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노트5가 발표된 삼성 뉴욕 언팩에서 또 주목할 점은, 바로 올 초에 공개되었던 ‘삼성 페이’의 공식 출시 일정이 발표되었다는 것입니다.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노트5의 프리뷰를 보시려면 여기로) 삼성 페이는 한국에서는 8월 20일, 미국에서는 9월 28일에 정식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며, 중국, 스페인, 영국 등에서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삼성 페이는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5, 그리고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에서 지원됩니다.

▲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결제를 지원해 거의 모든 단말기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합니다.

삼성 페이 다시 짚어보기

이전에도 구글 월렛과 애플 페이가 있었고, 곧 안드로이드 페이가 출시될 예정입니다만, 이들은 모두 NFC에 기반한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카드 단말기가 NFC 통신을 지원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단말기들은 전체 단말기의 10% 미만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1% 수준이라고 합니다. 즉 일부 제휴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전에 애플 페이든 구글 월렛이든 한국에서는 지원도 안 되지만요.

반면에 삼성 페이는 이들과 다르게 NFC 결제 외에도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라는 기술을 병행해서 사용합니다. 카드를 긁을 때 생성되는 자기장을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생성해서 단말기로 전송시키는 방식입니다. 삼성 페이를 실행한 다음, 카드 긁는 곳 근처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기만 하면 됩니다. 즉, NFC가 없어도 카드를 긁는 결제 단말기만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사실상 어디에서나 결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지난 2월 이 기술의 특허를 가진 루프페이를 인수했습니다.

▲ 삼성 이인종 부사장이 언팩 행사에서 사실상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페이는 백화점 등의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발급하는 신용카드나, 기프트 카드, 멤버십 카드 등도 모두 지원합니다. 애플 페이도 이들 중 일부를 지원하지만, 특히 기프트 카드나 멤버십 카드는 많은 경우 NFC 결제 단말기가 없기 때문에 삼성 페이가 대체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가 훨씬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인지 삼성 페이는 바코드 방식도 지원합니다. 마그네틱(루프페이), NFC, 바코드의 3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루프페이는 결제시 카드 번호를 그대로 전송했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야기되었습니다만, 삼성 페이는 실제 카드 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토큰화(tokenization) 기술을 사용하여 가상의 카드 정보를 생성 후 삼성 녹스(KNOX) 보안 솔루션에 의해 분리된 안전한 영역에 저장됩니다. 결제할 때는 항상 일회용 코드를 생성해 사용하기 때문에 카드정보 유출의 위험이 없습니다. 지문 인식을 사용해 사용자를 인증하고요. 이러한 3가지 보안 방식이 삼성 페이를 해킹과 카드 복제/도용 등의 사기, 그리고 악성 코드의 위험에서 보호합니다.

실제로 써 보니 결제 절차도 간단하고 인식도 아주 빨랐습니다.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카드 긁는 부분에 가져다 대니 1초도 안 되어서 카드를 읽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면 실제 카드 번호와 인식한 번호가 다른 것으로 볼 때 토큰화가 이미 된 것으로 보입니다.

▲ 삼성 페이 실제 테스트 모습.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결제가 끝났습니다.

정리하면, 삼성 페이는 NFC 뿐만 아니라 마그네틱 결제도 지원함으로써 거의 모든 카드 결제 단말기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보안 문제도 철저히 대처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입니다. 애플 페이와 대부분이 비슷하고, 다른 점은 마그네틱 결제 정도입니다만, 이 마그네틱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삼성의 모바일 결제 혁신의 핵심입니다.

특별히 생각을 해서 쓰지 않아도 되는 삼성페이의 혁신

위에서 보았지만, 애플페이는 전체 단말기 중 높게 쳐도 10% 미만의 NFC 지원 단말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월그린(편의점/약국), 홀푸즈 마켓(식료품점) 등의 제휴 소매점이나 일부 자판기, 최근에 발표한 코인 세탁소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할 뿐이므로, 애플 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을 미리 알고, 그 곳에 일부러 가야만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래 자주 가는 곳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저라면 일부러 애플페이 때문에 편의점을 갈 때 CVS 대신 더 먼 월그린에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즉, 애플 페이는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가져다 대서 결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열 중 아홉 곳 이상에선 안 되니까요. 이 결점은 NFC 결제를 이용하는 구글 월렛과 안드로이드 페이도 같습니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다릅니다. 마그네틱 결제가 가능한 이상, 카드를 긁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카드가 물리적으로 삽입되어야 하는 일부 주유소나 ATM 정도에서만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대안을 준비중이라고는 합니다. 우리은행 ATM의 경우 따로 리더기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즉, 삼성 페이에는 애플 페이나 구글 월렛처럼 NFC를 지원하는 매장을 미리 알고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없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단말기든, 피자 배달원의 이동식 단말기든 결제할 때 핸드폰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즉, 삼성 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히 생각을 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NFC를 지원하나 안하나 이런 걸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긁듯이, 똑같이 핸드폰을 가져다 댑니다. 별 생각 없이 아무데서나, 신용카드를 쓰던 거의 모든 곳에 핸드폰을 쓸 수 있는 것, 저는 이것이 모바일 결제의 가장 뛰어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블로그 매체 기가옴(Gigaom)은 삼성 페이를 두고 ‘애플 페이를 뛰어넘기 위한 모든 도구를 갖추었다’고 평했습니다.

삼성 페이의 시간적 우위: NFC 단말기 도입에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므로

삼성 페이는 마그네틱 결제를 지원함으로써 범용성 외에도 또 다른 경쟁 우위를 점했는데, 바로 시간입니다. NFC에 의존하는 다른 모바일 결제 수단은 결국은 NFC 단말기가 널리 보급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거나, 애플처럼 여러 체인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NFC를 보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독립, 개인 소매상들은 이런 노력과는 거리가 멀고, 스스로 NFC 단말기를 도입하는 데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NFC 단말기의 보편적인 도입은 당분간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애플페이는 NFC 단말기가 보급되어야만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합니다.

삼성 페이는 NFC의 도입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바로, 전국에 깔려 있는 마그네틱 결제기를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애플 페이보다 출시는 1년정도 늦었지만, 실제 도입 속도는 훨씬 빠른 수준을 넘어 이미 완료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이나 구글이 NFC 단말기의 보편적인 도입 속도를 강제로 가속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삼성의 시간적 우위는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동안 삼성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우위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인지 0.15%의 건당 수수료를 받는 애플과 다르게 삼성은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관련 없는 것이지만, 카드사나 은행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인데요. 가능한 한 많은 결제 은행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파트너를 끌어모으기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수익모델이 없는데, 빅데이터를 이용한 광고를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갤럭시와 삼성 페이를 최대한 빠르고 널리 보급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일부러 결제를 막을 수 없다

미국의 월마트같은 대형 마트와, CVS,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에는 NFC 결제 단말기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 페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구글 월렛은 사용 가능했고 저도 잘 쓰고 있었는데, 애플 페이가 등장한 이후에 덩달아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이들은 MCX라는 유통 업체의 연합에 소속되어,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한 CurrentC라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있던 NFC 결제기까지 막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마그네틱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신용카드를 긁는 것과 다를 게 없어서 결제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루프페이는 호환성 이슈는 있었지만 어쨌든 NFC가 막힌 CVS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고, 삼성페이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삼성 페이는 CVS 뿐만이 아니라 세븐일레븐, 월마트 등에서도 모두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NFC 결제 진영에 다행인 점은 이런 CurrentC의 독점이 곧 끝나간다는 것입니다.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인 베스트 바이와 편의점/약국인 Rite Aid에서 NFC의 사용이 가능해 졌습니다. CurrentC는 그 자체로도 문제점이 많은 결제 방식인데, 기회가 있으면 다루어 보려 합니다.

삼성 페이의 걸림돌: 이미 해결된 듯

하지만, 삼성 페이에도 굉장한 걸림돌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2015년 10월부터 미국에서 카드사들은 ATM과 주유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마그네틱 방식으로 결제할 경우에 일어난 카드 사고(도난, 도용, 분실 등)의 책임을 카드사가 아닌 가맹점으로 돌립니다. (비자의 경우 분실/도난은 제외됩니다.) 이것을 피하려면 ‘EMV’ 표준을 지원하는 칩 카드 결제 단말기를 도입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유럽이나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카드를 긁지 않고 끼우는 방식의 단말기를 미국에서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비록 EMV 칩 결제로의 전환이 강제는 아니지만, 전환하지 않으면 카드 사고의 책임이 가맹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카드와 단말기가 모두 칩 결제를 지원할 경우, 마그네틱 방식으로는 결제가 거부됩니다. 그런데 삼성 페이의 핵심인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방식을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루프페이도 결제가 거부되거나, 사고의 책임이 가맹점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가맹점에선 사용을 꺼릴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 페이의 이런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한 외국 블로그나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옛 루프페이의 이야기입니다. 삼성페이는 이 문제를 이미 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삼성은 주요 카드사(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등)와 주요 은행(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은행, 체이스 등)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EMV가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표준을 처음 만든 회사들)’일 정도로 사고 책임 전가를 주도하는 곳이 카드사인데, 이들과 제휴를 맺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 삼성페이의 미국과 한국의 카드사와 은행 파트너들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모든 카드사가 참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주요 카드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정황증거이지만, 더욱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카드 정보를 토큰화합니다. 실제 카드 정보가 아닌 가상의 정보가 저장되고 일회성의 정보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카드의 도난/도용 등의 사고와 그로 인한 책임의 문제를 사실상 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어차피 안전한 정보이므로, NFC로 전달하든 마그네틱으로 전달하든 문제가 없으므로, 삼성페이를 사용한다고 해서 카드사가 가맹점에게 카드 사고의 책임을 전가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칩 결제는 토큰화를 이용하지 않아서 카드 번호는 그대로 전송되므로, 삼성 페이의 토큰화가 더욱 안전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또한 삼성 페이를 사용하면 오래된 단말기에서도 카드 사고에 더욱 안전할 수 있습니다. 기가옴에서 인용한 루프페이의 창업자인 윌 그레일린에 따르면, 아무리 오래된 카드 단말기라도 삼성 페이의 마그네틱 신호는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단말기는 평범한 마그네틱 카드로 인식하겠지만, 삼성 페이는 실제로는 토큰화된 카드 정보를 전송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구형 카드 단말기에도 추가적인 보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포스트를 처음에 작성하면서 저는 삼성페이가 미국에서는 올 10월 이후에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을 걱정해서 EMV와 삼성페이에 대해서 계속해서 리서치를 했지만, 다행히도 위에서 정리했듯이 그런 걸림돌은 이미 해결되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공식 답변을 위해서 루프페이에 질문 메일을 보낸 상태입니다만, 그레일린의 답변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일각에서 우려하듯 삼성 페이는 결코 몇 개월짜리 시한부 인생이 아닙니다. 칩 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계속해서 충분한 보안과 함께 사용 가능한 기술입니다.

결론: 지갑 대체의 꿈에 가장 가까운 혁신

지갑을 들고 다니기는 분명 귀찮은 일이지만, 사실 저는 가방에서 꺼내는 일이 더 귀찮습니다. 가방 어디 있는지 뒤적거리다가 없어서 깜짝 놀라다 보면 다른 칸에 있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길 가다가 만난 구멍가게에서 콜라 하나 사 먹겠다고 지갑 꺼내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뭐 이렇게 멤버십 카드가 많은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카드지갑을 정리하니 20개가 넘었습니다. 대부분은 한 달에 한두 번 쓰는데, 그거 쓴다고 매일같이 들고 다니는 건 귀찮지만, 그렇다고 안 들고 다니면 또 아깝습니다. 그렇게 지갑은 카드로 불룩하다 조금씩 찢어집니다.

이것은 제 실제 생활입니다만,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대체 가능한 것은 삼성페이 뿐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 NFC 결제 단말기가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 않고, 또 많은 경우 회원 카드 리더기는 마그네틱으로 긁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루프페이의 자주 묻는 질문 문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NFC 결제를 90%의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어쨌든 실물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건 ‘모바일 지갑’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90%의 단말기에서 사용 가능한 삼성 페이는, 어디서든 별 생각 없이 꺼내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지갑’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주유소, ATM 등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과, 가끔 일어나는 호환성 문제가 있습니다만, 이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 중에서는 가장 혁신적이고도 유용하다고 하겠습니다. 며칠 뒤면 한국에 출시될텐데, 반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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