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닛케이그룹에 매각됐다. 국내에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미디어그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유력한 경제전문지 중의 하나인 FT를 8억44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는 소식은 글로벌 미디어업계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인수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FT를 인수한 일본 닛케이그룹은 일본경제신문을 주력으로 TV도쿄, TV오사카 등의 민방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내 5위권의 미디어그룹이다. 이번 인수 결정은 닛케이그룹이 글로벌 경제 매체로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그간 FT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비해 보여준 발 빠른 대응이 크게 평가받았다는 분위기이다. FT는 활자 신문의 침체 속에서 온라인 유료 구독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2001년부터 진행해왔다. 2007년부터는 종량제 형태의 유료화 모델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 유료가입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고 꾸준한 증가추세이다.

하지만 뉴스콘텐츠의 온라인 유료화에 있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앞서 언급한 FT와 WSJ 정도이다. 공교롭게도 두 신문은 경제전문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달리 해석해보면 경제와 관련한 정보에는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뉴욕타임스는 2005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뉴스콘텐츠의 유료화를 추진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온라인 뉴스는 공짜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뉴스가 공짜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온라인 유료 뉴스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용저항은 높다. 더욱이 국내 인터넷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도 온라인 콘텐츠는 공짜로 인식된다. 온라인에는 무료 뉴스콘텐츠가 범람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언제나 뉴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뉴스는 공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뉴스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재원의 보전이 필수적이다. 활자 신문시대에는 구독료를 받기는 했지만 재원의 대부분이 광고로 충당되었다. 온라인 뉴스콘텐츠도 기본적으로 광고수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콘텐츠 시장은 진출입 장벽이 낮은 특성으로 인해 매체사가 범람하고 있으며, 기사 클릭수와 같은 이용량이 광고수익으로 이어지는 수익체계는 ‘낚시기사’나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과 같은 기사형 광고의 양상으로 이어진다.

온라인 뉴스콘텐츠의 유료화가 뉴스의 품질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유료화를 추진하면서 질이 높고 차별화된 뉴스콘텐츠 제공하면 독자들은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자사의 뉴스콘텐츠를 이용할 것이라 봤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졌던 뉴욕타임스조차도 온라인 뉴스콘텐츠 유료화에서는 쓴맛을 봤다.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그만큼 자유롭고 친자본주의적이다. 더욱이 매체사와 이용자 사이에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광고수익은 다시 잘게 쪼개진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뉴스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 종합지는 물론, 경제전문지들도 섣불리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온라인 뉴스콘텐츠의 품질이 확연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회복을 위한 방안의 강구는 필수불가결하다. 만약 온라인 뉴스콘텐츠의 유료화가 뉴스콘텐츠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공적지원이나 유통 부분의 지원을 등을 통한 유료화 모델도 생각해봄직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원모델은 일시 방편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뉴스생태계에 대한 보다 범국민적 논의와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crowdsourcing journalism)과 같은 대안 저널리즘의 강구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박수철 _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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