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KBS 이사 11명 추천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임명을 두고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언론운동단체는 최성준 위원장에게 이념 편향, 세월호 막말, 언론 장악 등으로 문제가 된 일부 문제적 후보에 대한 인선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단순하게 여야로 나눠서는 안 되며 일부 문제인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최성준 위원장 등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기존 관행대로 여야 몫을 나눠 추천, 임명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의결은 지난달 말 이후 3차례 미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운동단체가 주축인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7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성준 위원장을 겨냥, “특정인을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방통위원간의 합의제 정신을 버리고 방통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는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구현의 적임자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무리한 요구인가? 그런데 최 위원장은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공영방송 파탄’의 주범인 일부 현직 이사들이 연임, 3연임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공영방송 이사 3연임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차기환 현 방문진 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8기 방문진 이사가 됐고,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유족을 비난하는 일간베스트 글을 퍼 날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승승장구했다. 새누리당 몫으로 세월호 조사위원까지 됐다. 그리고 KBS 이사에 지원했다. MBC 대주주 이사에서 경쟁사인 KBS 이사회 멤버에 지원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KBS 장악이라는 미션을 내려주고 뒤를 봐주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프로그램과 보도에 개입한 이인호 KBS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광동 방문진 이사의 3연임 가능성, ‘친박’ 김원배 방문진 이사의 차기 이사장설,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의 이사 임명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방통위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이사 선임을 앞두고 방송 장악은 없다던 청와대가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리며 이사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청와대는 아니라고 부인했다”며 “그런데 지금 특정인의 3연임이라는,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이사 선임 밀어붙이기를 보라. 이래도 청와대는 개입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방송 장악 야욕을 버려라.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 승리를 위해 공영방송을 야욕의 도구로 부리려 하지 말라”며 최성준 위원장에게 ‘직’을 걸고 문제인사를 내리꽂으려는 것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적 논의구조를 만들다고 했는데 이미 물 건너갔다. 그러더니 이제 KBS와 방문진 이사를 새로 뽑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밍기적대고 있다. 수첩 속 명단이 다 끝났나. 전례 없이 두 번씩이나 공영방송 이사를 지낸 인사를 또 시키려고 하나. 보수진영에 이토록 인물이 없나. 보수의 품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차기환 이사의 경우, MBC에서 6년 있으면서 영업비밀을 다 알고 있다. MBC를 망가뜨렸다. 그것도 모자라 KBS까지 MBC 꼴을 만들려고 하느냐”며 방통위가 청와대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지금 3연임을 하겠다는 두 사람(차기환 김광동)은 재임 기간 MBC를 망가뜨렸다”며 “(차기환 이사는) 지난달에는 MBC 방문진 회의, 다음 달에는 KBS 이사회 회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최성준 위원장, 이런 인사를 KBS에 보낸다? ‘판사 출신’이라는 게 부끄럽지 않나. 김광동 이사는 김재철 전 사장을 옹호하고 MBC를 망쳤지만 한 번도 사죄한 적이 없다. 이런 사람에게 공영방송 이사를 3번, 9년이나 맡긴다. MBC가 망해서 뼈만 남을 때까지 연임시킬 것인가. 최성준 위원장, 제발 그만 두라”고 말했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대한민국 임명직 가운데 3연임한 사례가 있는지, 연거푸 3번이나 자리를 꿰찬 자가 있는지 그 사례가 있다면 수용하겠다”며 “MBC 방문진, KBS 이사회 이사 자리가 얼마나 좋은 자리이기에 3번이나 임명장을 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차기환이라는 인물에게 좋은 일자리를 하나 내려보내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KBS MBC 시민단체 모두가 나서서 반대하는 인물을 KBS 이사로 임명하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분명히 경고한다. KBS 지배구조의 정당성, 그가 속한 이사회가 뽑은 사장의 정당성이 근본부터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상윤 새언론포럼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부림사건 담당검사였던 현 고영주 방문진 감사의 이사직 지원을 두고 “죄 없는 학생들을 고문했지만, 지금 일말의 후회와 반성도 하지 않고 오히려 ‘나는 애국자다’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언론은 지금 권력이 주는 대로 기사를 쓰고 있다. 권력이 틀어쥐고 자본이 지배하는 방송, 하루종일 ‘종북’으로 끌어가는 방송은 더 이상 안 된다. 3으로 대한민국이 망한 역사가 있다. 이승만의 3연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자리를 내걸고 3연임 인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6월 발족, 자체 심사위원회를 거쳐 7월 중순 KBS 이사 후보 11명과 MBC 방문진 이사장 후보 5명을 추천한 바 있다. 공추위는 당시 △공영방송 독립성과 사회적 책무 철학(20점) △공영방송 보도의 공정성 등 기여 전문성(10점) △업무이해도·추진력·의사소통 역량(10점) △공공부문업무 경력 및 기여(10점) △시청자 알권리 등 대변(10점) △경영 투명성·자율성·개방성 증대할 수 있는 민주주의 역량(10점) △여론다양성 및 지역, 소수자, 노동, 성적 정체성 등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 및 실천(10점) △공영방송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식견(10점)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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