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입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결국,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11월말 규제개혁위 심사, 12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12월말 국무회의 의결 후 공포, 시행될 예정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안건으로 올라온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PP, 지상파방송 등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제한하는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는 개정 내용이 표결에 부쳐졌다. SO의 방송구역 수 제한을 1/5에서 1/3로 완화하는 등의 케이블방송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은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다.

야당 추천 위원인 이경자, 이병기 위원은 대기업의 방송진출 제한 기준을 5조원 이하로 강화할 것을 주장한 반면 최시중 위원장, 송도균 부위원장, 형태근 위원 등은 1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원안을 주장해 1시간30분 남짓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표결에 들어가 찬성 3인, 반대 2인의 결과로 원인이 통과됐다.

최시중 위원장은 표결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산업으로서 방송을 어떻게 키울까를 생각한다면 한국에서도 미디어 대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내 생각에는 3조원이든 5조원이든 누구나 다 들어왔으면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송도균 부위원장은 “30대 대기업 안에 드는 기업은 부도덕하고 그 밖은 신뢰하는 시각은 문제 있다”며 “여론 독점 문제도 과거 3조원을 정할 때와 환경이 달라졌다”고 거들고 나섰다.

이번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로 국내 재계 순위 24위 이하의 기업들이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지나친 범위 확대라는 지적을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언론시민사회단체, 민주당 등에서 제기했지만 방통위가 끝내 외면한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언론노조는 대기업 기준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준인 5조원 이하에서 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현행 3조원 미만에서는 상위 57개 대기업, 10조원 미만에서는 상위 23개 대기업이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시행령 개정으로 24개 대기업이 추가적으로 방송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미 케이블방송 등 방송 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5조6천억원), 태광산업(3조8천억원) 등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여론형성 방송시장인 지상파방송, 보도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또한 케이블방송 SO에 대한 대규모 규제완화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SO의 방송구역 수 제한을 1/5에서 1/3로 완화하기로 해 거대 MSO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전체 SO 방송구역 77개 권역에서 한 사업자가 최대 25개 권역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M&A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티브로드, 씨앤엠, CJ헬로비전을 중심으로 케이블방송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언론노조가 26일 오후 2시 방통위 앞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한편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의결과 관련, 성명을 내어 “오늘 방통위원들은 언론을 없애버리고 방송공장의 필요성에만 수없는 말을 섞었다”며 “소신 없이 개인의 영달을 찾아 아첨과 아부로 세월을 가르는 관료들과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는 방통위원들이 우글거릴 뿐”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조중동과 상업권력의 방송침탈이 시작됐다”며 “오늘 최시중 위원장과 방통위원회가 방송장악의 뜻을 분명히 시인한 만큼 그 대가는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성명을 내어 “국민의 자산인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각종 소유·겸영 규제를 두고 있는 방송법의 취지와 정신이 허구적인 ‘산업화’, ‘시장주의’ 논리로 인해 파괴되었다”며 “일반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상한선을 5조원으로 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자산인 방송,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생명으로 해야 할 방송 산업에 있어 ‘대기업 진입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방통위 오늘 의결은 무효다.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 당장의 행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정책결정을 분명한 반대의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합의제위원회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는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또한 방통위 결정의 무효와 취소를 위한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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