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Wi-Fi Multipath Aggregation

지난 두 글에서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의 도입과, 그로 인한 LTE와 Wi-Fi의 공존 문제와 그 해결책을 다루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단순히 LTE와 Wi-Fi를 묶어도 되지 않겠냐는 언급을 했었지요. 이건 LTE-A 캐리어 어그리게이션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두 무선 통신 기술을 묶는 것인데, 이미 기술은 무르익어 KT, SKT와 LG U+ 모두 각각 ‘GiGA LTE’, ‘band LTE WiFi’, ‘기가 멀티패스’ 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LTE-Wi-Fi 묶음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 기술은 LTE-Wi-Fi Carrier Aggregation, LTE-Wi-Fi Link Aggregation, LTE-H, LTE-X 등 워낙 다양한 용어로 불립니다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발간한 TTA 저널 154호의 기사에서는 다중 경로(multipath)를 가장 잘 나타낸다며 LTE/Wi-Fi Multipath Aggregation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TTA 저널에서와는 다른 이유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통신 3사가 LTE와 와이파이를 묶기 위해서 모두 “Multipath TCP”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라고 부르겠습니다.

Multipath TCP: 인터넷 전송을 여러 경로로

TCP(전송 제어 프로토콜)는 통신 프로토콜 중 IP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전송은 TCP와 IP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TCP/IP’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TCP와 IP 등의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주제에서 벗어나니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면 컴퓨터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어떻게 통신할지에 대한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기기들은 여러 경로들을 통해 동시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와이파이나 LTE도 각각 하나의 경로가 되겠지요. 하지만 TCP는 기본적으로 보내는 기기와 받는 기기 사이에 통신하는 경로(path)가 하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중 하나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Multipath TCP (MPTCP)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신 경로를 여러 개로 늘리겠다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TCP 계층이 하나의 MPTCP 계층과 그 밑의 여러 TCP 서브플로우(‘하위 흐름’)로 나뉘고, 이에 따라 IP도 TCP 서브플로우의 개수만큼 나뉩니다. 이를 통해 MPTCP를 송신자와 수신자가 모두 지원한다면 한 데이터 덩어리를 보낼 때에도 여러 경로로 나누어 보낼 수 있습니다.

▲ 왼쪽은 기존의 TCP, 오른쪽이 MPTCP입니다. 여러 경로를 통한 전송을 위해서 TCP 계층을 여러 서브플로우로 나눕니다. (출처: IEEE Cloudnet 2013, www.ieee-cloudnet.org/2013/pub/slides/TS3-3.ppsx )

▲ 여러 TCP 서브플로우를 통해 하나의 큰 MPTCP 플로우가 만들어 지면서, 통신 경로의 개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출처: 시스코, http://www.cisco.com/c/en/us/support/docs/ip/transmission-control-protocol-tcp/116519-technote-mptcp-00.html )

MPTCP는 국제 인터넷 표준화 기구(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IETF)에서 개발하고 있는 표준입니다. 기존에는 연구자들만 소규모로 사용해오던 것인데, 애플이 iOS7에서 끊김 없는 연결을 위해서 시리(Siri)에 MPTCP를 도입함으로써 순식간에 사용자가 수천만 단위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MPTCP를 서드파티에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Siri에만 쓰이고, Wi-Fi와 모바일 데이터(3G 또는 4G)라는 두 경로를 동시에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전송 속도가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와이파이 경로가 끊길 때를 대비해 LTE 경로를 대기시켜 놓는 형태입니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모두 지원해야 하는 MPTCP, 그리고 그 해결책

애플의 시리는 아이폰과 애플의 서버가 모두 MPTCP를 지원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사실 절대 다수의 서버는 MPTCP를 지원하지 않고, 이건 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 기기가 MPTCP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건 Siri뿐이고, 다른 앱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서버를 운영하는 쪽에선 굳이 MPTCP를 지원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제조사들도 지원해봤자 전혀 못 쓰는 걸 굳이 추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단순히 두 기기 직접 통신이 아니라 경로 중간에 굉장히 많은 중간 기기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MPTCP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간 기기가 이해할 수 없는 연결이면 그냥 버리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아무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해결책이 바로 MPTCP 프록시 서버입니다. 이 프록시 서버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서버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중간에서, 비록 서버가 MPTCP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클라이언트만 지원한다면 MPTCP를 통해 여러 경로로 통신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서버에서 데이터를 보내면, 프록시 서버에서 데이터를 둘로 나눠서 클라이언트에게 두 경로로 따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서버가 MPTCP를 지원하기 전까지의 임시 해결책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 접속 대상 서버가 MPTCP를 지원하지 않아도, 클라이언트, 이 경우는 스마트폰이 MPTCP를 지원한다면 MPTCP 프록시 서버를 통해 여러 경로로 통신이 가능하게 됩니다. (출처: SKT, http://blog.sktworld.co.kr/5865 )

MPTCP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LTE와 와이파이를 묶기

MPTCP 프록시 서버를 통하면 서버의 지원 유무와 관계 없이 항상 여러 경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MPTCP를 지원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즉 스마트폰이 MPTCP를 지원하기만 한다면 프록시를 통해 항상 LTE와 와이파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또한 MPTCP는 IETF의 표준이고 3GPP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기존 LTE 네트워크 자체에 큰 업데이트를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통신 3사들은 일제히 MPTCP 프록시를 도입했습니다. 지난 6월에 KT, SKT와 LG U+가 모두 상용화를 발표했고, 현재는 갤럭시 S6과 S6 엣지만 지원하지만, 곧 LG G4와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갤럭시 노트5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MPTCP를 이용한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는 애플의 Siri와는 다르게 LTE와 와이파이를 동시에 사용해서 둘의 속도를 더합니다. 현재 LTE는 3밴드 CA로 300Mbps의 최대 속도를 낼 수 있고, 와이파이는 최신 802.11ac 표준으로 80MHz 대역폭, 2x2 MIMO(송신, 수신 측의 안테나가 각각 2개로 다중 접속)로 867Mbps의 최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둘을 묶어서 1.17Gbps의 최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초당 1기가비트를 넘긴 것이 상징적인지 KT와 LG U+는 명칭에 ‘기가’를 넣었습니다.

MPTCP를 통한 LTE-와이파이 멀티패스의 문제

다행히도 이번엔 비면허 대역에서의 공존과 공정성의 문제는 없습니다. LTE는 LTE 면허 대역에서, 와이파이는 비면허 대역에서 따로 노니까요. 하지만 다른 문제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많은 기사들에서 와이파이에 많은 기기들이 연결되기 때문에 1Gbps의 최대 속도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합니다만, 비록 와이파이에서 더 큰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LTE도 이건 마찬가지고(3CA 쓴다고 실제로 300Mbps 안 나오니까요), 실제 속도는 이론상 최대 속도보다 언제나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는 이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데이터를 전송할 때 얼마나 LTE를 사용하고 얼마나 와이파이를 사용하는지 사용자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전에 비율을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나중에 LTE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할 수야 있겠지만, 이미 쓴 뒤니 별로 의미는 없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라면 사용하기 꺼려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LG U+나 KT의 경우는 기가LTE 지원 요금제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제한하고 심지어 KT는 연말까지 LTE 기본 데이터 제공량도 차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만, SKT는 요금제에 제한이 없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MPTCP는 특성상 동시에 여러 IP 주소를 갖게 됩니다. 각각 하나의 TCP 서브플로우에 하나의 IP가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LTE로 접속했을 때와 와이파이로 접속했을 때 IP 주소가 다른 것을 생각해 보시면 쉬운데, MPTCP는 결국 이 둘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넷매니아스 (http://www.netmanias.com/ko/post/blog/6719/carrier-aggregation-lte-wi-fi/integration-of-lte-and-wi-fi-networks-2-non-3gpp-based) 에서 지적한 대로, VoIP(인터넷전화) 등의 IP를 기반으로 인증하는 서비스는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당연한 말이지만 1.17Gbps의 속도는 3밴드 CA와 867Mbps의 와이파이가 동시에 서비스되는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KT는 기존의 와이파이망에 자신이 있는지 기가 와이파이 AP(공유기)가 14만대나 있다고 자랑을 하지만, SKT나 LG U+의 경우는 문의 결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곳은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KT는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기가 와이파이’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KT의 기가 LTE, 곧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는 기가 와이파이가 설치된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출처: 올레 블로그, http://smartblog.olleh.com/4061 )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와이파이의 867Mbps도 이미 엄청난 속도인데 굳이 데이터를 차감해가면서 1.17Gbps를 위해 LTE를 같이 써야 할 이유가 사용자에겐 없다는 것입니다. 이론상의 속도와 안정성이 훌륭하고, 실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해도,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기술은 쓰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했듯, 데이터 무제한 등의 혜택을 더욱 광범위하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는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것입니다.

결론: 무제한 데이터만 되면 좋은 기술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는 LTE와 와이파이를 마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과 비슷하게 묶음으로써 서로의 속도를 더해 처음으로 초당 1기가비트가 넘는 속도를 상용화했습니다. LTE와 와이파이가 같은 대역에서 경쟁하지 않고, 각각 다른 대역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비면허 대역에서의 LTE보다는 더 ‘정중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LTE 데이터 사용량을 예측할 수 없어서 실질적으로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LTE-와이파이 멀티패스에는 무제한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통신 3사가 모두 갖춘, 데이터 소진시 매일 2GB씩 추가 제공하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면 LTE-와이파이 멀티패스를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기는데 부담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만, 이 경우에도 저는 통신사만의 특수 서비스에는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식의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와이파이만 써도 별 차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LTE-와이파이 멀티패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LTE와 와이파이를 묶는 기술이 있긴 했습니다. 삼성 갤럭시S5에 등장했던 ‘다운로드 부스터’ 기술입니다. 또 최근 LG U+는 ‘2기가 멀티패스’라며, LTE와 와이파이의 속도를 모두 높여 2Gbps의 멀티패스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둘은 과연 어떤 것인지,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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