어청수 청장 ‘CEO상’은 정체불명)

▲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전면 광고가 실린 한국일보 11월 27일자 20면
돈을 매개로 한 언론사·언론단체들의 ‘상 퍼주기’ 실태는 이미 지난해 일부 지역신문들을 통해 폭로되기도 했으나, 전국 단위 언론들이 일체 보도하지 않아 전국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르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대형 언론들 자신이 이런 관행의 직접 당사자이어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지사, 2005년 ‘한경’ 공동 주최 상에 참가비로 2200만원 내

<경남도민일보>는 지난해 7월16일 ‘지자체 ‘돈주고 상받기’ 만연’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경남도내 21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민선 3·4기 지자체 혹은 단체장 수상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경남도와 창원·마산·진해·양산시가 상을 받기 위한 접수비 명목으로 건당 최소 330만원에서 최고 22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주최측에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한국을 빛낸 CEO 상생경영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참가비로 주관처에 2200만원을 냈다. 창원시도 2005년과 2006년 연속 한국공공자치연구원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관한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을 받으면서 신청비와 심사비로 각 400만원씩 800만원을 냈고, 2006년 <매일경제>와 부즈앨런&해밀턴이 주관한 ‘지식경영대상’에 심사비와 컨설팅 비용으로 330만원, 한국언론인포럼이 주관한 ‘지방자치대상’을 받으면서 특집방송 촬영홍보비로 1200만원을 냈다.

거제시, 한국언론인포럼 주관 상 받으며 1200만원…경남도민일보 “돈 주고 상받기”

마산시는 2005년 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주관하는 ‘지방자치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990만원을 냈고, 2006년 한국언론인연합회와 월간 <정경뉴스>가 주관한 ‘지방자치발전대상’을 받으며 550만원, 2007년 <헤럴드경제>가 주관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로 황철곤 시장이 상을 받으면서 광고비로 33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거제시 역시 한국언론인포럼 주관 ‘2006 지방자치대상’을 수상하며 홍보광고비 명목으로 1200만원을 썼다.

이에 대해 경남도민일보는 3면 ‘정부는 ‘돌려먹기’ 언론·단체는 ‘돈벌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부처 주관이 아닌 언론사나 민간단체가 주는 상의 경우, 상당수가 ‘접수비’나 ‘신청금’을 내고 받는 이른바 ‘돈 놓고 상 먹기’였다”며 “(주최는) 한국공공자치연구원, 한국능률협회, 한국언론인포럼,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한국언론인연합회, 한국신문방송연구원 등 공기업과 언론유관단체 등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이들 중 몇개 단체는 정부 부처 시상과는 달리 신청비 혹은 접수비 등의 명목으로 자치단체에서 돈을 받고 있었다”며 “실적 쌓기에 목이 마른 자치단체의 욕구를 간파해 마케팅 수단, 나아가서는 돈벌이 수단으로 수상대회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11월 27일자 21면(전면광고)
수원시, 2006년 지방자치대상 수상에 1795만원 지출

수원지역 인터넷신문인 <수원시민신문>도 지난해 10월8일 ‘‘돈주고 상받기’ 혈세 낭비 의혹’ 기사에서 수원시를 상대로 민선 3·4기 수원시정평가 주요 수상 현황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그 결과, 수원시는 2006년 12월 한국언론인포럼이 주관한 행사에서 2006 지방자치대상 살기좋은 도시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접수비 1320만원, 홍보비 475만원 총 1795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는 2007년 6월 <동아닷컴> 등이 주관한 행사에서도 2007 대한민국 브랜드상 대상을 받으면서 접수비로 2200만원을 지출했다.

또, 수원시는 <동아일보>와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한 2004년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종합대상을 받기 위한 접수비 명목으로 최소 300만원, 관내홍보비로 878만원을, 2006년 4월에는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주관한 행사에서 ‘한국언론이 선정하는 지방자치 발전대상 종합대상’을 수상한 뒤 홍보비로 880만원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모 공공기관의 홍보 책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국가기관과 함께 상금을 걸고 시상하는 경우는 (수상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지만 그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지 않은 상, 특히 상금이 걸려 있지 않고, 수상자가 20~30명쯤 되는 상은 무조건 돈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일단 참가비를 받고 수상이 결정되면 추가로 돈을 더 받는다. 대개 명분은 행사비용과 타매체 홍보비용”이라고 전했다.

<알립니다>
위 기사 본문의 경남도민일보 인용 부분과 관련해, 경남도민일보는 “수상대회 주관 언론관련 단체 가운데 하나로 꼽은 전국지역신문협회는 신청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내역이 없다”며 “표현에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고 뒤늦게 정정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디어스는 경남도민일보의 첫 보도를 인용했기 때문에 경남도민일보가 정정보도한 내용을 반영해 보도할 수 없었습니다. 2009년 1월15일 전국지역신문협회의 요청으로 ‘전국지역신문협회’의 이름을 삭제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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