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노동자들은 지난 6월3일 과천정부청사 앞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8년 전 개국 때와 비교하면 방송을 제작하는 노동자들은 40%나 줄었고, OBS 노동자들은 몇 해 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방통위로 출근하는 이유는 만년 적자에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를 살릴 방안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지역방송사는 모두 힘들고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방송광고 매출의 90% 이상이 KBS MBC SBS의 광고와 ‘결합판매’에서 나온다. OBS의 경우 자체제작 비율이 다른 지역방송보다 높지만, 비율이 높은 만큼 사정은 더 어렵다. 가장 큰 지역방송인 OBS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그래서 지역방송 전체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정부 또한 지역방송을 살려내겠다고 수년째 선언했으나 ‘공염불’에만 그치고 있다. 17일 방통위가 OBS 지원책이라고 제시한 방안에도 알맹이는 없었다. 이날 방통위는 SBS의 방송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재허가하면서 조건으로 OBS 방송광고 판매요율(미크리가 OBS 광고를 판매해주는 비율)을 현행 92%에서 95% 수준까지 끌어올려 다른 지역방송사 평균(97%)으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의무가 아니라 ‘노력’ 사항이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OBS와 SBS의 방송광고 결합판매 비율을 종전과 같은 비율인 3.4870%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OBS에 대한 지원책은 연간 ‘1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광고 시장 파이는 그대로인데 OBS에 대한 결합판매 비율을 높이면 다른 중소지역방송사가 피해를 본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의 논리대로라면 방송광고 시장이 줄고,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과 CJ E&M 계열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거대 방송사들의 방송광고 영업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OBS를 포함한 지역중소방송사업자는 지금보다 더 ‘기생방송’이 되고 자연스럽게 TV에서 사라지게 된다. 방통위가 수년 동안 지역방송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것과 실제 방송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 18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OBS 공대위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OBS 안팎에서 방통위의 지원책을 두고 ‘말살정책’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OBS 생존과 시청자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OBS 정상화를 위해 광고 결합판매 비율을 최소 1%(약 60억원) 상향 조정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며 “그럼에도 방통위는 결합판매비율 조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광고판매 요율만을 일부 조정하느 기만적인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OBS는 8년 연속 적자에 자본금 1431억원은 거의 잠식됐고, 광고매출액은 10년 전 iTV의 절반수준”이라며 “지금 OBS에 연간 10억원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방통위는 OBS에 대한 응급조치조차 외면한 채 아예 문을 닫으라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방통위는 이러고도 OBS에 대해 무엇인가 했다고 생색을 낼 셈인가?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공적책임을 해싿??생색을 낼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방통위에 “결합판매 지원고시 의결 전 기존 안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생존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지부장 이훈기)는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OBS 언론노동자의 바람을 무차히 짓밟아 버렸다”며 “최성준 위원장을 포함한 5인의 상임위원들에게 ‘이것이 방통위의 최종 결정인지 그래서 우리더러 이제 벼랑에서 떨어지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OBS지부는 자체편성 100%, 자체제작 40%를 유지하기 위해 임금 10%를 반납하고 호봉을 동결한 바 있다.

애초 OBS와 OBS 공대위, OBS지부의 공통된 요구는 방통위가 결합판매 연구를 수행한 결과대로 자체제작 비율이 높은 지역방송사에 결합판매 비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OBS는 지금보다 2.5% 비율이 높아져 연간 139억원의 광고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또한 2017년부터 자체제작에 따른 결합판매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할 것을 방통위에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사업자 이해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결합판매 비율을 손보지 않았다. 2017년 제도를 전격 도입하면 시장의 충격은 더 커지는 탓에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거나 OBS를 포함한 지역방송사에 대한 과도기적 지원책이 필요한데도 방통위는 결과적으로 SBS 같은 거대 방송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방통위가 지역방송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특혜(1사1렙, 중간광고 허용,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및 유예)와 비교할 때 ‘강자 몰아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사진=미디어스)

OBS지부 이훈기 지부장은 “두 달 반 동안 메르스와 장대비를 뚫고 이곳 방통위 앞에서 읍소했지만 방통위는 우리의 요구를 단 한 가지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스에게 “이제 구조조정을 막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훈기 지부장은 “결합판매 비율이 1%는 올라가야 OBS가 ‘결합판매’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지역방송의 모범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공대위와 함께 SBS와 미디어크리에이트, 방통위를 상대로 하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지금 방통위 안으로는 OBS가 지역방송사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OBS는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방송이 아니다. 방통위는 그 동안 지역방송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안은 OBS의 경영과 방송을 정상화할 수 없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OBS와 지역방송을 없애자는 것이 방통위의 정책 방향이 아니라면 분명한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방통위는 OBS에 대안이 될 수 없는 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해악인 종편에 대한 특혜를 유지하고, 문제적 인사들을 공영방송 이사에 선임하면서 방송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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