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분쟁을 중재할 목적으로 지난 11일 ‘지상파방송 재송신협의체’를 출범시켰으나, 지상파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 간 계약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이 지상파 주장이다. 지상파는 ‘협의체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유료방송은 사업자 간 분쟁으로 시청자와 가입자에게 피해가 갈 상황을 사전에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일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MBC 사장)는 의견서를 발표하고 “법원은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료 방송사들과의 재송신 계약에 관해 ‘재송신은 저작권법을 포함한 사법(私法)의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적시(2011년 9월 서울고등법원 판결)한 바 있다”며 정부가 추진한 재송신협의체가 자율적 협상을 가로막고,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협의체 구성 및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방송협회는 “현재의 재송신 협의체마저도 유료방송사업자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인사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며 “당연히 편파적인 논리와 주장에 치우쳐 공정성이 심히 훼손될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이렇게 공정성이 결여된 재송신 협의체에서 ‘다수결 처리’를 표방하며, 유료방송의 입장을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까지 갖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가입자당 대가’를 현행 채널 당 280원에서 430원까지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제공사업자(IPTV사업자) 측은 유료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는 대가 등을 고려해 산정기준을 마련한 뒤 협상하자며 맞서고 있다. 양측이 진행 중인 ‘재전송료’ 관련 소송은 민사 18건, 형사 2건이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이 정부를 등에 업고 협상을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협의체 구성 자체를 반대해왔다. 정부는 애초 정부, 지상파, 유료방송이 각각 4명, 3명, 3명의 전문가를 추천하면 총 10명의 인사로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지상파는 협의체 구성에 반대하며 전문가 추천을 하지 않았다.

협의체 발족으로 협상과 소송이 모두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는 게 지상파 주장이다. 방송협회는 “실제로 일부 유료 방송사들은 정부의 ‘재송신협의체’ 구성 계획이 나오자마자 소송을 중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등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고, 협상 참여에도 불성실하게 임하는 등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유료방송은 재송신협의체를 운영해 사업자 간 갈등과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윤두현)는 즉각 ‘방송협회 재송신협의체 중단 요구 관련 케이블업계 입장’을 내고 “재송신 문제는 제도미비로 인해 사업자간 과도한 갈등이 발생하고 시청자 피해가 일어나는 사안”이라며 방송협회 의견서와 지상파의 주장을 반박했다.

케이블협회는 “2010년~2011년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재송신 중단, 유료방송 가입자당 재송신 대가 산정 및 재계약(지상파의 CPS 인상 요구) 관련,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방송중단’ 등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다”며 “재송신협의체는 현행 법/제도 미비 하에서 사업자간 협상과 사법부 판단에만 맡기다 보니 발생하는 소모적 분쟁을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는 “재송신협의체의 경우 사업자를 배제한 전문가 그룹이며, 정부가 지상파측에도 직접 추천기회를 부여했음. 최종 구성은 지상파측 입장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며 “지상파는 협의체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실제 협의체가 발족하니 이를 무산시키고자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이블협회는 “CPS 부과 및 방송중단 등으로 시청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큰 이슈인 만큼 행정부가 계속 방관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유료방송 업계는 정부가 이번 협의체 논의를 통해 분쟁 최소화를 위한 방향으로 재송신 협상의 기본 틀을 갖춰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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