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맞이한다. 1000회를 맞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3부작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5일 방송되는 ‘담장 위의 걷는 특권’은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권력자들의 특권을 고발한다. 12일 ‘사장님을 위한 비밀 매뉴얼’을 통해서는 재벌2~3세를 모시는 수행기사의 증언을 방영한다. 마지막으로 19일 ‘돈 가방 미스터리-반칙의 공모자들’에서는 수원역에서 발견된 5000만원 돈 가방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이 차례대로 전파를 타게 된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는 4일 SBS 목동 본사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의 성과와 과제>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SBS 후원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민인식 SBS 교양국장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을 나눠보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면서 조언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KBS를 대표하는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과 MBC <PD수첩>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연성?…그래서 성공했던 것”

199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시작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로 시작됐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시사·고발 성격이 추가됐고, 휴먼다큐, 정보제공 등 역할이 하나 둘 늘어갔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순천향대 홍경수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관련해 “미스터리성 고발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한 뒤, “시사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사회고발 성격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방송학회(회장 윤석년)는 4일 SBS 목동 본사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의 성과와 과제>라는 토론회를 열었다ⓒ미디어스

홍경수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 1000회까지 이어온 ‘생명력의 비결’을 “스토리텔링”에서 찾았다. 무엇보다 KBS를 대표하는 <추적60분>과 MBC <PD수첩>과 가장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홍경수 교수는 “타 사 두 프로그램은 제작자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다”며 “그래서 시청자들은 <추적60분>을 보면서 ‘내가 추적한다’는 생각보다는 제작자의 추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PD수첩> 역시 PD가 취재한 수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소재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그것은 프로그램 제목 영향이 크다. 시청자의 관점을 반영한 제목”이라고 강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심층과 감탄 그리고 반전의 수사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홍경수 교수의 설명이다. ‘심층’의 수사학은 “게다가”, “또다시”, “심지어”, “그리고”, “특히”, “결국” 등의 접속사와 부사로 대표된다. ‘감탄’의 수사학은 “과연”, “정말”, “도무지”, “신기하게도”, “대체”, “실로” 등의 감탄사 들이 쏟아진다. 마지막으로 진행자 김상중 씨의 대표적 유행어가 돼버린 “그런데 말입니다” 등의 반전의 수사학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방영돼 큰 주목을 받았던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누가 그들을 폭로자로 만드나?’ 편의 경우,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세모자, △허 목사 부자의 정체, △허 목사 VS 세모자 중 누가 진실을 말하나, △누가 그들을 폭로자로 만드나, △무속인의 정체 등의 그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반전의 수사’까지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홍경수 교수는 “어떻게 보면 완성된 한 편의 책과도 같은 구성”이라고 평가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차별화는 문성근을 비롯한 정진영, 김상중에 이르기까지 연기자들에게 진행을 맡기고 있는 점과 세트를 꼽기도 했다. 홍경수 교수는 “나레이션 등의 전달력이 성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세트 또한 시청자들로 하여금 탐정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과 큰 차이점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도 시청자들의 제보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 또한 “시청자들과 함께 문제를 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연구는 상업방송에 종사하는 제작자의 자율성이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제작자들보다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업방송이 공영방송사보다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압력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허물어진 사회고발의 공론장을 미흡하나마 지키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략)… 2015년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은 급속도로 위축돼 있다. 그 속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민감한 뉴스를 다루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_홍경수 교수 발제문 중

실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명박 정부 이후 KBS <추적60분> 그리고 MBC <PD수첩>과 비교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홍경수 교수는 “공영방송은 상업방송과 달리 사주가 없는 대신 경영진을 여당과 청와대가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현재 공영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오랫동안 제작해 왔던 제작자들을 다른 곳으로 파견하거나 흩어놓아서 의욕이 땅에 떨어져 있으며 대중적 영향력도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업방송은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거버넌스 구조를 가진 공영방송 PD보다 상대적인 자유성과 작업의 통일성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경수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 그동안 유지돼 왔던 힘이 오히려 ‘시사’만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은 시사이다보니 사회고발 등 구조적인 문제만을 이야기해야 했다”며 “그런 점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연성화 논란 등 한계를 인정하고 그 방식으로 접근해서 평가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 속에서 향후의 역할과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대 유홍식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타 시사프로그램과의 차이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큰 문제만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다. 그러다보니 정치권력의 영향도 받았고 사장 교체 시 압력도 생겼다”며 “그래서 현재처럼 존재감이 없어진 상태가 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성이 있어서 오히려 성공적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손병우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관련해 “유명한 송지나 작가가 참여함으로써 탐사보도이지만 완결된 하나의 추리물 형태를 띠게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다른 두 프로그램은 취재과정을 시간순서대로 구성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면, 해당 프로그램은 이미 결말이 내려진 것에 대해 최적의 전달을 위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쉬움으로 “스토리텔링의 덫에 빠진 부분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토리로 구성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템에 대해서도 숙달된 구성논리와 감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 태영 다룰 수 있나?…과감한 소재선택 필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박두선 CP(책임PD)는 “데스크이다보니 후배들이 가져오는 아이템을 제한하기도 한다”며 “그것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과 기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차별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와 국정원 해킹사건 등에 대한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슈가 터졌기 때문이 기준은 아니다”라면서 “SNS나 인터넷, 종편에서 분량적으로 보도되고 중계방송되기 때문에 우리는 단술전달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충분히 제작 자율성을 느끼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어느 정도 자기 검열은 있지만 그 외의 것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박두선 CP는 “1000회는 이 사회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명성을 이어가고 싶다. 사회에 공헌하는 자세로 만들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과감함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왔다. 플로어에 있던 경희대 이기형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차별화’라고 하지만 밑에서 일하는 제작진들을 눈치 볼 수 있다”며 “태영을 상대로 한 심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와 MBC 두 뼈대가 깊은 프로그램이 위축되고 박살났다. 그것에 대한 반사이익일 수 있고 고군분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기훈 대필사건 관련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잘 봤는데 이 같은 긴 호흡의 에피소드가 더 주기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중부대 송인덕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따끔한 말을 드리면, 다른 방송사에서 다루지 않는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것 또한 차별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것들을 고려해 소재선정도 과감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청률이 유지의 원동력이 된다’는 주장에 송인덕 교수는 “사회고발 프로그램은 비록 시청률이 바닥을 친다고 해도 그 방송사의 이미지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과감한 소재선택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시청률에만 옭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