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블로그
로스앤젤레스 동포 간담회의 이명박 대통령 ‘주가 발언’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해명했다. 핵심은 “경제위기 속에 대통령으로서 전달한 ‘희망 메시지’를 야당과 언론이 폄하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용갑 상임고문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6일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난국을 극복하려는 국가원수의 메시지를 폄훼하지 말라”며 이 대통령 ‘주가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용기를 잃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며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비판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집안이 어려울 때 ‘내가 다 챙길 테니 걱정말고 공부하라’고 말하는 게 가장의 도리지 ‘얘들아, 허리띠 졸라매자’고 하면 되겠느냐”며 ‘희망 메시지’ 전달을 언론이 왜곡하고 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해명이 있은 뒤 <연합뉴스>는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에 대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고 기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해명을 통해 밝힌 이 대통령의 ‘주가 발언’의 의미는 여론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이 대통령이 표현했던 말을 아무리 되새겨보더라도 정부·여당이 ‘희망’을 주고 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가 어렸다.

조윤선 대변인의 논평은 성공한 여성 법조인·경제인 출신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가부장적 가족주의 국가관’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거쳐 한나라당 대변인 자리에 오르기까지 박정희-전두환-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지만, 역대 대통령으로부터 용기를 얻어 삶을 헤쳐온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동관 대변인의 말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지금 주식에 투자하면 1년 안에 부자된다”며 현재를 진단하고 과거의 사례까지 들었다. 이 대통령의 ‘주가 3000 포인트’ 전망이 실현돼야 할 기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이건 “내가 다 챙길 테니 걱정말고 공부하라”는 격려가 아니라 “아버지를 무조건 믿고,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학교 등록금을 내놓으라”고 꾀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애정어린’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오죽하면 한나라당 김용갑 상임고문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희망을 갖자고 하는 건 다른 사람이 해도 된다. 꼭 대통령이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까지 말대로 안 된 것이 많지 않지 않냐? 주가가 3000포인트 올라간다, 펀드를 투자해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입조심을 주문했을까 돌아봐야 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 ‘주가 발언’ 논란에 대해 정부·여당의 사과와 반성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은 사과는커녕 언론이 대통령의 ‘의중’을 왜곡하고 있으니 똑바로 보도하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26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당일 메인뉴스에서 대통령의 ‘주가 발언’을 야당과 여당의 논란으로 다룬 KBS <뉴스9>와 여전히 논란을 다루지 ‘못한’ SBS <8뉴스>를 보며 MBC <뉴스데스크>의 클로징 코멘트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박혜진 아나운서 “이명박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주식 발언을 해 소란하자 오늘 청와대 관계자가 해명했습니다. 이로써 발언 소동이 한 차례 더 추가됐습니다.”

신경민 앵커 “이번에도 안타까운 점은 청와대가 이미 카메라에 찍힌 발언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고 애쓴 대목입니다. 조선과 중앙일보가 즉각 오늘 아침 사설에서 매섭게 비판한 점은 특히 눈에 띕니다.”
- 26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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