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대표이사 김재필)가 실적을 끌어올리며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시간외근무를 축소해 임금을 삭감하고 희망퇴직을 종용하면서 다단계 하도급을 늘리는 기술·고객센터가 늘고 있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10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가입자수 기준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260억원)의 3배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으나 현장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설치·AS기사와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원청인 티브로드에 구조조정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센터별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티브로드는 2013년 원하청 상생협약을 어기고, 상생지원금을 가입자 규모에 맞춰 수수료에 녹여내 지역센터 임금삭감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동종업계에 비해 40~60% 수준인 수수료까지 더해져 지역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은 2013년에 비해서도 내려갔다. 이에 각 지역센터 관리자들은 원청 탓을 하며 상여금 지급을 미루거나, 시간외근무를 축소하고 있다.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를 예고한 센터도 여럿 있다. 일부 센터에서는 일 년이 넘도록 4대보험료를 연체하고 있다. 노동조합 소속 직원에 대한 표적 인사이동을 시도한 센터도 있다.

태광그룹 전체를 떠받치는 티브로드의 알짜배기 계열사인 한빛방송(경기지역)의 협력사들이 대표적이다. 한빛북부고객센터는 최근 희망퇴직으로 4명을 정리했고, 추가로 5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14개월치의 4대보험료를 미납했다. 한빛동부고객센터는 지난 3월 매출부족을 이유로 연장근로를 축소했는데, 이 때문에 현장기사들 월급은 30만원 가량 줄었다. 그리고 이 센터는 상여금 20만원을 미지급했다. 서울 도봉·노원지역 센터에서도 인원 감축이 있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에 따르면, 티브로드 고객센터 노동자의 80%가 도급기사이고 이 비율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티브로드지부 이영진 지부장은 “각 센터에서는 원청 핑계를 대며 인원을 감축하고, 지역을 변경하고, 업무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그러면서 (센터를 배제하고) 유통점을 만들어 센터 목을 조이고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유통점에 고객정보를 넘겨 얼마 전 부산에서는 범죄까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인 티브로드가 인원 감축, 연장근로 축소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인원을 줄이면 현장 서비스가 낙후된다는 것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의 요구이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로 귀를 닫는다. 제 살을 갉아먹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하도급 확대의 경우 원청 티브로드 또한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게 노동조합과 노동계 주장이다. 다단계 하도급은 불법영업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가입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탓에 티브로드는 각 지역센터에 재하도급 금지를 요구한 바 있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이남신 공동집행위원장(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티브로드는 특수고용 형태의 건바이건 기사를 정규직화하기로 했으나, 정반대로 가고 있고 2013년 노사합의 이전보다 상황은 나빠졌다”며 “티브로드는 원청 사용자가 책임지지 않는 하도급을 확대했고, 매년 소모적인 논란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가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만큼 원청이 사용자책임은 더 강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남신 소장은 “노사 문제를 역주행하면서 돈 놓고 돈 먹는 주식시장에 회사를 상장한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은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도덕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전근대적인 노조탄압을 방치하는 기업이 상장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태광그룹과 티브로드가 노동조합의 요구 사항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지 않고 직접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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