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 에서 이어집니다.

▲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포스터
- 수남은 재개발 찬성을 위해 동네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을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순수한 캐릭터다. 이정현 씨가 보기에 수남은 현실적인 인물인가 아니면 순수한 인물인가.

“수남은 순수한 인물이다. 사실 수남은 집이 필요 없다. 고시원에 살아도 되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집, 그리고 재개발에 집착한다. 수남은 고아다. 남편 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 수남이 저지르는 살인이 관객에게 용납될 수 있게끔 보여야 했다. 그러려면 순수함 밖에는 없었다.”

- 명계남 씨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이 있다.

“조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셔서 한두 테이크만 찍으면 오케이되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NG가 많이 난 게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이었다. 명계남 선생님은 강한 분인 줄로 알았는데 여린 분이다. 제가 아플까봐 살살 잡으신 게 문제였다. 저 때문에 명계남 선생님이 감독님에게 ‘왜 (이정현의) 머리를 세게 잡게 하느냐’고 싸울 뻔도 했다. 제가 명계남 선생님에게 ‘선배님 저는 괜찮아요, 세게 잡아주세요’ 할 정도였다. 결국에는 미안해하시면서 제 머리채를 세게 잡았다.”

- 영화를 보면 항상 눈이 빨갛다.

“수남은 쓰리잡 이상을 뛴다. 항상 일에 쫓긴다. 초췌해보였으면 해서 좀 더 피곤해 보이고 독기가 올라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 수남과 이정현 씨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 남자밖에 모른다는 점? 청소를 잘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잘 찍을 수 있었다. 설거지 밀리는 것도 싫어해서 설거지거리가 생기면 바로바로 설거지하는 스타일이다. 설거지하는 세제도 천연세제를 만들어 쓴다. 애벌빨래를 손으로 한 다음에 세탁기 돌리는 것도 좋아한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을 보면 제가 요리한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다.”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뿐만 아니라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가 요즘 많이 나오는 추세다.

“요즘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나온다. <차이나타운>을 시작으로 <암살>의 전지현 씨, 곧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이나 <미쓰 와이프> 같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가 잘 되어야 여성이 주가 되는 시나리오가 계속 나올 수 있다.”

- <무한도전> ‘토토가’에 출연했다.

“토토가 때 유재석 오빠가 ‘정현이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건넸다. 김태호 PD님도 마침 저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토토가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토토가를 할 때는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 토토가 이후로 너무나도 많은 십대 팬이 생겼다. 투어 공연이 가을까지 잡혀 있다. 한국 일정이 빠듯해서 올해는 중국을 한 번밖에 방문하지 못했다.”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 역의 이정현 ⓒ박정환
- ‘토토가’ 이후 이정현 씨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을 실감했을 텐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많은 걸 내려놓게 된다. 포기하고 있을 때 좋은 일이 생기면 더 좋게 된다. 그래야 행복해진다.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알고, 포기할 줄 아는 법을 나이 들수록 깨달아간다. 토토가로 인기를 얻었을 때에도 좋다기보다는 신기했다.”

- 중국에 진출한 1세대 연예인이기도 하다. 중화권에서 인기몰이 할 수 있었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에서 제 노래를 그대로 부르고 제 분장이나 비녀와 부채까지 똑같이 따라한 가수가 있었다. 많은 중화권 가수들이 제 콘셉트를 가져다 노래를 불렀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이런 콘셉트로 노래를 부르는 오리지널 가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에 초청을 받았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때에는 인기가 내년(처음 초청된 해로부터)에 그칠 줄 알았다. 그런데 제 인기가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불안하다. 내년에 이 인기가 끝나지 않을까 해서다(웃음). 중국에 있는 시골 아주머니, 할머니까지 다 안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와’ 콘셉트가 동양적인 콘셉트이면서 영화 ‘천녀유혼’ 같고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주얼이었다. 중국 가수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서 예쁘게 노래하는데, 저는 반대로 ‘강한 여자’ 콘셉트로 나갔다. 눈을 부라리며 무섭게 부르는 걸 중국 팬들이 좋아했다. 지금도 공연할 때마다 ‘와’는 꼭 불러달라고 한다. 저는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신곡을 부르고 싶은데 중국 계약서에는 ‘와’를 꼭 불러달라는 계약서 조항이 있을 정도로 ‘와’를 좋아해주신다. 새로운 곡이 언제 나오느냐고 팬들이 궁금해 하신다. 좋은 곡을 받아서 빨리 활동하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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