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수요일 밤 예능 ‘연쇄쇼핑가족’ 2회가 다룬 주제는 ‘차 쇼핑’. 이 주제만큼 고민이 되는 주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역시 고민의 크기만큼 MC들의 대화는 길었고, 답이 안 나는 대화만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현명함을 보인 게 ‘연쇄쇼핑가족’.
<연쇄쇼핑가족>은 선택장애에 빠진 현대인들의 소비 욕망을 낱낱이 분석하는 신개념 쇼핑 심리 토크쇼로, 프로그램 초반부를 영수증 토크쇼로 할애 MC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한다.
이영자, 박명수, 박지윤, 써니, 박원. 다섯 MC의 소비 패턴은 단순히 지켜보고 분석하는 재미도 있지만, 자신의 소비 패턴이 과연 옳은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전하고 부담이 없는 편이다. 초반 프로그램의 윤활유가 되기 위한 예열 시간이라 봐도 될 이 시간은 후반 약간은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주는 무거움을 상쇄하는 역할을 해 칭찬할 만하다.
프로그램엔 스튜디오에서 심리 토크쇼를 진행하는 MC 팀과 세트나 야외에서 미리 녹화를 진행하는 시트콤 팀인 사라네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들이 등장한다.
<연쇄쇼핑가족> 2화는 의.식.주의 시대를 넘어 의.식.주,차 시대에 ‘천오백만 원으로 ‘외제차’를 쇼핑하고자 하는 백사라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하는 시대의 고민, '하우스 푸어' 현상과 맞먹는 '카푸어' 현상의 시대를 조명했다.
엄마, 아빠, 언니, 형부, 조카까지 3대가 복작복작 모여 사는 집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고,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백사라가 자그마한 탈출구를 찾아 헤맨 것이 바로 자동차 쇼핑. 답답한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탈출하고자 하는 백사라(송지은)는 힘들게 모은 천오백만 원의 통장 잔액으로 차를 사고자 고민에 빠진다.
차를 사라고 부추기는 재수학원 동기 제씨와 적극적으로 말리는 소셜커머스 팀장 정은호의 코치에 백사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집 또한 비슷한 상황. 형부와 언니는 차를 빌려 타려 부추기는 입장. 아버지는 고물차를 넘기려 하는 각자 다른 입장을 보인다.
극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는 역할의 백사라이니만큼 더욱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름 잘 나간다는 친구 제씨, ‘하차감’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과시욕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차를 권하는 제씨의 부추김은 더욱 큰 고민을 안겨준다.
사실 차를 사려 할 때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디자인과 성능, 효율성 부분인데 극 속 선택장애를 겪는 백사라는 또 얼마나 고민이었을지 그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쇄쇼핑가족>은 이런 선택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전문가를 초빙해 훈수를 들었다. 이미 타 프로그램에 나와 조금은 알려진 전문지 편집장 신동헌의 쇼핑 팁은 유용했고, 선택장애에 빠져 고민이던 시청자의 고민을 작게나마 풀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유모차조차 쓸 만한 것은 100만 원대 이상이고 좋은 것은 200만 원대인 것을 알려주며, 차 또한 그런 고민과 소유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린 것은 우리가 고민하는 것이 쓸데없는 것이 아님을 알리며 같은 고민의 장에 낄 수 있게 한 부분이다.
자신도 중요하지만 언니도 쓸 수 있는 SUV를 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외제차를 살 것인가? 의 기로에서 흔들리던 백사라. 그녀의 최종 결정은 그 중간이었지만 시트콤이니만큼 반전이 있어, 힘들 게 산 차에 디젤유가 아닌 휘발유를 넣는 사고를 내 거덜 나는 모습을 보여 웃프게 했다.
<연쇄쇼핑가족>은 시청자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분석해 토론하는 심리 토크쇼로 공감도를 높였다. 1화에서 고민한 ‘교육 쇼핑’에 관한 부분도 공감도는 높았고, 2화에서 보인 ‘차 쇼핑’ 또한 무척이나 고민하는 주제여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자신에 필요한 것이 무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선택 장애. 다른 이의 고민과 자신의 고민을 맞춰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