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을 1-0으로 물리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정설빈의 기막힌 중거리 슈팅 한 방으로 홈팀 중국을 무너뜨렸다.

이번 한국 여자대표팀이 지소연, 박은선, 전가을, 조소현 등 지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멤버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고, 심서연이 후반 초반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악재 속에서 악전고투한 끝에 거둔 값진 승리다.

▲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정설빈이 선취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중국을 그것도 적지에서 물리친 것은 분명 기쁜 일이나 어찌 보면 상처뿐인 영광이다. 한국 대표팀의 수문장 김정미는 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절룩거리며 끝까지 골문을 지켰고, 심서연은 부상으로 실려 나가 3일이 되어서야 부상 정도가 파악될 만큼 심상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 한 명도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겼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셈이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전 패배도 아프지만 대표 선수 한 명의 부상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우한 지역은 현재 체감온도 4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엄청나게 더운 날씨를 나타내고 있어 경기를 펼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은 경기 막판 여기저기서 근육경련을 호소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 시점에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 보인다. 과연 동아시안컵이라는 대회가 정말 동아시아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회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관하는 축구대회로 지난 2003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 East Asian Football Federation)은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아시아축구연맹(AFC) 내에서의 발언을 강화할 목적으로 2002년 5월 정식 발족된 기구로 괌, 대만, 마카오, 몽골(2014년 3월까지 자격정지), 북마리아나제도, 북한, 일본, 중국, 한국, 홍콩 등 10개국 축구협회가 가맹되어 있다.

다른 동아시아국가에 비해 경기력 등에서 앞선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이 EAFF 회장직을 번갈아가면서 맡고 있으며, 대회 참가 역시 자동으로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권을 배정받고 있다. 한ㆍ중ㆍ일을 제외한 국가들이 본선 진출을 위한 예선전을 거쳐 1위 국가가 본선에 참가한다.

문제는 대회를 개최하는 시기가 대회의 주축이 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는 한중일 3개국의 프로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열린다는 점이다.

▲ 7년만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노리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파견된 우리나라 남자대표팀은 유럽파가 모두 빠진 상태에서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모두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 소속팀에서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됐다. 일본 역시 자국 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차출이 됐다. 홈팀 중국은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던 멤버를 거의 그대로 모아 동아시안컵에 나섰다.

이렇게 팀에서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차출되다 보니 K리그의 경우는 리그가 일시 중단됐다. 한창 순위 경쟁에 열기가 더해지고 있는 시기이고, 1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흥행에도 파란불이 켜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2주간의 리그 일정 중지는 여러 면에서 K리그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선수가 동아시아 대회 기간 중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대회 이후 소속팀의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시아에는 아시안컵이 있고,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있고, 남미에는 코파 아메리카가 있고, 북중미에는 골드컵이 있고, 유럽에는 유로가 있다. 모두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대항전이다.

하지만 동아시안컵처럼 한 대륙에서 특정 지역의 몇 개국 대표팀들이 따로 대회를 펼치는 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 보면 동아시안컵은 2002 한일월드컵 성과에 한껏 고무된 한일 축구협회가 실질적인 고민 없이 정치적으로 내린 결단의 산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 동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바란다면 정예멤버도 아닌 이렇게 반쪽짜리 대표팀 멤버를 구성해서 다소 억지스러운 대회를 치르기보다는, 동아시아 각국의 프로리그에서 선수들이 소속팀을 위해 혼신을 다한 경기를 펼치고 그 모습에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TV 중계를 찾아보게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AFC 입장에서 볼 때도 동아시안컵은 그다지 달가운 대회가 아니다. AFC는 그동안 각국의 프로리그 활성화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다른 대륙의 클럽 대항전에 버금가는 리그로 키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동아시안컵이 그와 같은 AFC의 기조에 부합하는 대회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동아시안컵이 지닌 아이덴티티와 존재 이유에 대해 동아시아축구연맹과 가맹 회원국 축구협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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