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 것 등 KBS 보도와 인사에 부당개입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해임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 길환영 전 KBS 사장이 대통령과 KBS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무효소송에서 패소했다. (사진=KBS)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3일 길환영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KBS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을 해임할 때 들었던 △직무능력 상실 △세월호 오보 책임 △재정적자 등 3가지 사유 가운데 직무능력 상실, 세월호 오보 책임 2가지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길환영 전 사장은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고 외부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었다”면서 “보도개입 의혹이 확산됐을 당시 길환영 사장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조직관리 능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사태 수습과 직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임은) 공적인 기능 회복을 위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BS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 사안을 확인하고 보도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 또 길환영 전 사장은 KBS 대표로서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여서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등 오보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KBS이사회에서 해임 안건이 논의되고 여러 차례 이사회를 진행하면서 의견진술 등 항변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임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한 길환영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해 도마에 올랐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 발언에 대해 해명한 후 “권력의 눈치만을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 보도국의 자율성을 침해한 길환영 KBS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윤창중 아이템을 톱 뉴스에서 내릴 것 △국정원 대선개입 건을 뒤로 보낼 것 △박근혜 대통령 동정은 20분 내 뉴스 초반에 보도할 것 △세월호 보도 때 해경 비판을 자제할 것 등 길 전 사장이 매우 구체적으로 보도에 개입해 왔다고 폭로했다. KBS 구성원뿐 아니라 언론계 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빗발쳤다.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복수노조가 된 후 처음으로 공동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KBS이사회는 지난해 6월 5일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고,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로 해임 처분됐다.

길환영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불편부당하게 보도하도록 지시한 것뿐 공정방송 의무에 위반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KBS 사측을 상대로 지난 8월 해임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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