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콘텐츠 사용료’ 분쟁과 관련해 협의체를 발족했다. 정부와 업계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다. 그러나 정작 지상파는 불참했다. 재전송료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고, 사업자 간 계약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지상파 입장이다. 정부는 이해당사자인 지상파의 불참에도 협의체를 끌고 나갈 의지를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협의체 운영방식과 함께 향후 논의과제를 확정하는 자리다. 협의체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전송료 분쟁을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발족됐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협의체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한 사업자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위원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을 맡기로 한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은 정부가 추천했다. 유료방송 추천 전문가는 △신홍균 국민대 법학과 교수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매체공학과 교수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3명이다.

▲ (이미지=인사이드케이블)

애초 정부는 정부, 지상파, 유료방송이 4대 3대 3으로 전문가를 추천해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이에 지상파는 “재전송료 소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협의체 발족을 미뤄 달라” “사업자 간 사적 계약 문제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한국방송협회 민영동 대외협력부장은 “정부는 시청자와 시청권 보호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재전송료 문제는 ‘콘텐츠 제값 받기’ 문제이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 이슈”라며 “(지상파 없는 협의체 발족 강행은) 정부가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전송료’ 관련 소송은 민사 18건, 형사 2건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8월, 9월에 나올 소송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올해 유료방송에게 가입자 당 대가(CPS)를 현행 채널 당 280원에서 43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고,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상파는 사업자 간 개별협상을 원하고 있으나 유료방송은 “지상파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맞서고 있다.

유료방송은 지상파를 직접수신해 보는 시청자는 10%가 채 안 되고, 지상파의 콘텐츠 영향력에 유료방송이 기여하고 있는 것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상파는 유료방송이 지상파 콘텐츠를 킬러 콘텐츠로 활용해 홈쇼핑 끼워팔기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재전송료는 ‘정당한 대가’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법원은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핵심 이해당사자인 지상파가 불참했으나 협의체를 운영해 제도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지상파가 불참했으나 지금 상황은 굉장히 심각하다. 협의체는 해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대표성이 없다고 해서 협의체 논의 자체가 무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협의체가 제도개선안을 제출하면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사업자 간 분쟁으로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방송의 재개와 유지를 명령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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