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최고의원회의에서 “희생자들 조사하라니까 돈 잔치 하는 건가. 국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세월호 특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차기환, 황전원 등 정부여당 추천 세월호 특위 위원들이 언급한 ‘세금 도둑’이라는 프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을 맡은 조대환 위원은 아예 ‘특위 해체’를 주장하다가 사퇴하기도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세월호 특위가 요청한 예산안이 <공무원 보수 규정>과 <2015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점을 무시한 채 명절휴가비, 동호회 지원비 등 일부 항목을 문제 삼아 ‘돈 잔치’라고 힐난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달 24일 ‘생일케이크 값’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세월호 특위가 올해 예산 160억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1면(▷링크)에 보도했다.

▲ 7월 24일자 조선일보 1면

이렇듯 세월호 특위는 숱한 공격을 받고 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지 5개월이 넘어가는 현재까지 기획재정부로부터 단 한 푼의 예산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절휴가비, 동호회 지원비 등은 공무원들에게 기본적으로 지원되는 복리후생비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아직 확정되지도, 배정되지도 않은 ‘계획안’을 가지고 ‘말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빌딩 9층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특위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특위 주요 활동, 회의 과정 및 결과 등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특위 활동을 둘러싼 여러 의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주제 역시 ‘예산 지원’ 문제였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지난 21일 이석태 위원장이 특별법 진상규명의 핵심 직위인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 파견을 해당 부처에 요청하겠다고 선언했다. 2015년 예산의 조속한 집행과 세월호 특위의 조속한 출범을 위한 결단이었다”면서 “그러나 2주가 흐른 오늘 이 시각 현재까지 기재부는 특조위 예산안에 대해 어떤 내용도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위는 2015년 예산을 전혀 배정받지 못했기에 ‘예비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국가재정법> 제51조(예비비의 관리와 사용)의 2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은 예비비의 사용이 필요한 때에는 그 이유 및 금액과 추산의 기초를 명백히 한 명세서를 작성하여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부 독립 기구인 세월호 특위의 장관급 공무원인 이석태 위원장은 예비비가 필요한 이유, 금액과 추산의 기초를 명시한 명세서를 작성해 기재부 장관에게 2월 17일, 5월 18일 두 차례 제출했다. 두 번째 제출안은 그마저도 원안에서 삭감한 것이었고, 5월 22일에는 직접 기재부에 방문해 구체적인 설명을 마쳤다. 최근에도 예산안 액수를 다시 정리해 보냈으나, 기재부는 세월호 특위에 대해 아무런 답을 않고 있다. 세월호 특위는 2015년 예산안으로 159억 8000만원을 신청했다. 인건비 21억, 일반운영비 47억, 연구개발비 24억, 청사보증금 9억 등으로 편성돼 있다.

현재까지 비용은 외상, 후불, 위원장 개인 카드로 충당

최근 세월호 특위는 별정직공무원을 공개 채용하고 신규 파견 공무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임명장을 받은 후 각 부서에 배치됐으며, 28일~30일 3일 간 교육기간을 거쳤다. 식구가 늘었는데 ‘예산 0원’인 상태로 조직 유지가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권영빈 소위원장은 “지금까지 전체 비용 얼마가 들었는지 정확히는 파악 못했다”면서도 “7월 27일 별정직 공무원 채용 전까지 청사 운영비, 기타 일반 사용비에 대해서는 정말 거의 최소한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지금까지 해수부 예비비 지원액은 820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고, 서울지방조달청 임시 사무실에 있다가 나라키움 빌딩으로 이사 온 이후부터는 예산 지원이 한 푼도 안 됐다. 지금까지 청사 보증금과 월세는 외상이고, 초기에 렌트했던 차량은 렌트비를 지급하지 못해 반환했고 최근 다시 렌트한 상황이다. 물론 렌트비는 후불”이라고 설명했다.

▲ 권영빈 세월호 특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이 4일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지금까지 소요된 비용에 대해서는 “위원장 개인 카드나 운영지원실의 공무원 카드 등을 사용하면서 예산 지급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기록 열람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예산이 없어 (열람을 위해 필요한) 수동 스캐너를 못 사고 있다. 참 답답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저희는 오늘(4일) 오전 국무회의에 특위 예산안이 올라간다는 말만 알고 있다. 그래서 국무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예산 지급되는 현황을 보고 예산 배정액이 만약 나온다면 상세히 검토한 후 어떻게 사용할지 보다 상세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특위는 지난달 29일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세월호 인양·진상규명·안전사회 대안마련과 추모지원을 위한 82대 과제>(▷링크)를 발표한 것을 두고 “엄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특위는 82대 과제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이끄는 기초적 시발점임을 유념하고 있다”며 “공유하고 숙지하여 진상규명 조사가 공정,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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