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OBS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책을 내놨다. SBS와 지역민방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재허가 조건에 현행 92% 수준의 결합판매 매출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의무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방통위는 중소 방송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결합판매 지원고시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에서 OBS의 SBS 결합판매 비율은 기존 관행대로 유지됐다. ‘생색내기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OBS노조 조합원 및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은 매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OBS노조 이훈기 지부장의 1인시위 모습. (사진=미디어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7일 오후 과천청사 방통위 4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오는 21일이면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자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재허가하기로 의결했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SBS와 지역민방, OBS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사업자다. 방통위는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이후 지역민방과 SBS의 광고합의 내용이 종전의 합의서보다 가능한 불리하지 않게 하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강제하고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OBS)의 광고판매 최소 지원 규모를 지역민방과 동등한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는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방통위는 미디어크리에이트에게 이를 위한 시행계획을 마련해 매년 3월 말에 이행실적과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OBS에 대한 지원책으로 볼 수 있는 ‘지역민방과 동등한 조건’은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역민방 매출의 96~97%에 이르는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것만큼 92% 수준인 OBS의 비율을 올릴 수 있게 노력한다는 것이다. 미디어크리에이트 또한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에 ‘95%안’을 제안했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 OBS의 광고매출은 252억원(=결합판매 210억원+비결합판매 42억원)인데 미디어크리에이트와 방통위의 지원책을 적용하면 최대 10억원의 매출을 얻게 된다.

지원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결합판매 비율은 종전 그대로다. 이날 방통위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 일부 개정안’은 직전 회계연도 5년간(2010∼2014년) 지원대상 사업자(지역․중소방송사)의 결합판매 매출액을 미디어렙의 총 지상파방송광고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을 기준으로 결합판매사업자별 지원대상 및 결합판매 최소 지원규모를 결정했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SBS의 방송광고를 판매하면서 이중 3.4870%를 OBS 방송광고와 결합해야 한다. 이는 기존 관행과 같다.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방송광고 시장은 들어올 돈이 정해져 있는 제로섬 시장이다. 이 비율을 늘릴 수는 없다. 비율을 늘리면 지역민방이 초토화된다. 그래서 판매요율을 올리는 방향을 고민했다. 이 돈은 민방이 아니라 SBS에서 나온다. SBS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미크리에서는 판매요율을 92%에서 95%까지 올리는 것은 실무적으로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셈법에 따르면, 방통위의 OBS 지원책은 최대 10억원인 셈이다. 전국언론노조 OBS지부 이훈기 지부장은 “경영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고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며 “자본금 1400억원을 잠식한 마당에 연간 10억원을 더 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노동조합과 OBS공대위는 결합판매 비율을 최소 1%만 상향 조정하고, ‘결합판매 무임승차’를 방지하면서도 지역방송의 제작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자체제작-결합판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자고 요구했지만 이런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최악의 결과다. 판매요율을 92%에서 상향 조정한다는 것은 생색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훈기 지부장은 “미디어렙의 도입 취지는 방송광고 균형발전, 지역중소방송 보호”라며 “이제 노동조합과 공대위는 그 동안 제대로 받지 못한 ‘신생사 가중치’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민영렙인 미크리에서 공영렙인 코바코로 바꾸는 ‘매체조정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