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정파 갈라먹기’ 탓에 파행이 발생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애초 지난달 31일 KBS 이사 11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존 관행대로 정부여당과 야당의 몫을 나누자는 게 방통위 내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 생각이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선임에 대한 철학부터 합의해야 한다”며 회의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은 6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0차 회의에 불참했고, 회의 종료 직후 방통위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위원은 지난달 29일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선임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으로 △각계각층 대표성 반영 및 특정 후보자 ‘3연임’ 금지 △정파적 나눠먹기 인선 반대 △공영방송 공적책임 및 공공성·공정성 구현 적임자 선임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제시한 원칙을 두고 상임위원들은 6일 오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상의를 하고 있는데 서로 좋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내일(7일) 또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고삼석 위원에 따르면, 최성준 위원장은 공영방송 노동조합과 언론운동단체들이 반대하는 인사들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고, 지금까지 관행대로 여야 몫(KBS이사회 7대4, 방문진 6대3)을 나누고 방문진 이사 임기 종료일(8일) 전에 추천과 선임을 끝내자는 입장이다.

쟁점은 이인호 KBS 이사장 연임 여부, 차기환 방문진 이사의 KBS 이사 추천 여부로 알려지고 있다. 고삼석 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시한이 아닌 내용의 문제다. 숫자 맞추기 인사는 불가하다”며 “우리는 방송법과 방문진법에 나와 있는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고,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평가와 평판을 고려해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위원은 “방통위가 먼저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논의와 합의가 가능한 수준의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향후 방통위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추천·선임하려는 후보 중 문제인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인사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만 이야기해야지 밖에 나가면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차기환 방문진 이사(8․9기 연임)의 KBS 이사 추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서로 잘 이야기하다 보면 (방통위 파행을 해결할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 셋만 참여한 채 제40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상임위원 사이에 ‘좀 더 논의를 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오늘 의결하지 않고 내일(7일) 다시 회의를 열어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준 위원장, 허원제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은 애초 예고한 안건 중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 건을 제외한 내용을 접수,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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