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어딘지는 귀신도 모른다. 절체절명, 예측불허일 뿐이다. 진원지는 미국이다. 상황은 전 지구적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이다. 경제가 위기다.
예측은 '유이'하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두 명이다. 불안과 희망의 극단이다. '노란토끼 사냥론', '연기금 회수', '주가 반토막', '3월 대위기'의 불안을 말하던 미네르바는 떠났다. 그는 이단으로 몰렸다. 그의 예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총체적 불행이다.
이제 속칭 미네르'박'의 세상이다. 그는 대통령 이명박이다. 그의 예측은 미네르바보다 구체적이다.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내에 부자 된단다. 위기는 3년 이상 가지 않는단다. 그의 희망 예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는 펀드를 사라고 했었다. 내년에 주가지수가 3000을 돌파하고 임기 안에 5000까지 간다고도 했었다. 애초에는 747(경제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말했었다. 그의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예측도 현재 진화 중이다. 희망이 전하는 역설적 불안은 계속된다.
747은 초저녁에 개그의 소재가 됐다. 747이 7월 4일 7시 이명박 하야라는 악담까지 있다. 주가와 펀드는 반토막 난 지 오래이다. 물론, 어제 틀렸으니 내일도 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검증이 남는다. 검증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몫이다.
<한겨레>는 4면 상자 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보다는 건조하다. 재외동포들에게 고국을 도와 달라는 부탁으로 해석했다.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좀 의외이다. 사설로 다뤘다. 조선은 대통령의 주식 이야기가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연이어 떨어뜨리고 있음을 바로 보라 일렀다.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단다. 중앙은 좀 더 과감하게 나갔다. 무책임하고 경박하단다. 희망을 주기 힘들단다. 대통령 입이 떨어뜨리는 국격(國格)에 대한 염려까지 나갔다.
정치적 입장과 사회적 위치를 가릴 것 없이 비슷하다. 미네르'박'의 예측은 논리적으로 구성이 안 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상황을 오판하고 있단다. 입을 좀 다물란다. 오직 한 군데만 빼고.
<동아일보>는 말이 없다. 분명, 대통령의 예언을 들었을 텐데 미동도 않았다. 왜일까? 대통령의 발언과 동정에 유독 설레발을 치던 동아였다. 혹시, 몰랐을까? 아니면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 동아도 대통령의 예측에 지친 것일까?
모두 아닐 게다. 몰랐을 리 없다. 뉴스 가치를 재는 데 다른 일간지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친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동아는 대통령의 예측을 진짜로 믿고 있다. 미네르'박' 만이 자신들을 구원해 주리란 믿음의 결벽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동아는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어려울 때 도전적으로 간 기업이 결국 1~2년 뒤 좋은 시기가 오면 그때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곧바로 1면에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다-공격적 미래투자 나선 기업들'과 4면에 '국내기업들의 도전-"불황 때마다 역발상 투자" 포스코 세계1위 노린다" 특집기사로 화답한 동아다.
불안을 거세한 동아일보의 희망, 그리고 미네르바와 미네르'박'이라는 걸출한 예언자 둘. 시골의사라는 소박한 저명함을 갖고 있는 박경철씨는 이번 주를 고비로 읽었다. 동아일보의 고비는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