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민들이 직접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등 행정부의 일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언론자유 역시 국감과 무관하진 않다. KBS와 E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그리고 공영방송 이사들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끊임없는 정치·표적심의로 논란이 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장들이 피감기구로 국감장에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콩밭’(지역구)에 가 있다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감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극우·막말·권력해바라기 공영방송 이사 검증, △해직 언론인 원직복직, △방통위의 시청자미디어재단 인사 등 합의제 무시 낙하산 대행소 전락, △탈법적 광고 영업 종편에 대한 엄중 처벌 및 재발방지, △방통심의위의 제3자 명예훼손 심의 규정 개정 저지, △사각지대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조사 및 노동인권 보호 방안 마련, △저임금·모욕·장시간 노동 출판산업 종사자 처우 개선, △언론공정성 및 공익성 강화 방안, △신문 진흥 지원 대책, △정치권력 및 대주주의 ‘방송편성 자유·독립’ 침해 방지 대책 등을 국감 10대 과제로 선정했다.

언론노조, 극우·막말·권력해바라기 공영방송 이사 검증 등 국감 10대 과제 발표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감 10대 과제>를 발표했다(사진=언론노조)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방통위의 신임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밀실인사로 다수의 문제 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됐다”며 “공영방송 이사로서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공영방송 가치보다 정권을 위한, 정권의 이사들”이라면서 철저한 검증을 요청했다. KBS 이인호 이사장은 이미 공금 유용 해외출장 의혹과 방송 사유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상황이다. KBS 차기환·조우석 이사와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권혁철 이사는 극우·막말 논란이 벌어졌다. 부적절 인사를 선임한 방통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막말이 드러나 공영방송 이사는 물론 이사장으로서의 자격 논란이 벌어졌다.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해직 언론인 원직복직’에 대해 “공정보도를 외치다 회사에서 해고된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MBC에서는 이상호 기자가 대법원 판결로 복직됐지만 별도의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고 6명의 해직자들은 고등법원까지 무효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에서 상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YTN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3명의 해고자 복직은 더욱 요원해진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국회에서 나서지 않으면 해결될 방법이 요원하다는 얘기다.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낙하산 대행소로 전락한 방통위’와 관련해 “전국 규모로 새롭게 설립된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에 막말, 여권 편향 인사로 지목된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임명했다”며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을 야당 추천 상이위원들도 모르고 있었다. 그 자체로 합의제 정신을 위배하는 것으로 국회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종편의 탈법적 광고영업’에 대해서도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MBN미디어렙 광고 영업 일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벌어졌지만 방통위는 수개월째 조사만 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종편의 1사1렙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대해서도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와 직권으로 명예훼손성 글에 대해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닌 대통령이나 국가, 정치인 등 권력자 비판을 입막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 국감을 통해 철회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MBN폭행사건으로 드러난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인권’에 대해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임금 착취, 불평등한 근로계약 등을 국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언론노조는 SBS 예능 <런닝맨> 등 태영건설 인제스피디움을 홍보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제작되는 현실과 관련해 “민영방송은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자의 사업장 등이 직접 배경이 되거나 홍보가 의심되는 프로그램을 편성, 제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의 반대로 무산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 등에 대해서도 재추진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대한민국 언론자유 지수 추락 중…국감에서 따져달라”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국회 관련 상임위(미방위·교문위 등)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이 됐다”며 “국감기간 동안 잘 다뤄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문제제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될 수 있도록 청원입법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환균 위원장은 “방송의 날을 맞아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가 쓴 글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했던 언론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직상태로 남아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고 MBC노조에도 많은 것들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의 문제를 바로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국감을 해마다 열리는 연례행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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