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GDP(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배경에는 ‘강성 노조의 쇠파이프’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드려 패지 않았습니까? 공권력이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대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3만 달러 넘어갔습니다. CNN에 연일 매 시간 쇠파이프로 경찰 두드려 패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습니까?”

당장 민주노총은 김무성 대표가 “노동자 비정규직과 청년 일자리를 희생양으로 삼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전 국민을 상대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노조 할 권리’를 부정했다고 반발했다. GDP 3만달러 진입을 곧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만큼, 해당 발언의 파장은 컸다.

3일 JTBC <뉴스룸>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해당 발언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대기업 노조의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겼을지 △CNN에 노조가 연일 쇠파이프로 경찰 때리는 장면이 보도돼 투자를 주저하는 게 맞는지 두 가지에 집중했는데,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대부분 사실과는 다른 ‘일방적 주장’에 가까웠다.

3만달러 진입은 ‘다각적 원인’으로 지연… 2009년 이후 노조 폭력 보도 없어

‘팩트체크’는 GDP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간 나라들이 1만달러를 더 올리기까지 평균 10.3년이 걸렸다고 분석한 2007년 LG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들어, 현재 시점에서 ‘누구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탓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만달러, 3만달러 수치는 사실 환율 변동에 따라 크게 바뀌기 때문에 글로벌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3만달러 달성 시점이 많이 늦어진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에 우리 성장 활력 자체도 한 단계 떨어지면서 3만달러 달성을 더 어렵게 하는 흐름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GDP 3만달러를 넘은 선진국들은 그 시기에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가계부채도 떨어졌지만 한국은 소비가 줄고 부채도 느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자료를 언급하며, ‘노사 문제’ 하나 때문에 3만달러 시대가 발목 잡혔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 3일자 JTBC <뉴스룸> 팩트체크 보도

노조가 경찰을 때리는 장면이 CNN에서 연일 방송되는지에 대해서도 짚었으나, 2009년 7월 쌍용차 사태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이어, CNN 본사 국제 뉴스소스 서비스팀에 ‘한국 노조가 공권력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된 보도 내역’이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마찬가지로 쌍용차 이후로는 방송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김필규 기자는 “찾는 과정에서 누락된 게 있을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대로 연일 방송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팩트체크는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노조(22.8%)를 2위로 꼽은 전경련의 2009년 설문조사를 제시했는데, 35.6%의 응답을 얻은 1위는 ‘국회/정치권’이었다고 밝혔다. 3위는 정부(10%)였고 언론(8.6%), 기업(6.4%), 시민단체(4.2%)가 뒤를 이었다.

2013년 코트라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투자 시 가장 우려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노사관계’(6.5%)로 4위에 그쳤다. 사업 용이성(30.0%)이 압도적인 1위였고, 정부 규제 및 투명성(13.0%)이 2위, 정치적 안정성(10.5%)이 3위였다. 김무성 대표가 문제 삼은 노조보다 정부나 정치권 영향력 안에 있는 항목의 순위가 더 높았다.

▲ 3일자 JTBC <뉴스룸> 팩트체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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