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제작거부가 오늘(3일)로 13일째를 맞았습니다. 28000여명의 염원이 담긴 방송이라는 것을 알기에 중단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소중함을 알기에 진실을 외면한 채 방송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드리지 못했던 미디어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하려 합니다. 잠시 후 뵙겠습니다”
_ 8월 3일 <뉴스K_새로고침> 오프닝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이사장 서영석)의 노동자들의 제작거부가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7월 20일자로 단행된 조직개편·인사·징계의 부당함과 조직 운영의 문제를 지적하며 거리로 나온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영환, 이하 비대위)는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인 뉴스로 국민TV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파업 중이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역시 자사 뉴스에서는 할 수 없었던 ‘진짜 뉴스’를 전하는 방법으로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리셋KBS뉴스9>를 선보인 바 있다.

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뉴스K_새로고침>은 4개의 리포트로 구성된 17분 분량의 짧은 영상물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지난 6월 미디어협동조합 사무국이 제출한 <방송 등 개편 TF 논의 안건> 문서를 공개해, 국민TV의 유일한 방송 프로그램인 <뉴스K>를 폐지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 3일 공개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노동조합 비대위의 <뉴스K_새로고침>

<뉴스K_새로고침>은 “서영석 이사장이 <뉴스K> 폐지 의견 밝힌 뒤 TF 꾸리게 됐다. 서 이사장이 취재인력을 인터넷 뉴스 위주로 배치하고 나머지 인력은 보이는 라디오에 투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고우 제작국장 대행과 “서영석 이사장이 <뉴스K> 폐지를 전제로 TF를 제안했다”는 임대웅 라디오국장 대행의 발언을 근거로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서영석 이사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스K_새로고침>은 “소속국에 상관없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자는 명분하에 경영진의 의한 보도 편성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온 것”이라며 “보도의 공정성, 질적 향상보다 인력의 효율적 운영에 치우친 논의가 예견된 가운데, 이후 논의과정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인력이 뿔뿔이 흩어지고 독립된 보도컨트롤 타워가 사라졌다는 점을 이번 조직개편의 문제로 지적했다.

<뉴스K_새로고침>은 미디어협동조합 경영진이 ‘협업과 경쟁’을 목표로 조직개편을 추진했다고 했으나 뉴스를 만드는 당사자들은 “협업은커녕 본인의 업무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지면 <뉴스K>를 위해 기사를 썼던 인력 6명은 모두 다른 국과 팀으로 흩어지고, 제작국 CG 디자이너 역시 제작국 뉴스제작팀, 뉴미디어국 보이는라디오팀, 사무국 사업팀으로 나뉘며, 시사보도물 제작 경험이 가장 많은 7년차 제작 PD 역시 사업팀으로 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뉴스K_새로고침>은 영상을 공유하고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시스템이 9층에만 마련돼 있는데도 조직개편 이후 뉴스 제작에 투입되는 인원을 6층과 9층으로 분리해 <뉴스K> 제작진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빠듯한 인력과 제작시간 때문에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의견 조율을 쉽게 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7월 27일 국민TV 중식당 기자간담회의 의문점’을 다룬 리포트도 있었다. 사측은 그날 식사비를 조상운 사무국장 개인이 내려고 했으나 지갑을 두고 와 일단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해당 금액을 입금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국민TV가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점심을 대접하는 것을 비판한 <PD저널> 기자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하는가 하면, 서영석 이사장은 조합원 게시판 글을 통해 ‘웃기는 기레기’라며 공개적으로 힐난한 바 있다.

▲ 3일 공개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노동조합 비대위의 <뉴스K_새로고침>

또한 출입증으로 정규직과 프리랜서를 구분하는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뉴스K_새로고침> 보도로 드러났다. 미디어협동조합이 올해 6월부터 프리랜서들에게 이름, 소속 국, 직위와 역할, 사진이 부착돼 있는 사원증 대신 ‘위 사람은 당사 출입이 가능한 사원임을 인정함’이라고만 쓰여 있는 출입증을 발급했다는 것이다.

“저희가 말해왔던 방식인 ‘뉴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고자 했다”

<뉴스K_새로고침>은 현재 제작거부 중인 비대위 소속 구성원들이 만들었다. 제작거부 이후 사원증이 인식되지 않는 등 사무실 출입을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체제작’을 했다. 지난 주말부터 촬영분과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편집 및 제작 작업에 들어가 3일 결과물을 내놨다.

노지민 <뉴스K> 앵커 겸 제작 PD는 “조합원 여러분이 왜 제작거부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해 하시기 때문에 뉴스를 제작해서 현 상황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회사에 비판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버리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 않고 있었다. 사측과 협상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저희 문제를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노지민 앵커는 “조합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뉴스로 보니 좀 더 쉽게 이해된다는 분도 있었고,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가야 되나 하는 쪽도 있었다. 조합원들은 워낙 많은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시는 분은 적어서 총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노조 페이스북에 ‘이것 보고 나서야 제작거부를 한 게 이해된다’고 한 분도 있어서 어느 정도 전달이 잘 되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속편도 나오는지 묻자 노지민 앵커는 “(저희 일이) 이야기가 많다. (다른 분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도 많고, 저희가 일하면서 말해 왔던 방식이 ‘뉴스’였으니까 짧은 리포트에서 컴팩트하게 뭐가 문제인지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뉴스K_새로고침>은 생방송이 아닌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뉴스여서 공식 송출 시간은 정해두지 않았다. 하지만 <뉴스K>가 방송되는 저녁 7시는 피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4일 현재 방송제작인력 총 27명(사무국·카페·보도국장 대행·제작국장 대행·라디오국장 대행 제외, 27명 중 노조 소속은 24명) 중 19명이 제작거부에 동참하고 있다. 19명 중 6명은 필수제작인력으로서 방송의 ‘송출’을 돕고 있다.

▲ 지난달 22일,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노동조합 비대위가 제작거부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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