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만족해도 좋을 정도이다. 그 누워있는 캐릭터의 무미건조함을 의외의 재미로 만들고 있다는 점도 이제는 흥미로움이 되고 있다. 깨어있는 자신을 모르고 죽이려는 이 과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인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죽어야 산다;
가진 자들의 공간 12층이 파괴된 현장, 싸늘하게 죽어간 여진의 운명은?

한신 노동자가 공장에서 투신했다. 그렇게 한 노동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구급차가 아니라 12층에 연락을 했다. 한신의 VIP에게만 허용되는 왕진을 나서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불법 해고 사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쓰러진 노동자의 응급처치를 한 태현은 신시아의 제안으로 한신그룹의 고 사장과 마주한다. 그는 은밀하게 제안한다. 12층에 갇혀 있는 여진을 자신에게 넘기면 동생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노동자의 죽음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을 꾸짖자 자신이 그런 현실을 바꾸려 한다고 말한다.

다 늙어 더 바랄 것도 없다는 고 사장은 하지만 악랄한 존재일 뿐이다. 여진의 외할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키웠던 고 사장, 도준을 막아야만 노동자를 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경악스럽기만 하다. 도준과 도긴개긴인 고 사장이 노동자를 파는 행위는 악랄함으로 다가온다.

여진의 죽음 따위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도준과 고 사장 사이에 그녀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 여진을 통해 한신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도준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없다면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는 게 바로 고 사장이다.

사람의 목숨 정도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여진은 그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태어나는 순간 거대한 부를 상속받은 여진은 그렇게 키워졌다. 그런 그녀에게는 어떤 친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거대한 부로 인해 그녀는 그저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사는 인생이었다.

배다른 오빠나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고 사장이나 모두 여진의 행복이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도준은 자신을 막는 누구든 치워버리는 존재다. 고 사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야욕을 막는 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아량도 존재하지 않는다. 친딸처럼 생각하던 도준의 부인 채영 역시 죽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여진을 죽일 수도 있는 상황에 반기를 든 채영은 고 사장에게는 이제 제거 대상이 되었다. 도준이나 고 사장 모두 오직 한신그룹을 차지하겠다는 욕망만 존재할 뿐이다.

도준은 직접 여진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임무는 한신병원 원장과 이 과장에게 전달된다. 오직 여진을 죽여야만 하는 그들과 달리, 고 사장은 암살자를 12층 환자로 둔갑시켜 투입한다. 고 사장의 편에 서서 여진을 감시하기 위해 투입된 신시아는 의외의 인물로 급상승한 태현을 주시했고, 그를 자신들의 편에서 서도록 했다.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거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시아의 제안을 받은 태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진의 죽음은 정해져 있다. 거대한 세력은 오직 여진을 물건으로 생각하고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녀가 죽어야만 그들이 살 수 있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태현의 선택은 현명했다.

모두를 속인 채 여진을 한신병원에서 빼낼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고 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전화를 받은 도준 역시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 과장을 통해 여진을 수술실로 옮겨 죽이는 방식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12층은 도준과 고 사장의 알력 싸움으로 이어진다.

엉망이 된 12층은 대한민국 0.1%를 위한 공간이 더는 아니었다. 철저하게 파괴된 그들의 공간에는 지독할 정도로 탐욕만이 꿈틀거릴 뿐이었다. 서로를 속이고 속는 상황에서 모든 패는 도준이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고 사장의 전략을 알고 있던 도준은 철저하게 이를 속여 여진을 수술실로 옮겨 죽이는 데 성공했다.

도준에게 도발한 고 사장 측의 확실한 실패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모든 패를 쥐고 흔든 도준의 완승으로 끝난 듯 보이는 이 상황의 실제 승자는 태현의 몫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상황을 조정하며 도준과 고 사장 측을 완벽하게 속이고 여진을 죽은 것처럼 만들어낸 태현이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궁금해진다. 여진은 죽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죽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죽음은 뒤이어 살아야만 하는 이유로 다가온다.

여진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황 간호사의 CCTV는 그녀가 곧 죽을 것임을 태현에게 알렸다. 3년 동안 여진만 돌보던 그녀는 미쳤고, 그녀를 자신의 아이로 착각하고 살아왔다.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살인을 모의한 병원장과 이 과장을 향해 폭주하던 황 간호사는 그렇게 섬뜩한 모습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제법 촘촘하게 엮인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물론 문제가 되는 장면들과 대사로 아쉬움을 사기는 했지만, 거대 권력들의 대결 구도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능력은 충분했다. 죽어야만 사는 여진을 완벽한 방법으로 죽인 태현. 이제 여진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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