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반업소’를 소개하는 사이트 <핑크맵>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접촉차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동성애 관련 사이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음란물이 과도하게 많았다”고 차단 이유를 밝혔다. 반면, 동성애 및 인권사회단체들은 “국제적 망신이다. 국제사회에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사이트 접속차단 남발 문제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지난 2월 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통해 한국 내 이반업소 소개 사이트 <핑크맵>(www.koreapinkmap.com)과 관련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이트는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이용해지 안내’라는 경고문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 현재 핑크맵은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이용해지 안내’라는 경고문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GAYSTARNEWS, 정부의 핑크맵 사이트 비판…방통심의위, “동성애라 차단한 것 아냐”

이 같은 사실은 7월 24일 GAYSTARNEWS의 <South Korea takes down gay venue map website over ‘moral values’> 기사(▷링크)를 통해 최근 국내에 알려졌다. GAYSTARNEWS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인터넷뉴스로 2011년 설립됐다. GAYSTARNEWS 기사를 통해 “한국은 2004년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내용이 삭제되는 등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혐오를 보이고 있는)종교단체의 세력이 크고,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도입하면서 동성애 등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막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보수성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또한 동성애 차별 조항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렇듯 GAYSTARNEWS는 <핑크맵> 접속차단이 동성애 차별이라고 주장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성소수자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홍보팀 김영수 씨는 <핑크맵> 접속차단과 관련해 “성기노출된 화면 그리고 성행위 관련 동영상이 다수 노출돼 있어서 그 부분을 시정조치한 것”이라면서 “단순히 동성애 사이트라고 해서 차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시정조치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한 두 건의 게시물이 문제라면 관련해서면 시정요구를 했을 텐데, 해당 사이트는 개설목적에도 맞지 않게 음란 관련 게시물이 과도했다”면서 “개별 게시물들을 삭제해서 문제가 해소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컸던 극우 반인륜 사이트 일베와 관련한 접속차단 요구에 대해 ‘사이트의 70% 이상일 경우 사이트를 폐쇄한다’는 내부 규정이 운영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수 씨는 “100만 건의 게시물 중 음란 관련 35만 게시물은 35%밖에 안 되니 그대로 두고 10개의 게시물 중 7개의 게시물이 음란물인 사이트는 70%이기 때문에 그냥 둬야 하느냐”면서 “비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 일정 비율보다는 절대적인 개수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접속차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이트운영자의 의견청취 절차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음란물에 대한 부분은 정치적 의견 표명한 게시물 삭제와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의견청취를 듣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운영자가 사이트를 정화한 후 철회를 요청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심의위 관계자 또한 “동성애 관련 사이트라고 해서 함부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하고 있지 않다”며 “<핑크맵> 또한 다른 사이트에 대한 심의 기준에 어긋남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동성애 및 정보인권단체들, “동성애 아니여도 사이트 ‘접속차단’ 남발은 문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나라 활동가는 <핑크맵>과 관련해 “주로 게이들이 많이 이용했던 사이트로 보인다”며 “크루징(cruising:공공장소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 정도들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왜 접속차단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동성애 때문에 해당 사이트를 차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번 건 말고도 다른 사이트 등에 대한 접속 차단이 잦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체적으로 관련 문제를 두고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은 “게이 클럽이나 바 등 업소들이 나와 있는 지도와 같은 사이트로 왜 접속차단됐는지 확인해봐야하겠으나,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방통심의위가 <핑크맵>을 접속차단했다는 사실이 외신에서 나왔다. 국제망신”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성소수자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보인권 차원에서 보면 사이트 접속차단이 남발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방통심의위는 이미 문화부의 요청에 따라 토렌트 사이트 <비트스눕>과 스트리밍 사이트 <그루브샤크>를 차단했고 웹하드 포쉐어드 사이트를 차단해 취소소송이 제기된 상황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은 잣대라면 포털을 차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점에서 행정편의적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여경 활동가는 “방통심의위가 법에 의해서 부여받은 권한을 넘어서는 심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단체들에 해당 사건을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