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본사 PD가 외주제작 독립PD를 폭행해 안면골절상을 입힌 사건에 대해 MBN 측이 공식 사과하면서 사건 발발 71일 만에 일단락된 분위기다. 한국독립PD협회는 ‘1인시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 이하 독립PD협회)는 3일 MBN 배철호 제작본부장이 폭행을 당한 독립PD를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 입장을 전달해 MBN 사옥 앞에서 7주간 진행돼 왔던 1인시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24일 MBN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모 프로덕션 소속 독립PD가 신규 프로그램 인트로 영상을 시사한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폭행당하며 시작됐다. 독립PD협회는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해당 사건을 ‘갑과을’ 관계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MBN 측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청하며 1인시위를 진행해왔다. (▷관련기사 : 외주제작사 독립PD, MBN PD에게 맞아 ‘안면골절’)

▲ (사)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는 15일 MBN 앞에서 <종편채널 MBN의 독립PD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미디어스

그렇지만 MBN 측은 해당 사건을 ‘사인 간의 폭행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과 등을 거부해왔다. 이에 독립PD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상해죄’로 검찰조사를 요청하고 오는 정기국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MBN 측은 독립PD협회 측과 만나 제작사와 피해PD에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MBN 배철호 제작본부장은 ‘알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 제작국 소속 PD와 프리랜서 PD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외주제작사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또한 “비록 취중에 벌어진 상황일지라도 회사 차원에서 MBN 조직원과 방송인으로서 품위를 잃은 행위에 대해 해당자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렸다”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신고센터 운영 등 엄격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차원의 제도 마련에 앞서 모든 스태프는 작품을 함께 만드는 가족이라는 인식을 갖고 말과 행동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독립PD협회 복진오 권익위원장은 “늦었지만 MBN 측에서 제작사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의사를 전달했다”며 “피해자 측에서도 흔쾌히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MBN 측에서 재발장지 신고센터 등을 자체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보여 일단 현장 1인시위는 중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독립PD협회는 MBN폭행사건과 관련해 △상해죄 관련 검찰조사 요청, △불공정·부당행위에 대한 갑을관계 실태조사, △MBN법 제정 및 독립PD들의 인권침해 방지제도 마련 등의 활동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래는 독립PD협회 복진오 권익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는 31일 오전10시 서울중앙지검에 ‘MBN 독립PD 상해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 진정서’를 제출했다. 복진오 감독과 김영미PD의 모습ⓒ미디어스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스템’ 등에 대한 점검 기회가 되어야 한다”

- MBN 측에서 사과를 했다고 들었다. 경위는?

“MBN 제작본부장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해를 받은 프로덕션과 독립PD를 직접 찾아가 사과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피해자 측에서도 흔쾌히 진정한 사과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무엇보다 MBN에서 재발방지 및 신고센터를 자체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사과를 위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초기에 발 빠르게 수습을 했어야 했고, 지금까지 사태를 끌어온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사과한 것으로 인정하고 현장 1인시위를 중단하고 결정했다”

- 31일 검찰에 ‘상해죄’와 관련해 수사요청을 한 것은 그렇다면 취하되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니다. 독립PD협회가 제출한 수사요청서에 대해 검사가 직접 검토를 했나보다. 당일 연락이 와서 검사는 ‘수사요청’이 아닌 ‘고발장으로 접수하라’라고 이야기했다. 고발인으로 접수해서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는 마무리할 예정이다. MBN 측에서도 폭행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고발을 통한 진상규명을 원했다. 다른 무엇보다 그 방법이 해당 사건의 명백한 진위를 알 수 있는 길이라고 MBN 측에서도 우리도 입장이 같다고 본다”

- 독립PD협회에 MBN폭행사건은 방송가 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사실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행사건은 책임자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최소한 방송가에서 이 같은 폭행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격침해성 폭언이나 화풀이성 신경질적인 반응들은 여전히 만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폭행사건’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스템’ 등에 대한 점검 기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동반자적 협력관계에서 앞으로는 독립PD 뿐 아니라 작가, 기획자 등 방송사 외주 종사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노동환경, 처우 문제에 대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또한 방송사 내 외주관리 PD들이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안 독립PD들에 대해 존중성을 가지고 대해줄 것이라고 본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수정을 지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이제는 이 같은 화풀이 문화를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MBN폭행사건이 방송가 외주 인력들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이다. 내부 분위기를 보면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 이상 숨기면 안 된다는 인식들이 많아지고 있다. MBN 폭행사건에 대한 1인시위 종료를 결정한 어제 역시 문자를 하나 받았다. 모 프로덕션으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이제 하소연할 때가 필요하면 독립PD협회로 연락을 주신다. 이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 숨어서 감당하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 자책으로 넘어가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서서 요구하고 싸워서 시정해야한다는 사례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이다. MBN 폭행사건이 내부 독립PD들 사이에 부당한 사건에 대해 공론화해야한다는 인식이 커지는데 큰 계기가 된 것이다”

- 독립PD협회의 향후, 계획은?

“앞서 이야기했듯 MBN폭행사건은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밝혀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독립PD협회는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를 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 중 불법하고 부당한 거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독립PD들의 노동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본질적으로 독립PD들에 대한 인권침해 방지제도 등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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