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역사편향’, ‘보도개입’ 논란을 빚은 KBS 이인호 이사장은 그 직을 유지하게 됐다. ‘극우성향’으로 일베 글을 퍼날라 논란이 일었던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KBS로 자리를 옮겨 초유의 3연임을 완성했다. 세월호 유가족에 ‘떼쓰는 사람들’이라고 폄훼했던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는 이사로 승진(?)했다. 김광동·김원배 이사 또한 방문진에 그대로 남게 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롭게 선임된 이사들의 성향 또한 그 면면이 화려하다.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관련기사 : 방통위, 선거 앞둔 공영방송에 ‘극악-극우’ 인사들 내리 꽂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3일 <권력에 굴종한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하라> 성명을 내어 “3번의 인선 회의 연기라는 진통을 겪었으나 결과가 바뀐 건 없었다”며 “평생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을 해왔다는 판사 출신의 최성준 위원장 스스로 법과 원칙을 내팽개친 것”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공영방송 이사 3연임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은 처참하게 무너졌다”며 “소수 방통위원들의 타당한 문제 제기와 합리적 의사 결정 요구는 철저히 짓밟혔고, 오로지 정권의 탐욕을 위해 다수 위원들이 똘똘 뭉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껍데기만 남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치우고 그 자리에 방송통신부를 세워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는 KBS 신임이사 선임과 관련해 “사상 최악의 부적격 인사들을 KBS에 투하했다”며 “KBS를 이념 전쟁터로 만든 이인호, MBC를 망가뜨린 대가로 전례 없는 3연임에 나선 차기환, 뉴라이트 극우 언론인 조우석, 이명박 찬양방송의 주역 변석찬, 역사전쟁을 통해 편향된 현대사를 설파하는 강규형까지, 도대체 KBS 이사로서 하나같이 자격미달인 자들이 낙점됐다.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은 보다 분명해졌다”며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두고 KBS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 정권재창출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 비상식적 이사 3연임에 야당 저격수로 극우적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차기환 씨가 청와대 행동대장으로 낙점됐다”고 우려했다. KBS본부는 “문제의 부적격 이사들에 대한 임명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대선 당시 공약했듯이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균형 있게 반영해 다시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방문진 이사 구성에 대해 “김광동·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는 공영방송 MBC의 몰락 과정에서 김재철을 앞장서 옹호하며 경영진의 위법 경영 그리고 배임경영엔 눈 감아왔던 인물들”이라며 “더불어 새로 선임된 여권 추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10기 방문진 이사들의 극우·보수적 색채가 더욱 진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안검사 출신으로 대표적 극우인사로 꼽히는 고영주 이사가 차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유력시된다”고 우려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는 “이번 이사 선임결과는 박근혜 정권이 여전히 공영방송 장악의 야욕을 버리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나아가 내후년 총·대선에서 공영방송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평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방통위가 이처럼 부끄러운 인물을 포함해 3연임을 추진한 이유를 삼척동자도 안다”면서 “하지만 KBS와 MBC를 정권의 의지로 조종하는 데 앞장선 주구들을 공신이랍시고 공영방송이 계속 자기들 손아귀에서 놀아나리라 기대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공영방송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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