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이 다행일까? 주원의 원맨쇼가 이어지는 <용팔이>는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김태현은 VIP들을 위한 공간인 한신병원 12층으로 올라갔다. 12층 담당인 이 과장에 의해 특진 아닌 특진을 하게 된 태현은 운명처럼 한신그룹의 제1 상속자인 여진과 만난다.

병원 민영화의 민낯;
돈이 권력이 세상 그 모든 것을 가진 여진, 거대한 성에 갇힌 공주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신그룹의 제1 상속자인 여진을 두고 벌이는 거대한 음모가 <용팔이>의 중심이다. 물론 병원을 중심으로 주인공이 의사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학 드라마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거대 재벌의 자식들이 벌이는 권력 대결을 다루고 있다.

재벌가 상속자들의 권력 싸움은 이제는 식상하다. 장르 드라마가 한정된 한국 드라마 환경에서 재벌은 영원히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드라마가 그렇게 자주 재벌을 다루는 이유는 역시 현대 사회에서 재벌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 재벌가의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여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죽은 후 그는 스스로 죽으려 했다. 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은 한신병원 12층 특별한 공간에 갇힌 채 살아도 죽은 상태로 존재해야만 했다.

식물인간처럼 관리하며 한신그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오빠 도준의 탐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여동생이 자신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그는 그렇게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고 한신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12층 여진의 방은 철저하게 감시되어야만 한다. 누구도 쉽게 그곳에 들어설 수 없고, 특별한 소수만이 여진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준의 부인인 채영은 남편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아버지와 다른 한신그룹 이사진들과 편이 되어 도준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파이처럼 활동하는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야만 했다.

바보처럼 행동하면서 12층에 숨겨진 여진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이런 과정에서 여진을 담당하게 된 태현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재벌가의 명확한 편 가르기로 이어지며 도준과 여진은 치열한 대결 구도를 가질 수밖에는 없게 될 것이다.

태현 역시 도준의 부인 채영처럼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돈만 좋아하는 한심한 의사가 아니라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돈이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들에게 힘을 주는 그는 철저하게 이런 자신을 숨기고 있다. 자신이 그런 존재로 타인들에게 각인되는 것이 현재 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는 성공해야만 했다.

수술 능력만 놓고 본다면 한신병원 전체를 두고 봐도 태현은 1위이다. 그런 점과 그가 불법 왕진을 다니고 있다는 약점이 하나가 되어 태현은 12층에 올라설 수 있었다. 도덕적인 가치보다 돈에 집착하는 그라면 충분히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본심을 모르는 그들은 거대한 호랑이를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들인 꼴이 되었다.

초반 이런 흐름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한신병원의 12층이다. 그곳은 철저하게 0.1%에게만 통용되는 병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동네 병원이라고 드라마에서 표현되듯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이는 '병원 민영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병원은 영리병원이다. 우리가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을 영리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수익을 모두 병원에 재투자해야만 하는 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벌들이 소유한 병원을 중심으로 그들은 이 종합병원마저 영리병원으로 바꾸려 한다.

종합병원마저 영리병원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 상황은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사보험사를 거느리고 병원까지 운영하는 거대 재벌. 그것도 모자라 다양한 의료기 회사들까지 수집하듯 사들인 재벌은 그렇게 거대한 권력을 앞장세워 의료 민영화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의료 민영화를 그대로 따라가려는 대한민국은 스스로 지옥으로 달려가려 한다. 사실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자들에게 이런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는 돈 없는 서민들에게 의료 민영화는 곧 죽음과 동의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직 영리에만 집착하는 의료 민영화는 빈부의 격차를 더욱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용팔이>에서 태현은 12층 환자들을 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니 부르지 말라고 교육받는다. 그들에게 12층을 찾는 자들은 그저 고객일 뿐이다. 엄청난 돈을 가진 그들만을 위한 특급 서비스는 곧 정부가 그토록 만들고 싶은 의료 민영화가 만들어낸 당연한 초상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특별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들은 그저 세속적일 수 없는 운명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이유 역시 그들은 다른 직업군과 달리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거대 재벌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12층 VIP 병동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우리가 막지 못하면 현실화될 의료 민영화의 모습이다. 우리의 생명마저 자본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를 고객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는 의사가 아니게 된다. 그저 의료 기술을 가진 장사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 앞에서 스스로 의사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태현과 여진이 손을 잡고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용팔이>가 과연 어떤 의미들을 담아낼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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