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예상됐던 대로 이인호 이사가 10기 KBS이사회 신임 이사장을 꿰찼다. 이인호 ‘이사’ 연임에 이어 ‘이사장 연임’에도 성공했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일 오후 4시, 신임 이사장 호선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3일 KBS이사 임명을 마치고 나서부터, 가장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관행’대로 이인호 이사(1936년생)가 이사장이 되리라는 관측이 높았고 역시나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 이인호 이사가 이번 10기 KBS이사회에서 이사장이 되어 이사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이사장 선출’ 단 하나의 안건만 있었던 이날 이사회는 비공개로 장시간 진행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가 노보를 통해 제기한 ‘이인호 이사장의 공금 유용 및 방송개입’ 의혹에 대해 감사를 한 후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한국전쟁 유업재단 초청을 받아 ‘역사학자’라는 개인 자격으로 출장을 간 이인호 이사장에게 KBS가 이사회 사무국 직원을 붙여주고 1100여만원의 공금을 소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관련기사 : <KBS, 이인호 이사장 개인 출장에 ‘공금’ 사용 논란>)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감사는 받겠지만 이사장 선임은 오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야당이사들은 회의 시작 2시간 30분여 만에 ‘결렬’을 선언하고 전원 퇴장했다. 이후, 여당이사들의 단독처리로 이인호 이사장이 10기 이사장이 되었다.

새 노조는 이사회 직후 곧장 낸 성명에서 “KBS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권 추천 이사들의 독단적인 결정에 따라 이인호 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이인호 이사는 전 이사회에 보궐로 들어와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노골적인 방송개입을 수차례 반복했다. 또 이사장직을 맡고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관을 공공연히 공개적으로 피력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온 인물”이라며 “최근에는 개인용무에 회사 공금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방송 제작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새 노조는 이인호 씨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백하게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이인호 씨를 이사장은 물론 이사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야당이사 4인(권태선·김서중·장주영·전영일) 또한 성명을 통해 “공금 유용 의혹 해소 없이 강행한 이사장 선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이인호 이사가 결백하다면 우선 감사 요구를 수용하고 그 결과를 기다린 후 다시 이사장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를 비롯한 여권 추천이사들은 우리의 합리적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이사장 선임을 강행했다”며 “이런 행위는 한국방송이 공적책임을 다하도록 견인해야 할 이사회가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야당이사들 성명 전문.

공금 유용 의혹 해소 없이 강행한 이사장 선임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 한국방송공사(KBS)의 제 10기 이사로서 직무를 시작하면서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지켜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고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송법은 KBS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할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KBS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를 두는 이유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사장을 선임하는 첫 이사회부터 10기 이사회가 본연의 의무인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책무를 다할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장은 그 누구보다도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투철해야 하며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불편부당한 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수의 이사가 강행해서 이사장으로 선출한 이인호 이사는 9기 이사장 시절 프로그램 내용에 개입하거나 역사관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는 방송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KBS의 공공성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이인호 이사에게 공금유용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노보는 이인호 이사가 9기 이사장 재임 시절, 개인용무로 미국을 방문하면서 출장으로 처리해 KBS에서 1100만원의 출장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 그의 출장을 계기로 <다큐공감> 프로그램 편성에 변경이 이뤄지고, 전례에 훨씬 벗어난 예산투입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노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공영방송 이사장은 물론, 이사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들은 우선 노보에서 제기된 공금유용 의혹 등이 제대로 규명된 후로 이사장 선임을 미룰 것을 제안했습니다. 감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이 해명된 후, 다시 이사장의 자격과 책임감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와 KBS 이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공금유용 의혹을 먼저 해소하지 않고 그를 이사장으로 선임한다면, 이인호 이사 자신은 물론이고 10기 이사회와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인호 이사가 결백하다면 우선 감사 요구를 수용하고 그 결과를 기다린 후 다시 이사장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를 비롯한 여권 추천이사들은 우리의 합리적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이사장 선임을 강행하였습니다.

이런 행위는 한국방송이 공적책임을 다하도록 견인해야 할 이사회가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방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 그대로 이인호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은 방송법의 취지를 거스르고 국민의 의사를 배반한 행위임을 엄중하게 선언하며 이후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우리의 간곡한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처리를 감행한 이인호 이사를 비롯한 나머지 이사들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2015년 9월 2일
KBS이사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전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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