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JTBC <SKT와 함께하는 히든싱어>처럼 협찬주의 명칭이나 로고·상품명 등을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붙일 수 있도록 하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타이틀스폰서십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 언론연대)가 3일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방통위 이헌 과장의 방송 협찬 전면 허용 발언에 대한 입장, △‘제목광고’ 도입을 포함한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장, △협찬 제도 개선에 대한 계획 등을 따져 물었다. 방통위 이헌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보도·시사·논평·토론 등의 프로그램이 협찬을 받더라도, 협찬고지 규칙을 어기거나 협찬주에 대한 광고효과를 드러냈을 때에만 규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협찬을 받더라도 고지만 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타이틀스폰서십 허용 등 방송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키는 규칙 개정안이 나오는 동안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제기된 것이다.

▲ 프로그램 전 CM에 협찬명 들어간 사례.The body shop의 광고시간에 협찬명인 SK텔레콤의 광고효과가 될 수 있어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자료=방통위)
언론연대는 방통위 이헌 과장의 발언과 관련해 “방통위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대하여 협찬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면서 “이헌 과장의 협찬 관련 법률해석이 방통위의 공식입장이며,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도 동의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같은 해석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200년 결정문(2002헌바49)에서 “협찬고지의 허용범위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법률조항은 논리적으로 협찬의 허용범위를 규율하고 있다”면서 ‘협찬교지의 허용범위’와 ‘협찬의 허용범위’를 동일하다고 봤다는 게 언론연대의 지적이다. 경인방송은 한국담배인삼공사로부터 협찬을 받고 이를 고지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자 위헌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언론연대는 “‘현행 협찬제도는 협찬허용 범위와는 무관하다’는 이헌 과장의 주장은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면서 “그의 주장대로라면 정당이든,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을 제공하는 자든, 사채업자든 그 누구든 방송에 협찬을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고, 심지어 이런 협찬주들이 보도에 협찬을 하더라도 고지만 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방통위의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현행법과도 충돌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방송법 시행령> 제60조(협찬고지)는 시사·보도·논평 또는 시사토론프로그램은 협찬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를 통해 “방송사업자는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특정상품이나 장소, 명칭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신설했다. 또한 동 규정 제6조(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 등 사용)에서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도·시사·논평·토론 프로그램은 제외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를 종합해보면, 방통위는 보도·시사·논평·토론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협찬은 허용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언론연대가 “그동안 확립돼온 협찬제도의 질서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연대는 타이틀스폰서십 허용에 대해서도 “사실상 제목광고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이는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시청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 재원 마련에 있어서도 별다른 효과 없이 특정 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 편중만 심해질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기업 홍보성 방송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원안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며 “시청자, 언론시민단체의 반대의견이 방통위 내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시민단체들은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문제를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이 바로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행정 예고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입장을 내놓기 않고 있다”고 우려를 더했다. 공개질의서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지난 2일 방송프로그램의 타이틀스폰서십을 금지(문화예술행사 및 스포츠행사의 중계 등은 제외)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관련기사 : 국회, '제목 광고' 허용 추진 방통위에 ‘제동’) 같은 당의 최민희 의원 또한 <방송협찬 문제점 및 개선방향 분석보고서>를 발표하고 협찬고지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관련기사 : “협찬을 위한 방송 만들라는 방통위 협찬고지규칙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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