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쇼핑가족'의 첫 회가 방송되었다. 박명수와 써니, 이영자, 박지윤, 박원이 출연해서 펼치는 신개념 쇼핑 토크쇼이다. 독특한 점은 토크 중간에 시트콤이 나온다는 점이다. 시트콤은 그 주의 주제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지게 되고, 시트콤을 보면서 중간 중간 토크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짜임새 있게 구성되지 않으면 자칫 토크가 겹치거나 결론이 애매하게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지만, 1회를 보니 시트콤의 흐름만 잘 짜여진다면 다음 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고 토크의 양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형식이라 첫 회는 신선했다.

우선 박명수와 이영자 조합도 신선했고, 써니의 발랄함과 솔직함이 진행을 해야 하는 박명수, 이영자, 박지윤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첫 회의 주제는 ‘교육’. 교육이 쇼핑의 범주에 들어가나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방송을 보고 나니 정말 요즘에는 교육도 쇼핑이 되어 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요 주제는 사립초등학교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년에 학부모가 되는 필자 입장에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교육 쇼핑

교육 쇼핑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산후조리원 동기로 시작하는 커뮤니티는 놀이학교를 거쳐서 영어유치원, 그리고 사립초등학교로 이어진다. 4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들의 모임 이름이 SKY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났다. 좋은 초등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불법인 위장전입도 불사하는 부모의 과도한 열정은 아이들이 유치원 들어갈 때 이미 한번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부모들의 교육 열기는 결국 제도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연쇄쇼핑가족'에 교육전문가로 출연한 이범 역시 공교육의 제도적인 공백이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대두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듯 말이다.

유치원 공립을 보내면 되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직 부모가 아닐 것이다. 유치원은 공립이나 병설 유치원은 공급이 적기에 경쟁률이 치열하다. 또한 12시에 끝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립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원서접수할 때 늦으면 원서를 못 받고, 설명회 때 안 가면 탈락되고, 추첨일에도 안 가면 자동 탈락이다. 맞벌이 부부는 월차를 내서 오곤 한다. 그런데도 경쟁률이 거의 10대 1이 넘으니 여러 군데 넣어야 그나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마저도 떨어지면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거나 어린이집 중에 7세까지 교육하는 곳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이미 교육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세대별 다양한 의견

MC들의 조합이 세대별로 잘 나뉜 것 같다. 우선 써니와 박원은 20대 남녀를 대표할 수 있고, 박지윤은 30대를 대표할 수 있다. 박명수는 40대를, 이영자는 골드미스를 대표할 수 있기에 세대별로 골고루 배치되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쇼핑에 관한 각기 다른 의견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들이 바라본 교육에 관한 시선이 흥미로웠다. 미혼인 20대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교육 쇼핑에 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박명수는 이미 자신의 딸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있고, 박지윤은 딸을 사립초등학교로 보낼 것인지 공립으로 보낼 것인지 고민하고 있기에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음 회에서 다루게 될 주제도 이런 식으로 세대간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게 반영되면서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 ‘연쇄가족쇼핑’의 김수아PD가 연출을 맡고 있는 ‘썰전’ 역시 극단 속에 균형을 잡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썰전’의 논객은 이철희 소장과 지금은 하차하게 된 강용석 변호사였는데 이철희 소장은 정치적 왼편, 강용석 변호사는 오른편을 담당, 김구라라 무게중심을 잡으며 균형을 맞춰 메시지를 도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많은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연쇄쇼핑가족' 역시 쇼핑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시트콤

'연쇄쇼핑가족'의 코너 속 코너 같은 느낌의 시트콤은 적절한 양념맛을 내주었다. 교육 쇼핑에 관한 내용을 아주 현실적으로 시트콤으로 풀어냈는데, 우선 캐릭터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현실에 대입하기가 용이했다. 34세의 임신한 백미라와 남편 오지상이 이번 회의 메인이었는데, 이제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백미라는 자신이 이미 대전파였다. 백미라의 엄마는 아이들을 강남 8학군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대치동에서 전세로 살다가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자 봉천동으로 이사 오게 된다. 백미라는 결혼 후 살던 곳이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전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친정으로 들어오게 된다. 남편 오지상 입장에서는 처가살이를 하게 되는데, 회사원인 40세 오지상은 월급을 세후 320만 원을 받지만 매달 용돈을 20만 원밖에 못 받는 이 시대의 아빠들의 자화상이다.

인물관계도와 소개를 보면 세대별 대표적인 모습들을 잘 담아냈다. 또한 디테일한 설정들도 시트콤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실과 가까웠다. 세후 월급 320만원이면 세전 연봉 4800만 원 정도 되는 것인데, 서울 지역 월평균 급여가 320만원이라고 하니 30대 후반 남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교육비로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도 공감할 만하다. 시트콤에 나온 백미라의 딸인 오예은은 7살이고 현재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월 100만원 이상이 유치원 비용으로만 들어가게 된다. 현재 백미라가 임신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둘째의 교육비까지 합친다면 월 200만원 이상이 들어가게 되고, 남편의 월급인 320만원으로는 생활비도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전세 보증금 4억이 모이면 처가살이에서 해방될 수 있는 오지상. 서울시내에서 전세로 들어가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30평 이상은 들어가야 한다. 그럼 기본 3억~4억은 들어가게 되고, 그 돈을 모으려면 월급 320만원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해도 4억일 경우 125개월 즉, 10년 4개월이 걸린다. 현재 40세인 오지상은 50세가 되어야 전세로 들어갈 수 있게 되고, 그때 첫째 아이인 오예은은 17살,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그리고 둘째는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10년 후에도 교육비는 한 자녀 당 100만원 이상씩 들어가게 될 것이고, 월급이 그만큼 오른다고 해도 처가살이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교육 쇼핑의 결론

'연쇄쇼핑가족'에서는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MC들의 여러 반응과 시트콤 속의 상황을 보면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전문가 패널의 역할도 결론을 내리는 데 한몫해주는 것 같다. 교육전문가 이범은 시트콤 상황의 해결책으로 오지상 직장 근처의 평판 좋은 공립 초등학교를 찾아보거나, 시골로 내려가 혁신학교를 다니게 하라는 솔루션을 내려준다. 박명수도 결론을 내리는데 한몫 도와주었다. 아무리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가정의 화목이 우선이라는 말이 이번 교육 쇼핑의 결론이 아닌가 싶다.

쇼핑이라는 것이 본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주는 역할이고 그로 인해 내 삶이 더 빛이 나야 한다. 그것이 중독이 되어버리면 내 삶을 파괴해버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교육 역시 쇼핑이라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 환경은 화목한 가정이다. 그런데 교육 쇼핑으로 인해 불법을 저질러야 하거나 강제로 이산가족이 되어야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사립초등학교건 영어유치원이건 뭐가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SKY를 나온다고 한들 취업 걱정, 승진 걱정, 오포시대, 육포시대, 칠포시대가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에 아이들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부모의 역할, 가정의 역할을 충실히만 해준다 해도 교육은 충분히 될 것이며,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사회 제도적으로 교육에 있어서는 차별이 없이 누구나 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연쇄쇼핑가족' 1회는 ‘썰전’ 같은 느낌이었다. 썰전을 즐겨보는 이유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어서 그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상식이 쌓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연쇄쇼핑가족' 역시 쇼핑에 관해서 한 가지 주제로 심도 있고 다양한 의견을 듣게 해주어 그 주제에 관해서는 한 회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와 이해력을 높여준다.

각종 사립초등학교의 특성과 가격대, 단점은 물론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주었고 이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도 보여주기도 했다. '연쇄쇼핑가족'에서 토크 진행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치열한 토크쇼 같은 느낌만 더 살려준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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