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예상됐던 대로 고영주 이사가 10기 방송문화진흥회의 신임 이사장에 선출됐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21일 오후 3시, 신임 이사장 호선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3일 방문진 이사 임명을 마치고 나서부터, 가장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관행’대로 고영주 이사(1949년생)가 이사장이 되리라는 관측이 높았다. 물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추천되었으나 한 명이 기권해 고영주 이사가 단독 출마한 셈이 됐고, 야권 추천 이사 3명이 불참을 선언한 상황에서 투표가 이루어졌다. 여권 추천 이사 6명 중 과반의 찬성으로 고영주 이사가 이사장에 올랐다.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잘 이끌 것 같다”

투표에 앞서 방문진 이사들은 이사를 선출하기 위한 방법을 우선 논의했다. 여권 추천 권혁철, 김원배, 유의선, 이인철 이사가 추대 방식을, 야권 추천 유기철 이사는 복수 후보 자·타천을 통한 선출, 최강욱 이사는 기명 투표를 제안했다.

김원배 이사는 “그동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좋은 전통으로 연장자들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있는데, 가급적 큰 의견 마찰이 없다고 하면 추대 형식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강욱 이사는 “양속을 살리자는 말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추대 방식이) 앞으로의 방문진 이사 선출 과정의 또 다른 관행이 될 수 있다. 방통위에서 연장자를 지명하면 바로 이사장이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자신을 추천하는 이사는 없었다. 권혁철 이사가 고영주 이사를, 유기철 이사가 김원배 이사를 각각 추천했다. 권혁철 이사는 “연장자이기도 하지만 다년간 공직생활도 하셨고, 본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참여를 하셔서 많이 활동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지난번에는 방문진 감사도 하셨고 해서 MBC를 공정하게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잘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사장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 21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고영주 이사 (사진=연합뉴스)

김원배 이사는 “유기철 이사님 추천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저는 실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기권의 뜻을 밝힌 후,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고 서울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하시는 고영주 이사님께서 잘 하시리라 믿겠다”고 전했다.

고영주 이사는 현재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직책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이사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이 가능한지 묻자 고영주 이사는 “크게 원했던 건 아니지만 (이사장이 된다면) 이사회에서 승인되지 않는 영리 목적 사업은 다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영주 이사는 “언론에서 (이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저보다 연장자가 있어서 해 주시면 맘은 편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경제적 이익만 따질 상황이 아니고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직책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해서 만일 해 주시면 승인이 안 되는 건 다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나이가 많은 한 명의 후보가 추대 형식으로 이사장에 오르는 방식이 재현되려고 하자, 야권 추천 유기철 이사는 ‘이사장을 뽑는 일은 급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권이사들은 ‘한 번 진행된 것을 뒤로 돌리는 것은 회의진행법 상 맞지 않다’, ‘실익이 있는 게 아니면 연기할 필요가 없다’, ‘경선만 민주적인 것이라고 경직되게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야권 추천 이완기 이사는 법무법인 대표이사 등 영리 업무를 맡는 것을 문제 삼아 ‘겸직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문제제기했으나 방문진 사무처는 규정 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영방송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결국 유기철 이사와 이완기 이사는 투표를 거부한 채 회의장을 빠져 나갔고, 최강욱 이사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오후 4시 30분,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한균태 감사가 고영주 이사장이 선출됐음을 알렸다.

고영주 신임 이사장은 “저를 선택해 주신 이사님들, 감사님, 사무처장님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돼서 인사드리게 되는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제가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고영주 신임 이사장은 “지금은 건전하고 공정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요구하고 있다. MBC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양질의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MBC 임직원들이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방문진이) 최대한 뒷받침해야 한다, 창조적인 미래방송사가 되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진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더 좋은 전통을 보탤 수 있는 이사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이사들은 야권이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하고 있는 영리 활동을 승인할 지도 속전속결로 결정했다. 고영주 이사장이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형법을 가르치고 있다. 벌써 수강신청을 다 받아놨다. 형법총론은 강사 구하기도 아주 어려워 제가 이걸 그만두면 학생들이 펑크 나게 생겼다”며 “석좌교수와 세월호 특위 조사위원으로 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하자 전원이 동의해 바로 의사봉을 쳤다. 표결까지의 과정은 길었지만 두 가지 사안을 의결하기까지는 고작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영주 신임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MBC의 관리감독과 방송문화진흥을 위한 제반업무를 총괄한다. 임기는 2018년 8월 1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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