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이사회 선임과정에서 시민영역에서 부적격자로 분류된 인물이 3번 연임되는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이 과정 중에 공영방송의 한 축을 담당하는 EBS의 이사회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해서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KBS와 EBS가 양분하고 있지만, 항상 KBS의 위상에 밀려 EBS의 위상과 가치는 저평가되어 왔다. EBS는 1974년 라디오 학교방송을 출발점으로 하면 출범 40년이 넘었고 2000년 한국교육방송공사 출범을 기점으로 하면 출범 20년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공영방송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도래로 채널들의 전문화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전문 공영방송 자리매김하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상파방송 중에 유일하게 보도를 하지 못한다는 미디어로서의 한계성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EBS의 한계성은 프로그램 또는 콘텐츠의 영역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은 EBS의 플랫폼 중심으로 MMS, UHD방송과 스마트 미디어 전략을 중심으로 EBS 관련 개인적 의견을 정리하였다.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률이 8%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EBS는 KBS에서 송출을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EBS 플랫폼의 위상과 시청자 접근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EBS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의 가장 큰 이슈인 UHD방송과 MMS의 추진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MMS는 디지털화의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반대 및 방송균형발전론이라는 정책기조로 인해서 지상파방송은 서비스 권리와 시청자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시청권이 침해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어쨌거나 유럽의 영국과 독일 경우처럼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이 직접수신확대로 연계되는 효과는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방송 플랫폼의 위기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료방송의 MPP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상파 플랫폼 안정화를 위해서는 EBS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은 영국 BBC의 셋탑박스 모델 등을 참고하여 MMS 추진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상파방송 MMS 추진은 유료방송업계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지만,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과 동등한 입장에서 플랫폼 경쟁하기 위해서는 MMS 추진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EBS 입장에서는 EBS2의 굴욕적인 유료방송 시범서비스 런칭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EBS 플랫폼 위상과 MMS 추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EBS의 MMS 추진은 KBS 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 전체의 다채널방송을 통한 지상파방송 플랫폼 강화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세계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후에 주요 지상파방송 서비스의 발전 추이는 고화질방송과 스마트 서비스 등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사업자간의 알력관계와 정부의 통합적인 방송정책 부재로 인해서 UHD방송의 시범서비스도 우여곡절이 많은 상황이다. 7월 27일 미래부의 ‘700MHz대역 주파수 분배안’을 심의·확정되면서 수도권에 한해서만 UHD방송이 전면 도입(30MHz폭)이 될 예정이다. KBS1·2와 MBC, SBS, EBS 등 5개 지상파 채널은 주파수 할당에 맞춰 올 연말까지 초고화질(UHD)방송 전환 계획을 세울 예정이이다.

그러나 이 안이 확정되기 이전에 미래부는 '4+1안'을 통해 700㎒ 대역 주파수중 4개 채널(6㎒씩 총 24㎒)을 지상파 4곳에 UHD 방송용으로 배분하고, EBS는 미사용 중인 DMB 주파수 대역 채널(6㎒)을 배정할 계획이었다. 어이가 없는 것은 미래부의 700㎒ 대역 분배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EBS는 KBS, MBC, SBS와 동등하게 대접도 못 받았고 지상파방송업계도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EBS는 미래부의 UHD방송 안에서 배제 또는 왕따를 당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EBS도 UHD방송을 하게 되었지만, 지역방송은 당장 UHD방송을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방송이 UHD방송에서 배제된 것은 향후 지상파방송의 UHD방송 시행과정에서 큰 문제점으로 제기될 것으로 사려된다.

개인적으로 지상파방송의 UHD방송 시행은 독이든 성배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HD방송보다 콘텐츠 제작비가 4~6배가 더 드는 것으로 예상되는 UHD방송의 콘텐츠 제작 그리고 UHD방송의 송출과 수신을 위한 장비 등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초래되는 상황을 지상파방송이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정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전혀 비용보존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UHD방송 추진과 전환 과정에서도 디지털 전환과정과 유사한 과정과 문제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정부 정책당국 차원의 고민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차원에서 다른 지상파방송사보다 밀리고 있는 EBS 입장에서 과연 UHD방송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EBS의 UHD방송 추진과정에서 EBS 자구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차원의 정책, 서비스방향과 콘텐츠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편승할 수 있는 EBS만의 플랫폼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손쉽게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 및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방송 사업자들은 독자적이거나 주도적으로 유통플랫폼을 확보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대형 유통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산업구조를 만들지 않고 콘텐츠 소싱에 있어서 바게닝 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주도하는 킬러 콘텐츠로서의 교육 콘텐츠 및 에듀테인먼트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지만 교육공영방송인 EBS는 스마트 미디어시대에 부합하는 독자적인 플랫폼 또는 서비스 전략관련 청사진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EBS도 시대적 흐름에 편성하기 위해서 미디어 이용자가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여러 플랫폼을 동시적으로 비동시적으로 이용하는 멀티플랫포밍(multiplatforming) 또는 크로스 미디어(Cross Media) 이용행태를 대응하기 위한 멀티플랫폼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BS는 지상파방송이라는 한계성으로 인해서 능동적인 대응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N-스크린 시대에 다양한 단말기에 자사 콘텐츠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아니면 다른 전송망에 의존해야 해야 한다.

해외 주요 지상파방송인 BBC의 멀티플랫폼 전략을 잠시 소개하면, iPlayer와 영국 내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보유하는 웹사이트 중 하나인 BBC 온라인을 통해서 지상파방송의 플랫폼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BBC의 온라인 서비스는 크로스 플랫폼을 위한 핵심적인 호스트 허브의 역할을 하며, iPlayer와 YouView는 고품질 콘텐츠 공급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개별적, 중층적 커뮤니케이션이 더해져 멀티 플랫폼 콘텐츠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송산업과 미디어정책 환경상 EBS의 지상파방송 플랫폼 전략(MMS, UHD방송, 스마트서비스 등)은 제대로 실현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KBS, MBC, SBS와 비교해서 플랫폼 경쟁력이 더 열악한 EBS는 유무선의 복합적인 망을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 서비스 제공되는 미디어환경에서 서비스 청사진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EBS는 지상파방송 플랫폼의 경우 상생의 전략을 취해야 하고, 스마트 미디어 중심의 멀티플랫폼 전략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마트 미디어시대에 부합하는 EBS 청사진 또는 미래 비전이 마련되어야 실질적인 위상 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 조건들이 제기된다. 전제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재원이다. 30여 년 동안 지겹게 제기된 문제이지만, 교육공영방송인 EBS 역할과 가치실현을 위한 재원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수신료배분 비율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신료 산정위원회 등의 내용과 EBS만의 독자적인 수신료 제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공영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법·제도(가칭 ‘공영방송법’)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 문제로 인해서 EBS의 정치적인 독립성 문제도 화두로 제시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장기적으로 EBS 이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재원구조(수신료 등)와 미래 청사진에 대한 논의 등 교육공영방송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EBS의 MMS와 UHD방송 등의 과정에서 제기된 굴욕적인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는 미래 플랫폼 문제가 다각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박상호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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