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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공성 복원하자고? 아니, 구축할 때다”저널리즘의 붕괴, 콘텐츠 상업화, 플랫폼 비대화 제어할 방법은?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8.31 09:37

지상파는 공공적일 수 있을까. 지상파 플랫폼은 직접수신율 6%로 사실상 붕괴했고, 콘텐츠가 유료방송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지상파가 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해 버린 지금 ‘지상파와 지상파DMB 등 공적 플랫폼을 활용해 방송공공성을 복원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어찌 보면 허망할 수 있다. 지상파는 ‘제 값 받기’에만 바쁘다.

붕괴한 것은 무료보편 방송 플랫폼만이 아니다. 콘텐츠마저 상업화하고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가 급격하게 늘고 플랫폼사업자들도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경쟁은 심해졌지만,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게다가 지상파가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 또한 저물고 있다. 방송 저널리즘의 마지노선으로 불린 공영방송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요컨대 현재 방송은 저널리즘의 붕괴, 콘텐츠 상업화, 플랫폼 비대화로 정리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제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상파방송사들이 이 문제들을 동시에 접근해야 결과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강화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뉴스와 콘텐츠에서 공적 역할을 강화하면서 공적 수신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공적 주체’는 지상파뿐이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 플랫폼 복원’을 위한 정책은 이미 여러 차례 여러 경로로 제안된 바 있다. 저널리즘 단위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해 공영방송이 ‘권력에 독립적으로’ 뉴스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플랫폼 정책으로는 직접수신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다채널서비스(MMS)를 전면 도입하고, 지상파DMB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적 재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된 정책은 없다. 대선 공약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MMS는 EBS2만 시범방송 중이다. UHD방송은 ‘빠르게 하겠다’는 마스터플랜만 잡혀 있다. DMB는 고화질 유료방송에 밀려 났다.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지상파는 ‘공적 책임’을 묻는 질문에 “재원 구조가 취약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모습이 반복됐다.

   
▲ (사진=미디어스)

사정이 이러니, 시청자단체들은 “직접수신율을 올리기 위해 지상파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만을 반복한다. 책임은 큰 그림을 못 그리는, 아니 안 그리는 정부와 지상파에 공히 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운동본부 팀장 이야기다. “UHD방송을 한다고 하니 5년 전이 생각난다. 5년 전 3DTV를 샀던 분들, 지금 그 3D 안경 어디에 있나.” 3DTV 사라더니 어느 새 뒷짐을 진 정부와 사업자들의 모습은 지금 방송정책에 큰 그림이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흥’과 ‘규제완화’에 목매고 있다 보니 지상파마저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유료방송플랫폼에 가입자 당 대가를 올려 받는데 혈안이고, VOD 가격을 올렸다. 서흥수 KBS 기술기획부장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상업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것을 제어하고 본연의 위치에서 경쟁력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방송사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박사(중앙대 신문방송학과)는 “유료방송이 값이 싸고 커스토머 서비스도 잘 돼 있지만, 다채널서비스가 진작에 도입됐다면 (공공서비스 플랫폼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방송정책은 공공플랫폼이 더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우호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좋은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도달 방식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희 박사는 이어 “공공서비스 플랫폼을 복원하자고 하지만, 공공서비스와 공영방송의 역할은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구축해야 한다”며 “콘텐츠와 플랫폼의 역할을 구별하고 공적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각각 공적 의무를 부여받은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가 만나 공공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방송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각각의 사업자에게 공적 의무, 그리고 지상파에 비대칭적으로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게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방송광고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돈 나올 길 없는 콘텐츠사업자는 가격을 올리는 실정이다.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플랫폼은 여기에 기생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편성권을 무기로 방송을 홈쇼핑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이지만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개입하는 수준의 정책만 내놓는다. 정부가 지상파를 설득하고 공적 영역으로 유도해야만 이런 비정상 구조를 반전시킬 수 있다. 황폐화한 방송시장에서 사업자가 더 비뚤어지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시급해 보인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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