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리뷰는 꼭 ‘여신’이 전해야 할까. KBS N SPORTS <아이러브 베이스볼>과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 SBS SPORTS <베이스볼 S> 등 야구 리뷰프로그램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확대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는 26일 스포츠채널 방송3사 ‘야구 리뷰 프로그램’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했다. 모니터 대상은 KBS N SPORTS <아이러브 베이스볼>과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 SBS SPORTS <베이스볼 S>와 <야구남녀> 4개 프로그램이다. 민언련은 모니터 결과, 채널3사 야구 리뷰 프로그램 공통점으로 △여성 아나운서 한명과 남성 해설위원 두 명으로 구성, △여성 아나운서의 몸에 달라붙는 의상 혹은 짧은 치마 착용, △여성 아나운서 신체 조명하는 화면구성 및 카메라워크 등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나같이 여성 아나운서를 응시의 대상으로 두고, 남성 시청자의 시각적 쾌락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총평했다.

“짧거나 혹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도록 트인 치마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

2015년 프로야구 리그는 KT위즈의 합류로 총 10팀의 경쟁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프로야구 중계 채널 또한 ‘KBSN 스포츠’와 ‘MBC 스포츠 플러스’, ‘SBS스포츠’, ‘스카이스포츠’, ‘SPOTV’ 5개로 늘었는데, 프로야구 중계가 끝나는 대로 야구리뷰 프로그램을 별도로 편성하고 있다. 야구리뷰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아나운서와 해설위원들이 출연해 당일 치러진 경기의 주요장면과 분석, 우수 선수 발표한다.

▲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과 미국 야구전문 리뷰 프로그램 ESPN 화면 캡처(자료=민언련)
문제는 야구리뷰 프로그램들이 여성 아나운서들의 외모 및 신체를 활용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언련은 “야구리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핵심 요소는 여성 아나운서의 외모”라면서 “그들을 ‘야구여신’으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방송사와 시청자가 (스포츠채널)여성 아나운서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 N SPORTS <아이러브 베이스볼>과 SBS SPORTS <베이스볼 S>에 대해 민언련은 “중앙을 기준으로 한편에 여성 아나운서, 다른 편에 두 명의 남성 해설위원이 위치한다”며 “그런데 방송은 시도 때도 없이 여성 아나운서 쪽을 비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아래에서 바닥을 기는 것 같은 카메라 워크를 통해 여성 아나운서의 신체를 부각한다”며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와 신체를 시청자가 응시할 수 있도록 카메라 워크가 구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MBC SPORTS+ <베이스볼 투나잇>에 대해서는 “여성의 신체를 부각시키는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방송”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해당 채널 야구리뷰 프로그램은 칵테일 바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며 “아일랜드 테이블 뒤편으로 두 남성 해설위원이, 테이블 전면에 여성 아나운서가 위치해 해설위원들과 달리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는 항상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짧거나 혹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도록 트인 치마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가 시청자의 시각을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이 같은 구조에서)여성 아나운서는 시각적 쾌락의 도구나 가십거리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는 야구 리뷰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어떤 분석을 내놓았는지 보다는 그날 여성 아나운서가 어떤 옷차림을 하고 나왔는지, 얼마나 노출이 심했는지가 연일 화제 거리”라고 꼬집었다.

해외 야구리뷰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와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게 민언련의 설명이다. 미국 야구전문 리뷰 프로그램 ESPN <Baseball Tonight>의 경우, 여성 아나운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진행자들의 신체에 집중하는 화면구성이나 카메라워크를 통한 시청방해도 없다는 얘기다. 민언련이 “왜, 야구 리뷰 프로그램 아나운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여자여야만 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SBS SPORTS <야구남녀>, 여성은 스포츠에 무지하다는 편견 고착화하는 구성

이 같은 야구리뷰 프로그램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역할은 남성 해설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한정된다. 민언련은 “야구 리뷰 프로그램 여성 아나운서는 일반적인 경기 중계나 SBS SPORTS <주간야구>와 같은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성 아나운서들이 해설자에게 비교적 동등한 자세로 질문을 하는 것과 다르다”며 “마치 야구를 잘 모르는 귀여운 여동생이 오빠에게 물어보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빠가 설명해줄게’라는 말로 대표되는 ‘맨스플레인’은 남자가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태도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SBS SPORTS <야구남녀>에 대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차별적 요소가 부각된 방송”이라고 평가했다. 남녀 대화를 통해 프로야구의 규칙과 지식을 알려주는 <야구남녀>의 경우, 여성이 야구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통념을 이야기하면 남성이 그 통념을 교정하고 제대로 된 지식을 알려주는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묻고 남성이 답한다는 설정으로 ‘여성은 스포츠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방송3사 관련 프로그램의 기본 구성 자체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양성평등)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민언련은 “야구는 더 이상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여성 야구팬을 위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고 야구팬의 다수가 여성”이라면서 “야구 리뷰 프로그램의 ‘야구 여신’ 양산은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 더 이상 ‘야구 여신’의 노출과 사랑스러움으로 손쉽게 시청률을 잡으려 기대지 말고, 보다 질 높은 야구 리뷰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촉구했다. 또 민언련은 여성 아나운서 역시 ‘성적 코드’가 아닌 ‘스포츠 전문 언론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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