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상파 인기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간접광고를 집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법을 홍보하거나 일-가정 양립 같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간접광고에도 혈세를 투입했다. 지자체는 관광상품을 홍보할 목적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에 제출한 ‘2013년 이후 지방자치단체 정부부처 공공기관 간접광고 현황’ 자료를 보면, 체육진흥공단 화순군청 관광공사 국민권익위 여성가족부 행정자치부 인천시 국민행복기금 등은 지상파의 인기 오락·교육프로그램에 간접광고 비용으로 총 4억5872만7273원(부가세 별도)을 지출했다.

▲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간접광고 현황. 미디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중 <오! 마이 베이비>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인해 표를 일부 보완했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이 98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집행 목적이 정부정책 홍보와 지역관광 진흥이고, 대상 프로그램이 ‘국민예능’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부처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협찬)까지 고려해야 한다.

언론재단 자료를 보면, 간접광고를 가장 많이 집행한 곳은 한국관광공사다. 관광공사는 2014년 6월23일부터 7월31일, 9월17일부터 30일, ‘국내관광’을 목적으로 SBS <모닝와이드>에 1억4000만원에 이르는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같은 해 9월19일부터 11월19일까지는 KBS <해피선데이>에 2500만원을 투입하고 같은 이유로 간접광고를 진행했다.

관광 목적으로 간접광고를 집행한 지방자치단체도 여럿 있다. 인천광역시는 올해 2월6일부터 3월 말까지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에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관광 홍보 목적으로 총 2700만원을 썼다. 화순군은 2013년 9월25일부터 같은 해 10월 말까지 MBC <우리들의 일밤>에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군 홍보’ 목적이다. 금액은 4천만원이다.

정부부처는 정책홍보를 위해 예능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 11월1일부터 30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SBS <오! 마이 베이비>에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목적은 ‘일/가정 양립’ 정책 홍보로 비용은 각각 700만원, 700만원, 2000만원이다. 행정자치부는 2014년 11월9일부터 12월 말까지 SBS <일요일이 좋다>에 도로명주소 홍보 목적으로 총 7272만7273원을 집행했다.

▲ SBS <오! 마이 베이비> 2014년 11월1일자 방송분에는 여성가족부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를 알리는 자막광고가 포함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9월 SBS <모닝와이드>에 4000만원을 투입해 ‘110콜센터’에 관한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권익위는 <모닝와이드>에 같은 해 11월10일부터 닷새 동안 2000만원을 투입해 ‘공공재정 허위부정 청구 등 방지법’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민행복기금은 올해 7월 한 달 동안 SBS <자기야>에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기금 홍보’ 목적이고 2000만원이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5년 6월 한 달, 2013년 9월 중순부터 11월까지 두 달 반 동안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 간접광고를 집행했다. ‘체육진흥’ 목적이다. 총 4000만원을 투입했다.

한편 김태년 의원실은 언론재단에 ‘협찬’ 내역도 요청했으나 재단은 “협찬 건은 제작비 지원, 상품권 지원, 물품 지원 등 실비로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단의 대행 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협찬은 광고주들이 제작지원 명목으로 처리하고 직거래하기 때문에 집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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