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6월 6일 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이 뒤늦게 화제다. 작가 이외수씨가 이 후보의 맞춤법 오류를 지적한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www.oisoo.co.kr)에 올린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다.

▲ 작가 이외수씨가 지난 1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원문.
이외수씨가 지난 10일 '이외수가 화난 이유'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글은 지난 18, 19일 몇몇 인터넷신문과 일간지 인터넷판에서 기사화됐다.

<"한글도 쓸 줄 모르는 이명박, 미국 이민 가시라">(오마이뉴스) <이외수 "한글도 모르는 이명박이…">(프레시안) <작가 이외수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 이명박 후보 맹비난>(경향신문 인터넷판> 등이 그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부산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를 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며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기에 오류 투성이인 그의 한글 문장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지금 지지율 50%를 상회하는 유력 대선후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오프라인 신문에선 이런 정보가 보이질 않는다. 어제(22일)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문국현 후보 측에서 비판 논평까지 냈으니 기자들도 몰랐다고는 못하리라. 중앙일보는 22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연합뉴스는 22일 오후 <이.정 맞춤법 "아차 실수">라는 제목으로 이 후보의 사례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upgrade'를 '업그레이드'가 아닌 '엎그레이드'로 썼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진다.

작가 이외수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또 다른 글을 올렸다. 이 후보의 한글실력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대한' 반응을 '대인배'라고 비꼬면서 성조기를 입은 강아지 사진까지 덧붙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 출입기자들은 지난 6월 6일 이 후보의 현충원 방명록을 과연 보지 못했을까 의문이 든다. '직업병'이 발동했다면 맞춤법이 금방 눈에 들어왔을 터인데 말이다. 이 후보를 쫓아다니는 기자들도 참으로 관대하다.

다음은 이외수씨가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성조기와 강아지> 전문.

▲ ⓒ이외수(www.oisoo.co.kr)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어느 대통령 후보의 망언을 지적한 게시물이 여러 신문에 보도된 뒤로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망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기를 쓰고 두둔하시는 대인배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거룩한 애국심에 힘입어 세계로부터 문화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나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자부심이 느껴지십니까. 제가 동요 하나 불러 드리겠습니다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성조기는 남의 나라 깃발입니다.

강아지가 바람에 팔짝 뜁니다.
강아지는 우리 나라 개새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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