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남성입니까, 여성입니까?’ 우리 사회에는 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는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지난달 28일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기존 남성에 대한 존칭인 ‘미스(MR)’와 여성에 대한 존칭인 ‘미세스(MRS)’ 또는 ‘미스(MS)’에 성 중립성 존칭인 ‘믹스(Mx)’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믹스(Mx)’ 공식 채택과 관련해 유엔인권정책센터(이사장 송호근)는 8일 “언어가 사람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쓸 수 있도록 한 조치”라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그간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슈얼(간성) 등 기존의 젠더 이분법에서 배제된 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분돼 있는 기존의 양성적 규범에 자신을 맞추도록 강요받아 왔다”며 “따라서 이번 ‘믹스(Mx)’ 용어 채택은 모든 성별 정체성에 대한 공식적인 존중이자 모두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의 확보라는 크나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결정들은 국제적 추세로 신장중이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에 대해 합법 결론을 내렸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 같은 역사적 판결을 환영하면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백악관 조명을 바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달 유엔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를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과 학대, 괴롭힘, 차별 등이 만연한 상황을 우려해 △요청이 있을 경우 당사자가 선호하는 성별이 명시된 법적 신분증명서를 불임수술과 강제치료 등 모욕적인 전제조건을 두지 않고 발급할 것, △포괄적이고 연령에 맞는 섹슈얼리티에 관한 교육을 제공할 것, △동성애자 또는 트랜스젠더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지원할 것 등을 각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이러한 국제적이고 역사적인 흐름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최근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 및 과천시 성평등조례의 성수수자 관련 조항이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양성평등기본법> 정의에 따르면,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지만 현재의 양상은 정부가 나서 양성평등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배제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도 덧붙였다.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이런 시기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성 중립적인 용어 채택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금 2011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에 권고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에 관한 최종견해를 상기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포함하고 성평등을 지향해 공문서에 성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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