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4이동통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에는 신규사업자용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내놨다. 사업자에게 주파수 선택권을 주고, 주파수 할당과 신규사업자 허가 심사를 동시에 진행한 이후, 1개 사업자만을 선정해 연내 심사․허가 작업을 마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목적에 맞춰 할당대가도 낮췄고, 기존 이동통신사과 유효경쟁을 할 수 있는 각종 제도 지원책도 마련했다.

미래부가 이날 제시한 할당계획안에 따르면, 신규사업자 허가대상법인은 LTE-TDD 방식의 이동통신이 가능한 2.5GHz 대역의 40MHz 폭(2575~2615MHz) 또는 LTE-FDD 방식이 가능한 2.6GHz 대역 40MHz 폭(2500~2520MHz/2620~2640MHz)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미래부는 사업자가 2.5MHz 대역에서 와이브로(WiBro)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안을 마련했다. 이용기간은 기존 사업자들의 주파수 사용기간이 끝나는 2021년 12월3일까지로 정했다.

할당대가는 LTE 이동통신용이 1646억원이다. 채택 가능성이 낮은 와이브로의 경우 할당대가는 228억원이다. 정부는 예상매출액을 기준으로 이 같은 할당대가를 결정했다. 여기에 심사 결과 선정된 사업자는 2021년까지 매년 매출액의 1.6%(와이브로는 2%)를 대가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미래부는 사업자가 사전, 사후 납부할 총 할당대가가 매출액의 3%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 허원석 주파수정책과장은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미디어스)

일각에서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정도로 제4이통 사업자에 대한 제도 지원책은 다양하다. 우선 미래부는 초기 투자비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 개시시점에서는 서울/경기 일부(인구 25%)를 커버하는 네트워크를 우선 구축하고, 광역시와 인구 10만 이상 도시로 넓혀 5년차에는 전국망(인구 95%)을 구축하도록 하는 계획이다. 사업 초기, 감당할 수 없는 투자비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망 구축 기간인 5년 동안 기존사업자들이 신규사업자에게 망을 로밍하는 것을 강제하기로 했다. 로밍 비용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일단 신규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개시와 동시에 전국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미래부는 상호 접속료 또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신규사업자가 갖는 열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미래부 설명이다. 여기에 미래부는 제4이통이 LTE-TDD 방식의 신규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유심(USIM)의 이동성을 조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대신 미래부는 조건을 붙였다. 제4이통 사업자는 사전에 제시한 주파수이용계획서(2.4GHz 대역의 소출력 무선기기와 2.6GHz 무선국 간 혼․간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계획 포함)를 준수해야 하고, 매년 이행실적을 미래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사업자는 미래부의 기본계획 상 단계적 네트워크 구축 비율을 따라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용기간을 줄이거나(할당 후 3년 간 미이행시 이용기간 10%씩 단축, 자료제출 미이행시 3개월씩 단축), 일부 대역을 회수하겠다는 게 미래부 계획이다.

▲ 미래창조과학부는 18일 오후 The-K 서울호텔에서 ‘신규사업자용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를 주최하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할당할 주파수와 할당조건 등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제4이동통신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으로 기존 3사의 독과점한 이동통신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에 참석해 “3사 중심으로 고착화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라며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모두 마련했고, 개시 이후에는 사업자에게 맡겨두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허원석 과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며 “정책 지원은 (한국의 제4이통 지원정책과) 대동소이했다. 해외 사례를 감안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책을 강구했다. 사업자가 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4이통을 준비하는 우리텔레콤 장윤식 대표와 KMI컨소시엄 장병수 기술총괄은 신규사업자를 위한 제도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4이통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제4이통이 성공하려면) 이미 가입해 있는 사람들이 넘어와야 하는데, 가입자가 옮기려면 품질이 기존 3사의 품질이 돼야 하고, 가격은 확 낮춰야 한다”며 “종합선물세트를 줬다고 얘기하지만 (이 정도 지원책으로 제4이통이) 서비스를 선물할 수 있겠느냐. 줄 수 있는 혜택을 다 긁어모은 것인지 아니면 이 정도 혜택으로도 (제4이통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에는 제4이동통신을 준비하는 사업자와 함께 기존 사업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기자들도 수십명 몰렸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연착륙할 가능성은 정부의 비대칭 규제 수준과 기간, 그리고 차별화한 기술과 서비스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용제 한국외대 교수는 “신규사업자의 성과는 결국 정부의 로밍요금과 관련된 정부 규제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TRI 최형도 부장은 “5년의 유예기간(망 구축기간) 중 중소도시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벤처 수준의 컨소시엄이나 업체가 수년 전부터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의 재정적 능력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텔레콤과 KMI는 보증금 164억원을 마련할 시간을 위해 허가 신청기간(1개월)을 2개월 이상으로 연장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KMI 장병수 기술총괄은 “현재 9개 사업자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중 6개는 KMI에서 떨어져 나간 사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우리텔레콤 장윤식 대표는 ‘대주주를 할 만한 대기업을 만나고 있느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만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마지막까지 이름이 나오는 것을 꺼려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CJ헬로비전-티브로드-현대HCN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케이블 컨소시엄’을 위해 맞춤 안을 내놨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미래부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주파수 할당과 신규 사업자 허가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미래부와 함께 주파수 할당 기본계획안을 검토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득원 그룹장은 “연구원은 주파수 할당 공고에 참여해 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허가 기본계획과 지원방안은 미래부가 고민을 거쳐서 마련한 것 같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허가와 주파수 신청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5년 간 최소 3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이동통신3사와 경쟁할 사업자는 9월 이후에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미래부가 제4이동통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정부가 사전에 사업자를 섭외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마련한 종합선물세트는 특정 대기업 특혜와 박근혜 정부의 성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KMI 장병수 기술총괄은 “지금 식으로 5조원을 만들어온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주겠다고 하면 한국에서 통신사업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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