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제작발표회 때 정웅인은 “벌써부터 라이브방송이 되고 있다”라는 말로 위험을 예고한 바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4회의 방송 사고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후반부에 같은 장면이 두 번 반복되는 사고가 드러났다. 이런 편집사고는 이미 방송 중에 후반부 편집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용팔이'의 불안한 미래를 보는 듯 했다. 어차피 한국드라마는 초반 몇 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쪽대본에 의지해 촬영하고, 그나마도 후반부로 가면 생방체제로 돌입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용팔이'는 시작부터 생방송처럼 방송하면서 편집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드라마에 편집사고는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너무도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4회의 방송 사고는 용서해주고 싶은, 아니 용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4회가 다룬 내용이 격렬하게 우리사회 지도층의 본질을 저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하지 않았지, 세월호 참사를 그대로 병원으로 옮겨 놓았다. 어디 세월호만의 문제인가. 병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도 아마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피해의식(?)이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실제로 6.25 때 경험한 바도 있지 않은가.
멜로를 습격한, 멜로보다 더 무거운 풍자에 우선 박수를 치고 싶다. 잔뜩 멜로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이게 웬일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겪고 있는 안전위기 상황은 멜로드라마 아니라 어디라도 자꾸 풍자하고, 비판해서 잊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세월호도 거의 잊혀 가고,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 공포에 떨었던 메르스마저 아주 먼 일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에서 다뤄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용팔이'는 주원뿐만 아니라 정웅인, 채정안 등 해줘야 할 배우들이 적절하게 존재감을 나누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이제는 김태희만 해준다면 올해 최고 드라마로서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깨어난 김태희가 화룡점정이 되어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잠들어 있는 편이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