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이 예측한 중국 열병식 박근혜 대통령 자리 배치도 캡처

TV조선이 합성해 만든 중국 열병식 참석 귀빈 자리 배치도이다. 이 사진은 2일 방송을 통해 수차례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채널A 또한 다르지 않았다. 종편들은 “(열병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 서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를 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의 왼쪽에 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종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위치 예측보도를 근 일주일여 동안 쏟아냈다.

조중동을 비롯해 TV조선·채널A 등 거의 모든 매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관심의 대상이 좀 유별났다. 한중관계의 개선이나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서 어떤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예우’, ‘파격대우’, ‘특급대우’ 같은 것에 맞춰졌다. 중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많다는 얘기까지 그대로 보도됐다.

TV조선·채널A “박근혜 대통령, 1위 자리 시진핑 왼쪽에 설 것” 집착에 가까운 보도

2일 채널A <시사인사이드>에 출연한 이양수 설악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서 인기기 많다”며 “중국에서 출간된 책(<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도 많이 팔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내 부인들에게 ‘박근혜 닮았다’고 하면 좋아한다. 연예인 인기를 구가하는 것”이라고 밑도 끝도 없는 칭송을 쏟아냈다. 그리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당시 받았던 예우를 보여주며 ‘대통령의 의전에는 숨은 OOO이 있다’는 판넬까지 준비했다. △마오쩌둥의 애마, △펑리위안 변수, △댜오위타이 18호, △경호 ‘충성경쟁’ 등을 대통령 방중에서 주요하게 봐야 할 것으로 꼽았다. 어떤 의전과 예우를 받을 것인지에만 관심을 보인 셈이다.

▲ 2일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전에 대한 사전 리포트를 내보냈다

채널A <시사인사이드>에 출연한 동아일보 편집국 하종대 부국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공됐던 ‘마오쩌둥의 애마’ 홍치를 두고 “저 차를 항상 모든 정상에 내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이 애마를 어떤 사람은 내주고 안 내주고 그런다”며 “고급차들이 있는데, 홍치는 그것보다 ‘더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다. 방탄을 워낙 세게 해서 전체 무게가 3톤이 넘고 실내장식도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차량의 한 대 가격이 10억 원이 넘으며 경매에 나와 8억 원에 판매됐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댜도위타이 18호’와 관련해서도 채널A는 “국가정상에게 제공하는 단독 별채”라며 “서유럽 정상들이 왔을 때에 제공되는 가장 고급스러운 곳”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서 어떤 자리에 서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어디에 서게 되는 것인지 중요하다”며 “시진핑의 왼쪽이 1위 자리이고 오른쪽이 2위 자리”라고 설명했다. 펑리위안 여사가 열병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걸 ‘변수’로 꼽기도 했다.

▲ 채널A가 예측한 중국 열병식 박근혜 대통령 자리 배치도 캡처

TV조선도 같은 날 <뉴스를 쏘다>에서 역시 텐안먼(천안문) 망루에 설 때,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위치에 서느냐는 펑리위안 여사 참석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합성 사진까지 만들었다. 합성사진에서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왼쪽, 1위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TV조선은 이 밖에도 ‘속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복장이 전용기 탑승과 베이징 착륙 옷 색깔과 달랐다”며 “중국이 붉은 색 계열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해 갈아입은 것 같다” 같은 것들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외교다. 내일(열병식)이 패션외교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는 언급까지 있었다. TV조선은 펑리위안 여사가 과거 ‘시진핑이 김수현을 닮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주목해 보도하기까지 했다.

▲ 펑리위안 여사의 "시진핑, 도민준과 닮았다"라는 과거 발언 리포트 내보낸 TV조선

중국 열병식 박근혜 대통령 자리 예측 빗나가자…‘북한 보다는’

3일, 드디어 이목이 집중됐던 열병식이 열렸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의 예측은 빗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왼쪽에 서게 될 것’이라던 하루 전의 호들갑은 완전히 엉뚱한 소리가 됐다. 시진핑 주석의 왼쪽에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이 섰고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그것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 그 다음 자리에 섰다.

▲ 중국 열병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예측과 달리 푸틴 대통령보다 오른쪽에 선 것을 보도하는 TV조선과 채널A

그러자 당황한 채널A는 <특집 시사인사이드>를 통해 “우리가 며칠 째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옆에 서느냐 마느냐를 두고 이야기를 했는데…시진핑 옆옆”이라며 “푸틴이 오른쪽에 자리했고 그 다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외빈을 초청했기 때문으로 외교적 관례를 따른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우리나라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보다 중요한 자리에 서지 않을까 예측했는데, 사실은 중국언론은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열병식 관련 특집 기사를 쓸 때에도 시진핑 바로 아래 따로 칼럼을 만들어 푸틴 대통령을 동경하는 게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었다”고 어제와는 전혀 달리 담담히 소식을 이어갔다.

TV조선 <뉴스특보>는 “망루에 배치를 봤느냐”며 “정말 중국이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극진하게 한다. 극진하게”라고 딴청을 피웠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해당 방송에서 “북한 김정은이 보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면서 “61년 전 사실 모택동 옆에 김일성이 서 있었다. 그런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병식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보다 상석에 위치할 것이라고 예측보도를 쏟아내다가 빗나가자 비교대상을 북한으로 돌린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최룡해 비서의 입장 장면을 비교해서 설명하는 채널A의 리포트

채널A <특집 시사인사이드>는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외빈의 맨 끝자리로 카메라에 계속 안 비추더라”며 “(시진핑 옆옆 자리)박근혜 대통령과도 30미터 떨어져 있다. 말 그대로 국제고아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고 강조했다. 채널A는 <뉴스특보>에서 장제원 새누리당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룡해 비서가 열병식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은 표정부터 밝다. 펑리위안과 대화도 나누지 않느냐”면서 “최룡해는 표정을 보면 위축된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에 와서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극진한 예우를 하는 것을 보고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굴욕’이라고 평가했다. 채널A는 해당 장면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부부가 ‘환담을 나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과연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채널A의 박근혜 대통령의 '파격 대우'라는 리포트

채널A <뉴스특보>는 하지만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파격대우’라면서 △유일하게 시진핑 부부와 잠시 환담(대화)를 비롯해 △시진핑과 나란히 텬안먼 입장(동선), △영접팀에 전용대기실까지(특별) 등을 강조했다. 채널A는 “정상 30명 중 오찬은 유일했다”면서 “대부분의 정상들은 오찬을 하더라도 마주 앉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했다. 특히, 오찬 중 박근혜 대통령의 애창곡인 <빙고>가 연주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네티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퍄오다제’라는 큰 누님으로 붙여 호감도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TV조선·채널A “박근혜 대통령 특별·파격 대우 받았다” 한 목소리…미모칭찬도

‘패션외교’ 역시 여지 없었다. 채널A <뉴스특보>에서 동국대 강훈식 겸임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노란색 옷을 착용한 것을 두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하되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과잉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황금색은 황후의 옷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그를 피하고 이목을 띄는 노란색을 선택한 것으로 예의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펑리위안 여사가 빨간색 옷을 입을 것과 맞추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덧붙였다. 여기에 장제원 새누리당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모가 떨어졌다면 큰일 날 뻔했다”며 “펑리위안은 연예인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인데, 미모를 비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외모 비교까지 덧붙였다.

▲ TV조선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급대우라는 리포트

TV조선 <뉴스를 쏘다> 역시 자리는 접어두고,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급대우를 했다고 강조하는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손님이니 잘 모시라”는 특별지시를 했다거나, 오찬장에 첨밀밀과 아리랑 등 한중 간 ‘노래외교’가 펼쳐졌다는 얘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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