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마케팅으로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쇼미더머니'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논란을 좀 만들어야 주목을 받고,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의도되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재미가 배가되기도 하고 반감되기도 한다.
이번 '쇼미더머니4' 논란의 주범은 바로 아이돌이었다. '쇼미더머니3‘에서는 아이돌인 바비가 우승을 했고, 레퍼의 레전드라는 사람들이 출연했음에도 바비를 결국 인정하는 그림을 만들어내었다. 바비는 덕분에 실력 있는 아이돌 랩퍼로서 인정받았고, 아이돌 래퍼들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인정받는 아이돌 레퍼가 되기 위해 '쇼미더머니4'에 대거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돌은 대거 탈락하고 송민호만이 남는다. 그리고 점점 답정너가 되어가는 '쇼미더머니'는 송민호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변질돼가고 있는 듯하다.
답정너 '쇼미더머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적은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내는 데 있다. 하지만 올라갈 사람들을 정해놓고 원칙을 번복해가며 진행된다면 띄워주기 프로그램 밖에 되지 않는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과정에선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전 스릴러 영화에서 스포일러를 해버리면 김이 새버리듯 말이다.
'쇼미더머니'는 기본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서바이벌이라면 누가 왜 올라가고 떨어지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는 예술적인 분야라면 최대한 기준을 쪼개 다양한 기준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납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문자투표, 프로듀서 투표, 판정단 투표 등 투표를 받는 사람들도 다양하게 해야 하고, 랩, 퍼포먼스, 팀워크 등 평가하는 기준도 다양하게 해야 올라간 사람에 대한 리스펙트가 생길 것이다.
가장 속 시원하게 봤던 부분이 그런 버벌진트와 산이에게 랩으로 욕을 시원하게 해준 블랙넛의 패기였지만, 그럼에도 디스전 이후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하는 공연에서도 오디션에서 릴보이보다 잘했던 지구인을 떨어뜨리고 앤덥을 떨어뜨린다. 반면 오디션에서 실수를 하고 가사를 놓친 릴보이와 송민호는 올라가게 되었다. 공연에서도 '쇼미더머니'의 룰은 이상하다. 여자들 잔뜩 불러놓고 투표를 돈으로 한다. 공연비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다. 그럼 누가 봐도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 그러니 지코와 팔로알토는 송민호를 내보낼 수밖에 없고, 박재범과 로꼬는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릴보이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구인과 앤덥은 오디션에서 아무리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어도 어차피 떨어지는 판이었다.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건 아이돌이건 아니건 모두가 똑같다. 아이돌은 그나마 인지도라도 있지, 다른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하나씩 벽돌을 올리며 노력해야 하는 건데, 답을 미리 정해 놓고 토끼몰이 해가듯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Winner take all
외모가 뛰어나거나 인맥이 있거나 배경이 빵빵한 사람들이 더 유리한 입지에 있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아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계급장 다 떼고 실력만으로 겨뤄보는 것 아닌가. 이미 답정너인 빡빡한 세상인데 오디션 프로그램마저 이런 식으로 세상의 이치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겠다는 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거칠게 말하며 싸우기 일보직전까지 가고, 시스템 안에 있으면서 시스템을 벗어나고자 애쓰는 레퍼들의 모습이 멋있고 좋아서 보던 '쇼미더머니'. 블랙넛처럼 어떻게 보면 상사나 다름없는 프로듀서들 앞에서 랩으로 디스하는 모습이 통쾌상쾌한 것이고 리스펙트가 나올 수 있는 모습이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냉혹한, 비열해 보이는 룰과 답이 정해진 연출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망치는 요리사와 같아 보여서 씁쓸하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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